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시한 2일은 넘길 가능성 높아, 예산 자체에 대한 여야 합의 어렵고, 소수정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조건으로 내걸어, 소소위에서 또 결정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헌법 54조 2항에 따르면 “정부는 회계 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해 회계 연도 개시(2019년 1월2일) 90일 전(10월2일)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12월2일)까지 이를 의결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런 헌법 사항을 국회가 못 지켜왔던 관행이 매년 되풀이 됐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다.

교섭단체 정당들(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1일 밤늦게까지 비공식 회의체를 가동해 2019년 예산안 심사의 최종 협상을 이어갔다. 

1일 예결위원장실에 모인 여야 원내대표, 예결위 간사, 정책위의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법적 근거가 없는 ‘소소위’에서 각 당 지도부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이 모여 담판을 짓는 것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김성태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만나 최종 담판과 관련 여러 부분에서 논의했다. 예산안 심사의 절차를 보면 이렇게 된다. 

정부여당이 내년도 나라살림에 대한 방향 설정 →각 부처들의 논의 →기획재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해서 국회에 제출 →국회 각 상임위별 예산안 심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정당별 대정부 질의 →예결위 예산안 조정소위원회 가동 →예결위 예산안 조정소소위원회의 최종 담판(법적 근거없지만 관행처럼 운영돼왔음) →본회의 상정 및 의결 

일단 문희상 국회의장은 2일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여야 합의가 없다면 3일(월요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원안대로 상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고 실제 국회 선진화법 체제 이후 국회법 85조3 1항에 따르면 “위원회는 예산안 (중략) 심사를 매년 11월30일까지 마쳐야 한다”고 못박아 두고 있고 2항에는 “위원회가 예산안 기한까지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다.  

그동안 소위는 예산안 심사를 하다가 조금만 여야 이견이 생기면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 비공개 밀실 소소위로 여러 항목들을 넘겨왔고 이번에도 무더기로 넘겼다. 특히 이번 예산 정국에는 소위 구성을 두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는 바람에 소위가 늦게 출범했고, 4조원 세수결손을 놓고 여야가 갈등을 빚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끝내 심사 중단을 선언하는 바람에 더더욱 졸속으로 소소위에 떠넘긴 측면이 있다. 소위는 11월30일 23시57분 정부 예산안의 1차 감액 심사를 마무리했는데 1조300억원 가량 삭감됐다. 최대 쟁점은 통일부의 1조원대 남북협력기금과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예산이었다.

3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했다. 왼쪽부터 김관영 원내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홍영표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3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했다. 왼쪽부터 김관영 원내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홍영표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민주당은 법적으로 예산안이 직권상정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여야 합의가 어렵게 되면 정부 원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어서 심사 기간을 연장하자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요구에 대해 응해줄 생각이 없다. 중요한 점은 3일 본회의에서 예산안 표결이 이뤄지는 것인데 통과되기 위해서는 151석(재적의원 2분의 1)이 필요하다. 주말 협상에서 예산안 증감 규모가 합의되더라도 또 하나 주요 변수가 있다.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촉구하는 선거제도 개혁 연대를 형성하고 있고 만약 양당(민주당·한국당)이 여기에 협조하지 않으면 예산안과 연계해 절대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11월25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런 결의를 하는 3당 지도부의 기자회견이 있었고 이 자리에서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11월30일까지 (예산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법률에 따라) 본회의(12월3일)로 직권상정이 된다. 본회의에서는 151석(재적의원의 과반)이 돼야 의결할 수 있는데 3당이 빠지고 나서 (민주당이) 정족수를 충족할 방법을 찾을 수가 있겠는가. 3당도 국민 생활과 직결돼 있는 예산안을 결코 선거제도 개혁과 연계시키고 싶지 않지만 이렇게 국민들이 원하고 정치개혁의 시대적 과제인 선거제도 개혁에 지금처럼 계속 (민주당이) 무시하는 자세로 나간다면 우리가 협조할 수 없게 되고 당연히 예산안이 제대로 처리될 수 없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법 85조3 2항에서 “의장이 각 교섭단체와 합의한 경우에는” 3일 본회의가 안 열릴 수 있지만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선거제도에 대한 대타협이 없으면 또 어떻게 정국이 흘러갈지 알 수 없다.  

3당은 선거제도 개혁과 예산안을 연계해야 할 정도로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 매우 중대하다고 보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청와대에서 합의한 12가지 합의사항 가운데 선거법 문제도 들어있다”며 3당과 공조 하에 예산안 보이콧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결국 △정부 재정 투입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 좁히기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타협 두 가지가 완료돼야 예산 정국이 순탄하게 마무리될 수 있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 하면 3일 본회의에서 표결 절차가 진행되지만 3당이 비토하면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없어 예산 정국의 파행이 불가피하다. 

일단 전자의 측면에서 민주당은 당연히 정부 원안을 최대한 수호하려고 하지만 한국당은 대대적인 삭감을 하겠다는 기조로 임하고 있다. 한 해가 마무리되는 연말이지만 정치권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당장 예산 정국이 어떤 결론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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