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법안소위 3년으로 통과, 3년이 아닌 5년이어야 하는 이유, 양형 형평성의 함정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故 윤창호씨(23세)가 음주운전 범죄를 당한 9월25일 이후 두 달만에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강화)의 핵심인 특정범죄가중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를 통과했다. 이때가 정확히 27일 12시 즈음이었다.

법사위 1소위에서 윤창호법이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씨의 친구 김민진씨(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과 함께)는 이날 13시반 급하게 서울 여의도 국회로 달려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씨는 “결국 음주운전 범죄로 사람을 죽여도 징역 3년 이상으로 그치게 됐다. 솔직히 화가 난다”며 “우리가 2달 동안 이렇게 나섰던 것은 음주운전은 살인행위이다. 이 한 문장을 뿌리깊게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살인죄의 양형인 5년을 꼭 지켜내야 했고 지켜내야만 했다”고 호소했다.

1소위는 △음주운전 범죄로 사람을 죽게 만들면 징역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다치게 만들면 1년 이상에서 15년 이하로 결정했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입장은 이런 거다. 사람을 때려서 죽게 만든 상해치사도 징역 3년 이상인데 어떻게 음주운전 치사를 징역 5년 이상으로 할 수가 있느냐 그런 형량의 형평성을 고려했다. 법무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윤씨의 친구들이 수많은 전문가 토론회를 거쳐 다른 죄목의 형량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목을 고민했고 공부했는데 그럼에도 살인죄의 형량인 징역 5년 이상을 고수한 이유가 있다. 

김민진씨는 법사위 소위의 결과를 보고 화가난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씨는 “사형과 무기징역은 연쇄살인마에게나 해당되기 때문에 실효가 없을 것”이라며 “징역 5년 이상이라는 하한선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다른 범죄들과 양형의 형평성을 위해서 3년으로 했다고 하는데. 사실 재판을 보면 그렇지가 않다. 음주운전은 마치 아파트 10층 위에서 벽돌을 던지는 것과 같다. 사람을 죽일 의도가 없이 던졌더라도 누군가는 그 돌을 맞고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돌은 그냥 땅바닥에 떨어지고 아무도 안 다칠 수도 있다. 확률 게임이자 운이 작용한다. 음주운전은 살인, 성폭행, 절도, 사기 범죄와 같이 행위 자체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음주운전을 다들 쉽게 생각한다. 경각심이 너무 부족하다. 술먹고 운전대를 잡아도 안 걸리면 그만이고 아무도 안 다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실제 음주운전 범죄로 사람을 죽여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아무리 징역 3년 이상으로 형량이 높아졌더라도 판사가 봤을 때 고의없이 음주운전을 저지른 피고인에게 분명 작량감경의 조치를 해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6개월만 형량을 깎아줘도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게 김씨의 판단이다.

실제 형법 62조에 따르면 3년 이하의 징역형일 경우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형법 53조에 규정된 작량감경은 판사가 피고인의 여러 사정을 감안해서 법정 하한선의 절반까지 깎아줄 수 있다. 

만약 5년이 하한선이면 판사가 2년 이상을 작량감경 시켜주는 부담을 안고 집행유예를 선고해야 하지만 3년이 하한선이면 바로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 술먹고 운전해서 사람을 죽이는 일은 살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윤창호법 제정 운동을 펼쳤음에도 범죄자는 감옥에 가지 않을 가능성은 여전한 것이다.

김씨는 “상해치사, 살인미수는 반드시 실형이 나올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음주운전 치사는 감옥에 가지 않을 가능성 더 크다. 그래서 5년으로 못박아야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해진다”며 “그렇지 않으면 윤창호법의 가치가 없다. 법조문 상 양형을 볼 게 아니라 실제 재판에서 이뤄지는 판사들의 선고를 통해서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양형의 실질적인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음주운전 범죄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면 최소 징역 5년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래야 실형이 가능해진다”는 취지다.

더 들어보면 “다른 범죄들은 재판과정에서 악의성이 드러나기 쉽지만 음주운전 범죄는 피고인의 딱한 처지만 부각된다. 고의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모든 게 용서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감옥에 갈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음주운전은 쉽게 생각된다. 범죄라는 인식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래서 윤창호법 제정 운동을 할 때조차 국회의원과 청와대 비서관이 음주운전을 한다”는 것이다. 

하태경 의원과 김씨는 마지막으로 28일 열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재심사 해주기를 호소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씨는 “친구들은 오늘 1소위에서 통과된 반쪽짜리 윤창호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자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어 “작년에 음주운전 범죄로 439명이 죽었다. 5년으로 해야 막을 수 있다. 호소한다. 내일 2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다시 한 번 살펴달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런 외침과는 달리 이날 언론 보도는 1소위에서 윤창호법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윤창호법 법사위 소위 통과 사망가해 최대 무기징역(머니투데이)”이라는 식으로 무기징역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았다. 

무기징역이 명시돼 마치 원안만큼 처벌이 강력하게 돼 있는 것처럼 언론에 보도된 상황. (캡처사진=머니투데이)

사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는 한국의 형법 시스템상 김씨가 밝혔듯이 20명을 죽인 연쇄살인마 유영철도 현재 무기징역형에 처하고 있는데 음주운전 치사 범죄자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될리는 없다. 

실제 대법원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6월까지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1심 재판을 받은 피고인 2154명 중 173명에게만 실형이 선고됐다. 고작 100명 중 8명 꼴로 감옥에 갔고 92명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대부분이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죽었음에도 위에서 설명했듯이 운이 없으면 사람이 죽고 운이 좋으면 아무도 안 다칠 수 있는 음주운전 범죄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그대로 법정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죽어도 감옥에 가지 않으니 음주운전이 범죄로 인식되기 어렵다.

2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만 거치면 본회의로 상정되는데 윤씨 친구들의 바람대로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3년에 대한 재심사를 거쳐 5년으로 상향)은 희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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