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민주노총과 문재인 정부 ·· ‘총파업’에 ‘경사노위 불참’
뿔난 민주노총과 문재인 정부 ·· ‘총파업’에 ‘경사노위 불참’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11.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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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 출범, 민주노총은 전날 총파업 돌입하고 불참, 한국노총은 집회로 비판하면서 논의 테이블에 참석, 탄력근로제 확대 분위기에 반감, 민주노총 2019년 1월 대의원대회에서 다시 참여 여부 결정, 정부가 답정너 태도를 벗어나서 설득할 필요, 기업들 위주의 경제 정책으로 가는 것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공식 출범했지만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보이지 않았다.

경사노위 본위원회는 22일 청와대에서 처음으로 열렸고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 17명의 위원들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사노위 주체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원래 경사노위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노사와 정부측 뿐만 아니라 청년·여성·비정규직·중소기업·중견기업·소상공인 대표까지 총 18명이 정원이지만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완전체로 구성되지는 못 했다. 이날 본위원회는 민주노총의 조속한 합류를 요청하는 권고문을 채택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노동계와 경영계를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나와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빈자리가 아쉽다. 자기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 양보와 고통 분담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경제사회 문제를 변화시키는 주체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성도 당부드린다.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제도의 틀 안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의 참여를 촉구했다.

전날(21일)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비판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총파업을 감행했다. 전국적으로는 4만명,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에는 1만명의 노동자가 집결했다. 더불어 정해진 시간에 업무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략 16만명의 노동자가 파업에 동참했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설명이다.  

민주노총의 요구사항은 △탄력근로제 적용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1년까지 늘리는 방안 철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택배기사·해고자·실직자 등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해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노조로 인정될 수 없는 사례를 적시한 노동조합법 2조 4항 개정)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연금개혁 등 4가지다. 

민주노총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5월 최저임금법 개악(산입범위 확대)으로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나왔다가 8월 이후 대표자회의의 의제별 위원회 등에 적극 참가했고 사회적 대화를 병행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일방적으로 강행하겠다는 정부와 국회의 만행이었다. 또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법률 개악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적대적 공격을 의도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22일 경사노위에 불참하고 21일 총파업을 감행한 민주노총. 가운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기준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84만명, 민주노총은 65만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 양대 노총이다. 양대 노총은 여러 노동 의제에서 공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자보다 후자가 좀 더 진보적이고 투쟁적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17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투쟁 기조를 강화했지만 지난해 9월 좀 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대화 기구를 먼저 제안했고 이에 따라 경사노위가 출범한 터라 민주노총과 같이 보이콧에 동참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특히 19일 더불어민주당과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개최한 한국노총은 제도권 내에서 논의 채널을 유지한 채로 노동계의 입장을 전달한다는 전략을 천명하고 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에게 “정부여당의 노동 정책 후퇴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새 정부가 노동존중사회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데 이어 2020년 1만원 공약이 철회됐고, 노동시간 단축법안 역시 사실상 6개월 시행을 유예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주 52시간제를 무력화시키는 탄력근로제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및 고용 상황을 빌미로 한 기득권 집단들의 과장과 왜곡된 정치 공세로 인해 정부여당도 곤혹스러운 점이 크겠지만 노동 정책이 실패함으로써 촛불혁명 이후 우리 사회에 주어진 개혁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나라다운 나라, 사람이 먼저인 사회, 노동이 존중되는 국가를 위해 민주당이 중심을 바로 잡아주길 희망한다”고 주문했다.

한국노총은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 전면 개정 △타임오프(유급 노조활동 시간 제한) 현실화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통일을 요구했다. 

관련해서 경사노위 본위원회는 일단 가장 뜨거운 감자인 탄력근로제 문제를 논의할 ‘노동시간 제도 개선 위원회’를 설치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향후 위원회 위주로 논의를 거친 뒤 국회와 협의해서 구체적인 결정을 할 계획이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로 격차 해소 등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 달라는 국민적 기대가 크다. 참여 주체들의 역량과 지혜를 모아 최대한 합의를 이뤄내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기 위해 진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1차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1차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어찌됐든 민주노총의 참여 여부가 중요한데 당장 정의당은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면서 민주노총에게도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22일 논평을 내고 “민주노총이 불참한 채로 경사노위가 출범하게 된 것은 정부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민주노총의 불참 이유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강력히 반발하는 것이고 이는 노동취약 계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정부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내실있는 사회적 대화를 지속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며 “아울러 민주노총 역시 대화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리기 보단 정부와 재계를 대상으로 끈질기게 설득하는데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사노위는 민주노총이 2019년 1월 대의원대회에서 최종 참여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의제별 위원회에 부분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권고문에 포함시켰다.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처럼 장외 비판 집회를 하면서 논의 테이블에 참여해서 협상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선회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최 대변인은 “일방적으로 정부와 재계의 입장을 정해놓고 노동자를 압박할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태도로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 그것이 사회적 대화기구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는데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 이미 정부가 노동 정책의 기조를 정해놓고 노조의 참여만을 촉구하기 보다는 원점에서 재논의하는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무엇보다 최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이낙연 국무총리,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 정부여당 고위급 인사가 연일 민주노총이 이기적이라는 취지로 비판 발언을 했었는데 그렇게 압박하는 방식이 지속될지도 관심거리다. 

현재 원내 5당 중 정의당 외에 민주노총에 우호적인 정당은 없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 문재인 정부의 여러 노동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가 개혁정부가 아니라 개악정부라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민주노총에 대한 적대적 공격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역시 민주노총 공격에 더 노골적으로 가세하며 이 기회에 박근혜표 노동개악을 전면적으로 하자며 문 정부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민주노총에 대해 정치권의 반감이 큰 상황에서 이것이 다시 민주노총의 투쟁 명분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위험이 있다. 

궁극적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가 불경기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서 여러 개혁 작업을 후퇴시키고 노동계와의 적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를테면 ①오랫동안 지속된 수출 대기업 위주의 경제 성장 방식을 탈피해서 ②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불경기의 여파로 ②을 약화시키고 ①의 활력을 열어주는 차원으로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재량을 넓혀주는 제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①을 벗어나는 것이 아닌 결국 기업 활성화에서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측면이 있다.  

권오인 팀장(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벌 개혁과 구조 개혁을 안 하고 기업들의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가 제대로 가야 한다. 재정을 쏟아붓는 확장정책을 하더라도 구조개혁(경제민주화 정책)과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3대 경제 기조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겨제 중) 공정경제 쪽이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직도 재벌 중심으로 너무 의존하는 문제라든지.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개혁이라든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와 보수 정당의) 여론의 뭇매를 맞으니까 관련해서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화 하는 걸 추진하려고 한다든지 산입범위를 확대한다든지 그랬다. 그런 걸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반대했다. 정부여당이 (오히려 기업들의 재량을 넓히는 방식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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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경사노위 주체들과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손경식 경총 회장,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위원장, 문 대통령,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민주노총을 고립화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노동계와 노동 정책을 추진하면서 제대로 의견 수렴을 안 하는 게 있어 보였다. 선을 그을 게 아니고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를 하려고 하면 어느 한쪽을 배제하는 것은 대화의 큰 의미가 없다. 정부가 노동을 정권 초기부터 강조했다. 그에 맞게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하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 필요가 있다. 이야기를 듣는 노력을 좀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우리가 경사노위 참여를 할지 그 여부에 대해서 결정하지 못 했다. 권고문이 오면 그걸 보고 논의를 바로 하겠다. 총파업 중이지만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한국노총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우리 쪽과도 소통하고 연대하지만 민주당과 정책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 후퇴에도 불참까진) 못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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