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이콧 상황을 풀기 위한 방법, 예산안과 민생법안 그리고 윤창호법 등 처리해야 할 일 많아, 윤창호법은 신속 처리에 공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전면 보이콧을 선언함에 따라 국회는 멈춰있지만 야4당(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만의 채용비리 국정조사 카드가 제기됐고 상황 변화가 주목된다. 

20일 오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전면 보이콧에 뜻을 모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국조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뒤에 논의하자는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국회는 살얼음판의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상황을 타개하고자 3당(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오후 문 의장을 비공개로 만나서 민주당을 배제한 국조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만약 문 의장이 수용하면 129석의 민주당을 배제한채로 국조가 시행될 수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4분의 1(75명) 이상이 동의하면 국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당 원내대표들(왼쪽 아래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김성태·장병완·김관영·윤소하)은 이날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4당만의 국조를 할 수 있다고 뜻을 모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 의장이 국조 요구서를 제출받으면 본회의에 보고하고 조사위를 구성하거나 소관 상임위에 회부해서 실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선례도 있다.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인해 국가 경제가 파탄났을 때 야당들이 책임을 묻기 위해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을 빼고 국조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4당(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 원내대표들은 15시에 다시 문 의장과 비공개로 회동했고 직후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설명했다. 

“야4당은 채용비리 고용세습 국조를 강원랜드 포함해서 전부 다 야4당은 뜻을 함께 했다. 그렇게 (민주당에) 국조를 수용하라는 강력한 뜻을 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끝까지 입장을 최종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하루빨리 국회가 정상화돼서 2019년도 예산안, 민생경제 법안들 그리고 윤창호법 등도 신속히 처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이 시간 이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박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조를 회피하는 것이고 한 마디로 국회 마비를 장기화 시킨다고 간주하겠다. 문희상 국회의장께서 민주당이 끝까지 국조를 거부한다면 야3당이 국조 요구서를 제출한 그 내용을 중심으로 국조를 본회의에서 의결할 수 있다는 그런 분위기를 느꼈다. 이런 내용들이 민주당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박원순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국조를 받지 않고 국회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현재 국회에는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강화)과 유치원 3법 등 민생 법안들이 각 상임위별로 상정돼 있고 △논의를 끝마친 90개 법안들은 본회의 의결만 남아있고 △470조 5000억원에 달하는 2019년도 예산안 심사도 있다. 이렇게 처리해야 할 시급한 일이 많다. 

두 야당 입장에서도 보이콧 상태를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최후의 카드로 국회 정상화 명분을 만들기 위해 민주당 배제의 4당 국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송희경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빼고 국조하는 것을 비롯 국회 정상화를 위한) 방법을 저희가 찾고 있다. 여당을 빼고 국조를 할 수 있는지 그런 것도 폭넓게 논의하고 있는데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야당이 욕을 먹는 건 괜찮은데 민생 법안들이 다 묶이지 않는가. (민주당이) 국조를 막을 이유가 뭐가 있는가. 6개 상임위는 아직 예산안 심사도 안 들어갔다. 지금 윤창호법 뿐만 아니라 각 상임위별로 정당마다 급하다는 법률들이 다 있다. 그래서 지금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런 부분을 교감하면서 충분히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4당만의 국조라도 성사되면) 모든 국회 정상화가 가능하다. 민주당 빼고 다른 야당발 국조가 받아들여지면 정족수가 되니까 의장으로서는 안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만약 국조가 진행되면 막혀있는 모든 국회 일정이 정상화가 될 것 같다. 법적으로도 (민주당 빼고 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두 당의 보이콧에 비판적이었던 평화당과 정의당도 국회 정상화를 위해 민주당 없는 국조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문정선 평화당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상화를 위해 4당만의 국조라도) 가능하다. 당연한 일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보이콧 한 부분에서 논평을 (내가 따로) 내려고 했는데 협치 차원에서 (정상화가 더 더뎌질까봐) 안 냈다. 싸우더라도 국회 안에서 들어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지금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이 (재판에서) 직접 (권성동·염동열 한국당 의원으로부터) 청탁을 받았다는 진술까지 한 상황이다. 강원랜드도 그렇고 (채용비리) 문제가 심각해서 큰 틀(4당만의 국조)에서 동의한다. 못 할 이유는 없다. 민주당의 입장과 우리 입장은 상관없다. 민주당도 국조를 못 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싶다”고 밝혔다.

현재 상황이 촉발됐던 계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초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문재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와 초월회(문희상 국회의장과 5당 대표) 모임이 있었고 여야 협치의 신뢰를 구축했지만. 청와대가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가 미채택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임명 강행한 뒤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두 당은 ①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국조 수용 ②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해임 ③문 대통령 사과를 정부여당에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여기에 ④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 구성 문제까지 겹쳐서 국회 상황은 더욱 꼬이게 됐다. 

한국당은 국조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당은 국조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특히 음주운전 범죄로 희생된 故 윤창호씨 친구들은 최근 들어 국회를 여러 번 찾아와 여야 무쟁점 사안만큼은 쟁점 사안과 분리해서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기 때문에 윤창호법이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침 이날 오전 윤창호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법)의 일부를 심사할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가 열렸지만 두 야당의 불참으로 빈손으로 끝났다. 이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19일 저녁 서울시 합정동 당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당 의원들(송언석·홍문표·윤재옥·유민봉)이나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안 들어오더라도 우리는 일단 회의를 개최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게 교섭단체 간사들 간의 협의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다 보니 안건을 통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답답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김 원내대변인은 “일단 민주당이나 한국당도 윤창호법과 관련해서는 최우선적으로 논의하자. 원포인트로 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까지 오늘 논의됐다. 안 그래도 이야기가 나왔다. 윤창호법 하나만을 위해 원포인트 국회를 열 수 있다. 내부적으로 이야기가 나온 상황이다. 연내에 다른 어떤 법안들 보다는 신속하게 처리가 될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 원내대변인 역시 “어쨌든 윤창호법은 (국회가) 열리면 우선 통과되는 것으로 다들 알고 있으니까”라며 공감을 표했다.

향후 4당만의 국조가 가시화 됐을 때 민주당이 협상에 응하게 될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사안은 여야가 대판 싸우더라도 신속히 처리된다는 모범 사례를 윤창호법을 통해서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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