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㉘] 이해찬과 정동영의 ‘대치’
[선거제도 개편㉘] 이해찬과 정동영의 ‘대치’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12.0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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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3당의 전략, 이해찬 대표의 역정, 정동영 대표 불편해도 현실적 의석수로 압박, 김성태 원내대표도 연동형에 동의하고 민주당 압박, 문 대통령과의 담판, 예산안 연계 전략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유감스러운 것은 내년 예산안을 선거구제와 연계시켜서 통과시키겠다는 얘기를 듣고서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며 역정을 냈다.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3일 점심 시간에 열린 초월회(5당 대표의 월례 모임)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두고 여당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정면 충돌했다. 

이번에 열린 초월회에는 선거제도 문제로 유독 긴장감이 흘렀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해찬 대표 입장에서 안 그래도 자유한국당의 예산 정국 비협조로 힘겨운데 3당까지 나서서 보이콧을 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으니 몹시 불편할 수밖에 없다.

“내가 30년 정치를 했는데 선거구제를 예산안과 연계시켜서 통과시키자고 하는 것은 처음 봤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기 계신 당대표들에게 다시 말씀드리는데 정말로 내년 예산을 선거구제와 연계시킬 것인지 분명하게 답변을 해주길 바란다. 국민들이 이걸 가지고 얼마나 노하겠는가. 어떻게 국민 예산을 선거구제와 연계시킨다는 말인가. 연계시킬 것을 가지고 연계시켜야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그러고 선거구제를 논의해야지 이렇게 연계시켜서 언제까지 연계시킬 것인가. 이렇게 연계시킬 것 같으면 선거구제를 논의할 필요도 없다. 이상이다.”

이해찬 대표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자 11월12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최초로 예산안 연계 아이디어를 제시했던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예산 중요하다. 법정시한 12월2일과 정기국회 기한 12월9일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국민 주권 다시 찾아서 당당하게 내가 나를 대표한다고 말했던 그 촛불 민심을 부응해서 죽은 내 표를 찾아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도 개혁은 동시에 처리돼야 한다. 물론 이해찬 대표의 책임감은 이해하지만 민주당 130석 가지고 470조 예산 처리 못 하는 것은 현실 아닌가. 3당은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도 개혁을 동시 처리하자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미 안은 나와 있다. 결단하면 된다”며 이해찬 대표의 반발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해찬 대표는 그동안 나름의 쌓여있는 불만을 다 드러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해찬 대표는 그동안 나름의 쌓여있는 불만을 다 드러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다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말씀하신다. 이게 구체적으로 시행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가 하는 실행 방안에 대해서 이제는 이야기가 진전돼야 한다. 지금 12월인데 이제 겨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좋은 방안이라는 데까지 논의됐다”며 “나도 국회의원 한 사람으로서 국민들의 예산을 다루는 문제가 정말 중요하고 긴급하다는 데 뜻을 같이 한다. 법정시한을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소신과 원칙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선거제도 문제도 이만큼 긴급한 일이라는 것을 왜 국회가 자각하고 있지 못 한지 안타깝다”며 이해찬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내년 4월에 선거구 획정이 돼야 하고 그러려면 적어도 올해 연말까지 구체적인 선거제도 방안이 합의가 돼야 한다. 그런데 이 일은 잘 되지 않는 일, 합의가 쉽지 않은 일 이렇게 치부하고 자꾸 뒷전으로 미루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예산안 만큼이나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것은 우리 정치의 백년지대계를 세우는 일이고 지금이야말로 그 일을 이룰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두 가지 문제를 이번 정기국회 마무리될 때까지 함께 처리하자. 한 가지만 먼저 처리하려다 보면 더 어려울 수 있다. 두 가지를 함께 처리할 때 오히려 속도가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정미 대표는 이제 큰 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했으니 구체적인 안을 놓고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정미 대표는 이제 큰 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했으니 구체적인 안을 놓고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정미 대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예산안은 예산안이고 선거구제는 선거구제고 이 선거구제는 아마 쉽게 논의가 안 될 것 같다. 그래서 아마 예산안과 연계를 시키겠다고 하는 것 같은데 국민 입장에서는 실제로 지금 그렇게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을 것 같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사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길게 보면 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본격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개선안을 제안했을 때였다. 올초부터 3당을 넘어서 원내외 7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우리미래)과 진보적 시민사회는 양당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압박해왔다.

하지만 양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3~4인 선거구제를 쪼갰듯이 정치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머뭇거리자 3당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특히 이해찬 대표는 7~8월 당권 선거 기간에 △개헌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개혁 논의 연동 △의원정수 감축 두 가지를 명분으로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했었고 여기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표현을 자주 구사하지만 개헌 연동론을 자꾸 내세워 선거제도 개혁의 흐름을 더디게 만들었다. 

심지어 한국당은 논의 테이블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명단을 제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훼방을 놨었다.

이 와중에 지난 11월16일 문 의장과 5당 대표의 부부 회동 때 이해찬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3당의 쌓였던 불만이 폭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동영 대표는 예산안과 선거제도 개혁을 연계하는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안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시 이해찬 대표는 “지금 논의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르면 제1당은 차지할 의석을 지역구 당선자로 다 채울 수 있기 때문에 비례대표를 많이 가지기 어렵다. 그럴 경우 직능성과 전문성을 가진 비례대표의 영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제1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이 연동되지 않는 현행 병립형 선거제도 하에서는 둘 다 먹을 수 있는데 정당 득표율로 확보 의석이 픽스되면 후자를 많이 차지할 수 없다는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3당이 사활을 거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것인데 이에 3당은 발끈했고 11월25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 대표의 전략을 공식화했다. 

이런 기조 하에 3당은 본회의장 입구 앞 로텐더홀에서 수 차례 촉구대회를 열었는데 11월29일 열린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3당이 국회 로텐더홀에 모여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한데 대해 한국당도 원칙적으로 동감과 공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 언급에 대해 초월회에서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3당의 주장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주신 것을 환영한다. 그렇다면 이제 장벽은 없는 것”이라며 민주당만 남았다고 압박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개헌을 하자고 하다가도 정작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자고 하니까 뒤로 슬쩍 발을 빼고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나서서 선거구제를 바꾸자고 하다가 막상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자고 하니까 슬그머니 뒤로 꽁무니를 빼는 민주당은 이쯤 되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못 할 지경”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이번에 출국할 때(11월27일) 공항에서 민주당 지도부에게 이번에는 꼭 선거구제 개편해야 된다는 그런 립서비스를 하지 마라. 하려면 똑바로 3당이 주장하는 내용을 민주당부터 먼저 수용하는 그런 자세를 보여야 되는 것이지 대통령은 립서비스 하고 민주당은 말장난한다”고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선거제도에 대해 논의 흐름이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론을 부각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3당은 현재 ①집회·시위·농성 ②예산안 등 현안과 연계 ③문 대통령과의 탑다운 담판 3가지 카드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태세 준비를 하고 있다. 

3일 15시 3당 원내대표(김관영·장병완·윤소하)와 원내수석부대표(유의동·최경환·추혜선)는 회동을 갖고 여러 전략에 대해 논의했는데 아직 ① 차원에서 로텐더홀 시위, 국회 앞 천막 농성, 청와대 앞 집회를 모색하는 것에만 머물러있다.

3당 중 유일한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은 현재 예산안 협상 테이블(이혜훈 의원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를 맡고 있음)에 참여하고 있고 민주당이 중점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치원 3법을 논의하는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임재훈 의원이 간사)에서도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당위적인 촉구는 하루 이틀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실력행사가 이뤄질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바른미래당의 결단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바른미래당이 나머지 2당(평화당·정의당) 만큼 실력행사를 할 의지가 있느냐가 관건인데 대응 수위를 두고 미묘한 입장차가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3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들이 현재 치열하게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3일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입장에서도 해야 한다. 결국 김관영 원내대표의 의지가 중요하다. 며칠 안 남았으니 예산안을 가지고 압박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예산안으로 실력행사를 하자는 당내 의원들 여론이) 있긴 있다. 절대 온건하게 그러지 않는다. 절대 온건하지 않는데 방법에 대해서는 조금 더 예산안으로 걸었으면 좋긴 하겠지만 의원들마다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사실상 지도부가 정해서 우리 이렇게 하자고 알려줘야 하는 부분이다. 뭔가 도전적이고 정확하게 플랜으로 볼만한 게 아직까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4일 아침 열린 의원총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이 민생과 직결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지만 선거제도도 정치 구조를 바꾸는 일이고 더 절박하다. 어제 (다른 정당 원내대표들과) 계속 만났다. 만나서 예산과 선거제도 개편 얘기도 계속 하고 있다. 저녁 먹으면서도 2시간 얘기했다. 나는 오늘 국회에서 (예산안 논의를 위해) 자려고 한다. 일단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로텐더홀 농성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직후 김 수석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총 중에) 예산안 연계에 대한 여러 얘기가 나왔는데 대표와 원내대표는 연계하자고 그랬다. 일부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하자고 그랬다. 반대하는 분들도 있었다. 의견이 분분했다. (반대 의원들의 입장은) 국민적 공감대가 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선거제도 개혁은 그 자체로) 사실 민생과 직결되는 문제는 아니니까.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다. 우려. 사실 (예산안과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우려를 하는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면 가능한데 정병국 의원은 과거 오세훈법(정치자금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대를 얻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일부 의원들이 우려를 하니까 결론을 내지는 못 했다”고 전했다. 

민주평화당은 현재 국회 정문 앞에 천막 농성을 설치하고 관철될 때까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평화당은 현재 국회 정문 앞에 천막 농성을 설치하고 관철될 때까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해찬 대표는 아무래도 민주당의 현역 의원들이 각기 갖고 있는 볼멘소리에 묶여있다 보니 전향적으로 나오기 어렵고 그런만큼 3당은 ③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부분도 있다. 당장 문 대통령이 귀국하면 바로 5당 대표 회동을 하자고 공식 제안을 해놓은 상태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오늘 밤(4일)에 귀국한다고 그런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저희가 전했다. 5당 당대표 회동을 하자고 그랬고 3당의 돌아가는 얘기를 어제도 만났고 오늘도 만나서 전했다. 한 수석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대통령께 전해드리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전략과 관련 정 대표는 “대통령께서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고 선거제도 개혁을 하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링컨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를 최근 자주 언급하고 있다. 

남북으로 쪼개진 미국 대륙을 통일시키기 위해서 링컨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을 쉴새 없이 만나고 회유해서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는 것이고,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권력의 반을 내주더라도(대연정 제안) 선거제도 개혁을 하고 싶다면서 승부수를 던졌었다는 것이다. 

이해찬 대표와 정동영 대표의 치열한 정치 싸움이 어떤 결론을 맺을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렇다면 만약 ③이 현실화 됐을 때 각론으로 들어가 5당이 어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를 이룰 것인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서 3일 저녁 정개특위 1소위 간사단(김종민·김학용·김성식)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그동안 논의된 3가지 안을 제시했다.

△A안은 정수를 유지한 채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남은 지역구 선거는 소선거구제로 치르는 것이다. 
△B안은 정수를 유지한 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되 절반은 연동하고 절반은 연동하지 않는 형태이고 나머지 지역구 선거는 도농복합 선거구제로 치른다. 
△C안은 정수를 330석으로 증원하되 220(지역구) 대 110(비례대표)으로 비율을 맞추고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지역구 선거는 소선거구제로 치르는 것이다. 

사실상 3당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모델은 C안에 가장 가깝다. 

정 대표는 “300석 대결국회, 투쟁국회보다는 시민사회와 학계가 공동으로 제안했던 360석 개혁국회, 360석 민생국회, 360석 합의제 민주주의 국회 이것이 우리 국민의 삶을 살리는 길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②과 ③이 현실화 됐을 때 정국의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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