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지원 판사들의 탄핵 결의안에 응답, 당초 예상과 달리 위헌적 상황에 엄중한 판단, 국회에는 공식 전달 안 하지만 막대한 영향 미칠 듯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대한민국 헌법 103조에 따르면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사법농단에 연루된 몇몇 고위 법관들은 이를 무시하고 개별 재판에 개입해 후임 판사들의 헌법적 독립권을 침해했다. 

1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당초 예상과 달리 재판 독립 침해행위를 저지른 일부 고위 법관들에 대해 “징계 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고 결론내렸다. 

법관대표회의는 사법농단의 심각성에 충분히 공감했고 이를 위헌적 중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13일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판사 6인은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해 ‘법관 탄핵 촉구 결의안’을 발표했는데 대표회의가 이를 의결하지는 않았지만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고 규정하고 탄핵감이라는 데에 공감대를 이뤄 상응하는 효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의 기소가 대부분 마무리되거나 국회 내 여야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판사들이 탄핵을 공식적으로 말하는 것은 이르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라고 예상됐던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번 대표회의에는 총 113명이 참석했고 사전에 예정된 다른 논의 안건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현장에서 탄핵 결의안을 상정한 뒤 치열하게 토론했다. 

공보를 맡은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재판 독립 침해행위에 대한 우리의 의견>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해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을 해준 행위나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재판 절차 진행에 관해 의견을 제시한 행위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6인의 의도는 형법적 범죄 유무를 가리자는 게 아니라 헌법 위반을 저지른 법관들에 대해 자격을 박탈하자는 존재적 물음을 던진 것이었다. 

6인은 결의안을 통해 ①검찰 수사와 재판이 마무리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②범죄 여부를 떠나서 재판 독립 침해행위에 사법부의 자체 평가가 없으면 신뢰 회복이 어렵고 ③침해행위의 유무죄 여부를 떠나 위헌적인 일이라는 점을 자성해야 하고 ④외부 조직의 도움을 받아 정상화를 하면 사법부는 방관자일 뿐이라는 결의안을 낸 4가지 이유를 제시한 바 있다. 

구체적 탄핵 대상에 해당하는 침해행위로는 Ⓐ특정 재판에 대해 정부 관계자와 비공개로 만난 뒤 자문을 해준 행위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특정한 방향으로 판결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재판 절차와 관련 의견을 제시한 행위 등 2가지 기준이 거론됐다.

여기에 비춰봤을 때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지연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처분 효력정지 소송이 해당된다. 

대표회의의 결정은 바로 국회의 탄핵 정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표회의의 결정은 바로 국회의 탄핵 정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결론적으로 대표회의 다수 판사들의 여론이 6인의 주장에 공감한 것이다. 추후 대표회의는 이러한 입장문을 김명수 대법원장에 전달할 계획이다. 

다만 김 대법원장 외에 실제 법관 탄핵소추권을 갖고 있는 국회에 이러한 입장문이 공식 전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탈을 저지른 시니어 판사들에 대해 전국 법관들의 총의가 어떻게 모아질지 초미의 관심사였던 만큼 이미 언론을 통해 공론화됐고 향후 국회의 탄핵 바람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10월30일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와 정의당은 현직 판사 6명(권순일 대법관·이민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김민수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부장판사·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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