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준과 친박계 표심 놓고 단일화 경쟁, 중립 이미지 활용하지만 계파 선택 못 받아 경력 형성, 당내 민주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도 중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4선)은 “사실 중립의 자리에 있다 보니 나를 지지하는 분들이 중립과 친박 이렇게 다양하다. 당대표 출마를 고민했는데 실질적으로 원내대표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중립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 나를 찾아와 출마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나 의원이 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원내 사령탑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나 의원은 이미 △2016년 5월(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2016년 12월(정우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두 번이나 원내 사령탑에 도전했다가 패배했었고 △2017년 12월에는 중립 후보들의 단일화를 추진(이주영·조경태·한선교)했다가 또 실패(김성태 현 한국당 원내대표)했었다. 

당권 도전을 고심하다가 원내대표 선거에 4번째 출사표를 던진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명분으로는 “무능한 문재인 정부에 대항하고 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해 당과 보수의 재건이 절실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의 폭주 때문이라는 건데 나 의원은 보수 정당의 실정으로 문재인 정부에 정당성이 너무 부여된 것에 대해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자주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나 의원이 강조한 것은 ①계파 종식 ②당내 민주화 ③정책 기능의 시스템화 ④당당한 대여투쟁 4가지다.

나 의원은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한 친이계로 불리기도 했지만 사실상 특정 계파에 속해 있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퇴장 이후 친박계와 비박계로 당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자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았던 점, 무엇보다 국정농단 정국이 한창이던 2016년 11월14일 친박계에 맞서 비상시국위원회를 결성했지만 고민 끝에 탈당하지 않고 잔류했던 점, 이러한 이력들이 중립파의 이미지를 강고하게 했다.

그러다보니 나 의원은 ① 차원에서 “그간 단 한 순간도 특정 계파의 핵심 세력으로 있지 않았다. 어느 쪽에서나 내 편이 아니라는 외면에 때론 상처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중립을 지켜왔다. 계파 종식을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네 탓이 아닌 내 탓을 해야 한다. 친박과 비박은 금기어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 의원은 친이계든 비박계든 때에 따라 큰 흐름에 올라탔었고 구체적인 처세에 따라 감행하지 않았을 뿐 본인 스스로가 중립적 위치를 소신으로 고수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비박계 복당파가 현재 당내 패권을 장악하는 형국에서 나 의원은 이들에 맞서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 한 평생 감옥에 갈 정도로 잘못했나. 국민들은 공감을 안 한다”며 친박계의 지지를 얻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했고 개혁보수신당(바른정당)의 창당에 힘을 썼다가 탈당만 감행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친박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계파의 도움이 필요한 현실에 순응하면서도 중립파의 좋은 이미지를 가져가려는 것이다. 

실제 친박계와 잔류파 중심으로 결성된 우파재건회의는 최근 나 의원을 지지한다고 성명서를 냈다. 물론 여기서 거론된 10명의 의원들 중에는 지지한다고 밝힌 바 없다고 손사레를 치고 있지만 출마 의사를 표명한 유기준 의원(4선)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당의 차기 원내대표가 사실상 2020년 총선에서 주효할 한국당의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유 의원과 나 의원이 단일화를 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강석호 의원(3선)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학용 의원(3선)을 지지한다고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비박계가 뭉쳤는데 친박계에서 이대로 보고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유 의원은 정책적 방향성이 유사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물과 기름은 섞을 수 없다”며 단일화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비박계 복당파 김영우 의원 역시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 단일화, 노선 단일화, 비전 단일화 아닌 그 어떤 계파 단일화라면 단호히 배격한다”며 완주 의지를 다졌다. 

나 의원은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김성태 원내대표 주도 아래 국민 앞에 의원들의 단체 무릎꿇기 퍼포먼스를 한 것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었다. 이처럼 지도부가 개별 의원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어떤 방향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에 대해 나 의원은 매우 비판적이다. 

즉 ②과 관련 “권위적인 원내대표, 결정사항을 통보하는 원내 지도부의 모습은 우리가 원하는 원내 지도부가 아니”라며 “상시 의원총회 개최를 통해 의원 개개인의 의견을 반영하고 모든 당론과 의사결정 과정을 민주화시켜야 한다. 박수치는 의총이 아닌 결정하는 실질적 의총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존심이 센 국회의원 개개인의 고집이 있고 그런만큼 총의를 모으기가 어렵다. 이를 조율하기 위해 매 사안마다 의총을 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원내대표를 뽑아 원내대표단을 구성하고 여기서 정무적 판단을 대신 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당의 민주성과 대표성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즉 사안마다 어떤 것을 의총에 부치고 어떤 것을 자체 판단으로 해야할지를 원내대표가 정무적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이런 책임성에 대해 나 의원이 어떻게 보고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나 의원의 중립파 이미지가 실제 계파 갈등이 치열한 한국당 의원들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나 의원의 중립파 이미지가 실제 계파 갈등이 치열한 한국당 의원들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③도 비슷한 차원인데 나 의원은 “소수 원내 지도부가 아닌 112명의 정책 전문가가 문재인 정부에 대응하는 강력한 정책 정당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④과 관련 김 원내대표는 “투쟁 전문가” “들개”를 내세워 강경 야당론을 추구했지만 나 의원은 “이제는 투쟁 2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우리끼리 만족하는 투쟁이 아닌 국민이 공감하고 여당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전략과 논리로 무장한 당당한 대여 투쟁과 대안 정당으로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대여 투쟁을 실현해야 한다”고 어필했다. 

나 의원은 출마 선언문 말미에 △충분한 대중적 인지도 △18대 때 미디어법 관철 △2011년 어려웠던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해서 패배했지만 선전 △19대 서울 동작을 보궐 선거에서 故 노회찬 전 의원을 상대로 힘겹게 승리 △평생 공직과 공적 업무에 종사 등 자신의 여러 강점들을 나열했다. 

나 의원이 4수 끝에 원내 지도부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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