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책임자로서 소신 공방, 야당은 소신 없어, 여당은 적임자, 4대 정책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정부의 아픈 고리가 바로 경제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고 스스로 규정하고 있지만 그에 맞는 개혁 정책이 자꾸 더뎌지는 배경에도 민생 경제의 어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홍남기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4일 국회에서 홍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열렸고 일종의 소신있는 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홍남기 후보자는 경제 정책과 관련 4대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야당으로부터 소신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야당은 경제가 엉망인데 홍 후보자가 기존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전환의 기미가 전혀 없이 “예스맨”, “청와대 바지사장” 역할을 할 것이라고 몰아붙였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손발을 맞춰봤던 만큼 “정책 기획력과 조정 능력이 뛰어나다”며 기존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할 적임자라고 엄호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스스로 경제통인 만큼 현재 위기에 대응할만한 “홍남기표 경제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홍 후보자는 “지금 상황에서 나만의 독창적인 정책을 새롭게 제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제가 어려운데 돌파구를 만들어갈 내 의지를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홍 후보자가 “경제 문제는 부총리가 팀장으로 책임지고 이끌겠다는 의지가 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도 그렇게 협조가 됐다”고 강조했는데 김 의원은 “지금 국민들이 듣고자 하는 것은 추상적 용어의 열거가 아니다. 어떻게 경제를 좀 더 낫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경제 정책들을 후보자로부터 잘 들을 수 없었다. 이런 것을 후보자가 제대로 제시하지 못 하면 (경제 사령탑으로서) 원톱은 커녕 원 오브 뎀 밖에 되지 못 한다는 우려를 알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도 “김동연 부총리가 청와대와 각을 세우니 말을 잘 듣는 예스맨인 홍 후보자를 임명했다는 평가가 있다. 우리 경제가 왜 잘못됐는지 소신을 갖고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경원 의원은 “부총리 교체로 우리 경제의 희망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해봤는데 홍 후보자의 발언을 보니 결국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번 인사에서는 홍 후보자를 원톱이라고 얘기하지만 시중에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히든 원톱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특히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사전에 홍 후보자로부터 서면 질의 답변서를 받아 봤다면서 “시장에서 경제 정책이 달라지지 않으면 왜 부총리를 교체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홍 후보자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기조는 유지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 후보자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기조는 유지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단순히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포기하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문재인 대통령도 납득할만한 경제 복안이 있느냐는 야당의 끝없는 지적에 홍 후보자는 “나도 공직 생활을 33년 하면서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소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아프게 생각한다. 소통을 강화해 내가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홍 후보자의 역량을 부각했다.

김정우 민주당 의원은 “신뢰를 유지하려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중요하다. 부총리가 바뀐다고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 안 된다”고 말했고 심기준 민주당 의원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과 양극화의 구조적인 문제를 풀고 포용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홍 후보자가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으로 재임할 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입법 실무를 책임졌고 국무조정실장 때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에 앞장섰다. 규제 혁신의 적임자”라며 칭찬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도 “홍 후보자는 공적 개발 원조사업을 설계하고 청와대에서 국정기획 전반을 조율하는 등 행정 경험의 폭이 넓고 경제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 기획력과 조정능력이 있다. 지난 보수 정부 7년간 추락한 성장 잠재력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홍 후보자의 경제 정책 운용 방향은 큰 틀에서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 3가지 시그니처 경제 기조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전방위적 경제 활력 제고 △경제 체질 개선 및 구조개혁 △경제 사회의 포용성 강화 △미래 대비 투자와 준비 4가지의 방향성으로 압축될 수 있다. 

포용성 강화와 관련 구체적으로 홍 후보자는 아동수당 확대·기초연금 지원 확대·한국형 실업부조 제도 도입 등을 거론했다.

홍 후보자는 모두발언을 통해 “시장 수용성과 지불 여력, 경제 파급 영향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도록 하겠다. 당장 내년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도 적극 모색하겠다. 시장 기대에 비해 속도가 빨랐다고 지적된 정책은 의지를 갖고 보완해 가겠다”며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 힘을 실었다. 

경제 전반의 흐름에 관해서는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와 수출 등이 견조한 흐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고용·분배 지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민생 경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성장 잠재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내년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며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 우리 경제 주체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소비자심리지수나 기업경기실사지수와 같은 경제심리 지표의 하락에 큰 염려를 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향후 대한민국 경제 정책을 총괄하게 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야당이 줄기차게 거론해왔던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시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홍 후보자는 “경제 활력의 주역은 민간이고 정부는 지원자다. 민간 투자 계획 중 애로가 있는 사업은 정부가 앞장서 대안을 찾고 규제를 돌파하겠다. 경제 장관 회의를 한시적으로 경제 활력 대책회의로 바꿔 운영하는 등 경제 활력을 되찾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작업에 경제팀의 일차적 역량이 집중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미래 산업에 대비하는 혁신성장에 대해서는 “미래차, 핀테크, 스마트 팩토리, 바이오헬스 분야의 가시적인 선도 수요가 창출되도록 하고 창업의 생태계 사슬도 보강하겠다. 이를 위해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핵심 규제부터 개인에게 절벽과 같은 소규제까지 현장에서 변화가 확연히 나타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 경제협력 시대를 맞아 “사전 준비 작업과 실효성 있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 재구조화”를 강조했다. 

보수 야당이 강조하고 있는 노동 개혁 문제와 관련해서는 “먼저 고용안정성을 촘촘히 다져나가고 그 위에서 노동 유연성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발언했다.

한편, 민주당 산하 민생경제연석회의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 기구가 있는데 홍 후보자는 경제 주체들과의 소통과 관련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민간의 3축과 매주 또는 격주로 소통 라운드 테이블을 갖는 1, 2, 3 소통도 적극 실천하겠다. 국회와도 각별히 소통하고 대통령께도 격주 보고 정례화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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