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과 삼성 중재 합의 이후 민주당 찾아, 을지로위원회의 노력, 산업안전보건법이 통과돼야 노동자 안전권을 제대로 보장 가능해, 국가의 노동권 보호 의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07년 3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에 걸려 故 황유미씨가 사망했다. 아버지 황상기씨(63세)는 딸의 죽음을 위해 투쟁했고 전체 노동자의 안전권 차원으로 확장시켰다. 

29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황씨는 “10억원을 내가 받으면 다른 사람들은, 다른 피해자가 많이 나올 게 뻔히 추정이 가능한 건데 만약 10억원을 내가 받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하나도 안 준다는 이야기인 거다. 그럼 나만 받고 다른 사람들은 가정이 다 망하는데 치료비, 간병비, 경비 이런 것 때문에 가정 망하는데 그거 쳐다볼 수 없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황씨와 이종란 노무사는 30일 아침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만났다. 이 노무사는 황씨와 함께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을 이끌었고 삼성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얼마 전(23일) 반올림은 11년의 긴 투쟁 끝에 삼성과 합의했다.

황상기씨는 11년간 대한민국 최대 기업 삼성과 싸워오면서 끝내 승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삼성 직업병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이번 합의가 성사될 수 있도록 대화의 끈을 유지시키는데 나름의 역할을 했다. 이날 을지로위원회는 황씨와 이 노무사를 초청해 꽃다발을 전달했다. 

우원식 전 을지로위원장은 “합의되기 전까지 반올림에 접수된 백혈병 피해자가 260명 정도가 됐고 그 중에 90명이 사망하는 그런 사건이었다. 삼성이 그동안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최근 김지형 조정위원회 위원장이 중재를 잘 해서 타결됐고 그래서 타결되는 과정을 저희들이 함께 지켜봤다”며 “당에서는 문재인 대선 후보 명의로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재개할 것과 중대 재해 및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민형사상 책임을 강화하고 산업안전 알권리 보장을 위해 공약했다”고 밝혔다.

이어 “을지로위원회 중심으로 공약 이행과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합의한 내용에 따라 △LCD(액정표시장치) 작업장 직업병 피해자 조사 △피해자별 보상 절차 돌입 △500억원을 출연해 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에 센터 건립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종란 노무사와 황씨가 꽃다발을 받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황씨는 “힘겨운 싸움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중심으로 반올림이 적극적으로 대화할 수 있게끔 도와줘서 상당히 고맙다”며 “을지로위원회가 힘을 써줘서 삼성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병에 덜 걸렸거나 조금 더 안 걸리거나 조금 더 안전한 사업장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병에 걸리는 숫자는 예전에 비해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씨는 “이렇게 마냥 좋아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지금 국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출돼 있지만 통과를 못 하고 있다. 거기에 처벌 조항 하한법이 빠져있어서 얼마 전에 삼성은 또 사람이 몇 명 죽었는데도 아무런 처벌을 안 받고 그냥 넘어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환기했다.

이어 “산업안전보건법이 빨리 통과될 수 있게끔 돼야 전체 산업이나 노동자들이 좀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사업주들이 압박을 받아서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까 더 안전한 작업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노무사도 10월22일 국회 입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에는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작업장 독성물질에 대해 노동부에 보고하고 게시할 의무를 지도록 하고 있다.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만 하더라도 900여종의 물질이 있지만 성분 공개가 안 된 것이 450종이나 될 만큼 영업 비밀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의 알 권리가 박탈돼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우원식 의원은 을지로위원회를 이끌어왔던 핵심 인사다. (사진=박효영 기자)
우원식 의원은 을지로위원회를 이끌어왔던 핵심 인사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황씨는 정부와 노동 관련 정부당국에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황씨는 지난 7월24일 열린 <삼성·반올림 중재방식 합의 서명식>에서 “(삼성의 태도 못지 않게) 정부 역시도 삼성 직업병 문제에 대해서 지금까지 뭐했냐고 묻고 싶다. 삼성 노동자들이 각종 화학약품으로 병들고 죽어가는데 삼성 반도체 공장 근로감독을 하거나 처벌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가. 정부가 노동자 문제에 소홀한 점 너무너무 섭섭하다”고 밝혔다. 

실제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인정 소송 1심에서 황씨가 승소했음에도 항소를 하는 등 노동자를 철저히 외면했고 되려 삼성 편에 서 있었다. 고용노동부도 마찬가지였다. 

황씨가 언급한 보건법은 현재 소관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데 과연 앞으로 국가가 노동자들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