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위원들 현장 방문, 소상공인 피해 보상 시급, C등급임에도 정부의 관리 못 받아, 향후 대책 수립 및 이행 중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KT 아현지사(서울 서대문구) 화재를 통해서 21세기 IT 대한민국이 한 순간에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고 그런만큼 정부와 국회가 부랴부랴 움직이고 있다.

국회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을 비롯 소속 위원들이 28일 오후 아현지사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노웅래 위원장이 현장에서 사고 수습 책임자에게 간단한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노웅래 위원장이 현장에서 사고 수습 책임자에게 간단한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노 위원장은 KT 관계자에게 “불편을 겪는 모든 국민들의 피해가 빠르게 복구돼야 한다. 소상공인의 경우 결제 마비 등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데 복구가 느리면 절대 안 된다. KT가 최우선적으로 소상공인에 대한 복구를 지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래도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가장 많기 때문에 피해 복구의 초점이 무선망에 집중됐다. 하지만 주변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카드결제 불능으로 급감했기 때문에 노 위원장의 발언처럼 이들의 막대한 피해에 초점(유선망 복구)을 맞출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인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 규모가 17만명이다. 연합회는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등 피해자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번 화재 사고에 대응하는 KT 노동조합 임시 천막. (사진=박효영 기자)

이번 사고의 본질을 보면 결국 IT 사회의 통신망 안정성이 언제든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신용카드와 금융 정보망을 비롯 인터넷 환경에 익숙해지게 된 것은 90년대 후반부터지만 2009년 이후에는 전국민이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면서 더욱 심화됐다. 스마트폰을 통해 이동 중에도 정보를 송수신하고,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고, 카드결제를 하고, 모바일 학생증으로 기숙사에 들어가고, 경찰과 군 통신선으로 보안 시스템을 유지하는 등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통신망 기지국에 이상이 생기면 모든 것이 마비될 수 있다.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고 이제 곧 있으면 5G 환경이 조성될 터인데 통신망을 완전하게 보호할 시스템은 부족하다는 점이 이번 사고로 드러났다.

지하에 복잡하게 엉켜있는 각종 케이블선들. (사진=박효영 기자)
지하에 복잡하게 엉켜있는 각종 케이블선들. (사진=박효영 기자)

단적인 예로 KT와 같은 대기업 통신사가 비용을 아끼려고 통신망 관리를 소홀히 하고 관계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를 철저히 관리감독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 

KT는 3억원만 투입해서 스프링클러(자동소화 장비)를 갖춰놨다면 결과적으로 300억원(한 달치 통신요금 면제 보상액)의 손실을 초래하지 않을 수 있었다. 

통신망은 규정상 기초단체 3개 이상의 범위를 포괄하게 되면 통신시설 중요도 C급의 관리체계에 들어오게 된다. KT는 2015년 아현지사의 케이블을 원효지사(서울 용산구)의 광케이블과 연결하는 작업을 했고 이에 따라 서대문구·용산구·마포구를 포괄하게 됐다. 하지만 KT는 이 사실을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고 공적 관리체계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고 현장에는 다방면의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고 현장에는 다방면의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렇게 허술한 통신망 관리 상태에서 심지어 올해에는 경기도 고양시를 포함 6개 기초단체로 범위를 더욱 넓혔다. 그럼에도 KT는 등급변경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KT는 아현지사의 통신망을 최대치로 늘리는 사업을 완전히 마무리한 뒤 당국에 보고하려 했다는 변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민간 기업의 자진 신고에 의존하고 있는 과기부의 안일한 행태다. 과기부는 3년간 KT가 그렇게 통신망을 확대하는 동안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치면 안 되기 때문에 과기부는 급하게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크레인 장치에 올라타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크레인 장치에 올라타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영민 과기부 장관은 26일 KT 혜화 전화국에서 통신 3사 최고경영진 긴급회의를 열고 “정부와 통신사가 참여하는 TF를 가동하겠다. 이번 사고를 통해 통신사업자 뿐 아니라 정부의 유사시 대응 상황과 준비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통신은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한 삶에 중요한 공공재라는 관점에서 판단하고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다시 준비해야 한다. 재난에 대비해 통신구 안전 강화와 백업 체계 구축 등 예방 대책을 통신사와 정부가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후속 조치는 KT 만의 문제가 아니라 통신 3사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하는 중차대한 사안이고 무엇보다 KT는 복구와 피해 보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아현 통신국은 D등급이지만 서울 지역 4분의 1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 사고를 감지하고 예측하기 위해 스프링클러나 여러가지 소방 장비 그리고 백업 시스템이 마련됐어야 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통신 3사가 가진 전국 통신구 안전 점검과 시나리오별 실태 파악을 전면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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