박병대는 사심으로 모든 만행 저질러, 권력과 재판거래, 후배 판사 옭아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박병대 전 대법관은 “사심 없이 일했다는 말씀만 거듭 드리는 것으로 답변을 갈음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일들은 어마어마했다.

박 전 대법관이 19일 아침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섰고 기자들에게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그야말로 사심 없이 일했다.

경위를 막론하고 많은 법관들이 자긍심에 손상을 입고 조사를 받게 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거듭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번 일이 지혜롭게 마무리돼서 국민들이 법원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 포토라인에 선 대법관 출신 판사로 역사에 기록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병대 전 대법관은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 포토라인에 선 대법관 출신 판사로 역사에 기록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행정처장으로 일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을 최전선에서 수행하고 기획한 인물이다. 

지난 10월26일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았는데 당시 사법농단 수사팀(한동훈 3차장검사) 검사는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처지를 언급하면서 잠시 울컥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공관에서 만나 박근혜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손해배상소송 지연 요구를 받고 들어주기 위해 고심했다. 박 전 대법관은 행동대장이었다.

피해자들은 아흔이 넘은 고령이라 한을 풀지 못 하고 눈을 감기도 했는데 박 전 대법관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재상고심의 일정을 기약없이 미뤘다. 전원합의체에서 2심까지의 선고를 바꿔달라는 박근혜 청와대의 청탁을 받고 이를 들어주기 위해 전국 재판부의 유사 소송들을 찾아내서 취합 보고했다.

사적 욕심은 없었다는 박 전 대법관의 변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오직 법원을 위해서만 그런 짓들을 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양 전 대법원장의 업적 욕심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서 그랬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박근혜 정부의 민원을 들어줬던 박 전 대법관의 행태는 이게 다가 아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조작 공판 △통합진보당 소속 정치인들의 지위 확인 소송

박 전 대법관의 출석 순간 항의하러 현장에 자리한 시민사회 활동가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 전 대법관의 출석 순간 항의하러 현장에 자리한 시민사회 활동가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현재 박 전 대법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국고손실 혐의 등의 피의자다. 지난 7일 차한성 전 대법관도 검찰에 소환됐지만 수사팀이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는 않았다. 박 전 대법관은 차 전 대법관의 혐의들에 비해 관여도가 매우 무겁고 중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법관은 후배 법관들을 옭아매는 일에도 열심이었다. 예컨대 박 전 대법관은 상고법원에 대한 법원 내부의 비판적인 여론이 일자 평판사들의 모임을 없애려고 하거나 사찰을 지시했다.

서울남부지법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 위헌심판제청을 하려고 하자 이를 말리기 위해 외압을 행사하고 전국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으로 3억5000만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하기까지 했다. 수사팀은 사법 행정 남용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일부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내린 조치에도 박 전 대법관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더 나아가 박 전 대법관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경쟁 심리에 따라 판사들을 헌재로 파견해 기밀 문건을 수집하도록 지시하고 컨트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결국 정점의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혐의를 그리기 위한 밑작업들인데 박 전 대법관이 임 전 차장처럼 묵비권을 행사할지 줄줄이 불게 될지 그 여부에 따라 향후 상황은 다르게 펼쳐질 수 있다. 일단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필할 것으로 판단되는데 본인의 처벌 양형과 여러 정무적 고민을 하다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술술 진술하면 사법농단 수사는 급진전될 수 있다. 

한편, 수사팀은 조만간 고영한 전 대법관을 소환한 뒤 양 전 대법원장을 11월 내에 포토라인에 세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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