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과 대만의 닮은꼴 정치
[칼럼] 한국과 대만의 닮은꼴 정치
  • 전대열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2.0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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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大記者.전북대 초빙교수(자료사진)
전 대 열 大記者.전북대 초빙교수

[중앙뉴스=전대열] 38년 만에 대만을 찾았다. 흔히 한국을 가리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고 말하지만 대만 역시 중국과의 분단국임이 분명하다. 그 밖에도 내전과 종교 갈등으로 사실상 분단 상태에 있는 나라들이 꽤 많다.

대만은 섬이지만 인구2천3백만에 세계22위를 자랑하는 경제대국의 면모를 갖춘 지 오래다. 모택동에게 쫓겨나기는 했지만 고질적인 부패를 일소하고 경제를 부흥시켰으며 이른바 양안(兩岸) 전쟁에서 밀리지 않고 굳세게 나라를 지켜내고 있다.

필자는 타이페이 도착 즉시 우리의 현충원격인 충열사(忠烈祠)를 참배했다. 충열사에는 최병우기자의 위패가 안치되어 있다.

그는 목포출신으로 한국일보 기자였는데 1958년 중국이 금문도에 하루 47만발의 폭탄을 터트리며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을 때 특파원으로 파견되었다가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대만 일본 기자들과 함께 순직한 종군기자다.

그는 언론인으로서 관훈클럽을 창설하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었으며 기자정신의 정수를 보여줘 60년이 지났어도 언론인들의 존경을 받는다.

대만의 인종 분포는 원주민과 본성인(本省人) 그리고 외성인(外省人)으로 나뉜다. ‘49년 장개석이 들어오기 전에 대만에 들어온 한족들을 본성인, 장개석과 함께 들어온 사람이 외성인이다.

장개석은 막강한 군대를 데리고 왔기 때문에 일거에 대만을 장악하고 50년 동안 비상계엄령 하에 강력한 독재정치를 시행한다. 대륙에 있을 때 썩을 대로 썩었던 관료를 내치고 엄격한 청정정치를 펼쳤다.

그 일화 중의 하나가 부정부패를 저지른 고위 공직자를 비행기에 태워서 바다에 던져버렸다는 것과 장개석의 며느리가 부패에 휘말리자 잘 포장된 선물을 보냈는데 그 안에는 탄알이 장전된 권총이 들어 있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했다는 식이다.

사실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부패 때문에 대륙을 빼앗긴 지도자의 절치부심의 일환이다. 장개석은 상해임시정부에 대해서 별로 탐탁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던 사람인데 때마침 1929년 4월 29일 상해 홍구공원(현 루신공원)에서 거행된 일본 천장절 행사를 폭탄으로 응징한 윤봉길의사의 장엄한 거사가 성공했다.

“4억 인구가 해내지 못한 일을 조선인 혼자서 해냈다”고 극찬하면서 임시정부를 도와 중경에 안착할 때까지 많은 편의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그가 총통으로 사망한 후 아들인 장경국이 뒤를 이었으며 그 뒤 이등휘가 등장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 지속되는 국민당 정부에 싫증을 느낀 대만국민들은 2000년 대선에서 민주진보당의 천수이벤을 총통으로 선출한다. 모처럼의 정권교체다.

천수이벤이 국민당 후보인 레잔을 꺽은 것은 한국에서 한나라당의 이회창을 이긴 김대중과 비교된다. 뿌리 깊은 보수정당을 뒤엎고 진보정당이 등장한 것이다.

이 뒤집기는 단임제인 한국에서 노무현이 김대중의 뒤를 이으며 진보정당 정권을 10년 유지한 것과 중임제인 대만에서 천수이벤이 8년을 집권한 것과 너무 흡사하다.

그 뒤 노무현을 끝으로 보수정당에서 이명박과 박근혜가 번갈아가며 정권을 이어받은 한국과 천수이벤의 민진당을 이긴 마잉주가 국민당으로 정권을 되찾은 것도 닮은꼴이다.

게다가 문재인이 당선하여 진보의 기치를 높이 든 한국과 차이잉원이 총통으로 선출된 대만의 민진당은 보수우익과 진보좌익이 정권을 주고받으며 건전한 경쟁체제를 유지해간다는 점에서 양국의 민주주의 발전상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한국의 문재인은 촛불로 무장한 시민들에 에워싸여 얼결에 대통령이 되었으나 북한과의 평화공세로 일약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핵을 가진 김정은을 만나 비핵화를 주장하고 미국 트럼프대통령과의 싱가포르회담을 주선하는 등 국제사회에 김정은을 등장시켜 북핵 폐기에 한 발짝씩 다가서고 있다. 특히 군사합의로 휴전선의 초소를 동시에 철거하는 등 남북관계는 어느 때보다도 좋은 형편이다.

다만 내치에서는 실업과 경제난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환경오염을 내건 단체의 주장에 휩쓸려 잘 나가던 원전을 내치면서 새 에너지로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밀어주고 있으나 전망이 밝은 편은 아니다. 한편 대만에서는 차이잉원총통이 대만독립을 외쳐 중국과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보수정당인 국민당이 중국과의 관계를 대폭완화하고 우편, 경제, 해운항공의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하는 이른바 3통(三通)을 실현시킨 것과 크게 대비되는 장면이다.

지금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통일만 되지 않았을 뿐 모든 면에서 개방되어 있다. 차이잉원은 탈원전을 정책기조로 했으나 국민투표에서 패배하여 원전은 과거대로 돌아갈 예정이다. 게다가 대승을 거머쥔 한국의 진보정당과 달리 지방선거에서 차이잉원은 대패를 면치 못하여 내후년 대선이 불리해졌다.

대만은 지금 한류(韓流)열풍이다. 오해하지 말라. 여기서 한류는 방탄소년단의 한류가 아니라 대만 제2의 도시 고웅(高雄)시장에 당선한 국민당 한국유(韓國瑜)의 성을 딴 한류다. 그는 진보파의 아성인 고웅시를 먹었다. 신문과 방송은 그를 톱으로 보도하는데 열중이다.

서점에서도 그의 이름을 딴 책은 불티난다. 그동안 닮은꼴 정치를 펴왔던 한국과 대만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북화해와 양안관계가 어떻게 변모할 수 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모든 것은 국민들의 뜻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당위성만은 꼭 지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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