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의 한 대목 본회의 의결만 남겨둬, 조응천 의원의 지적이 있었지만 법사위 분위기는 원안대로, 국민 여론 주효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지난 11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 강화)의 한 대목(특정범죄가중법)이 통과됐는데 5일 오전 나머지(도로교통법)도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넘어섰고 이제 본회의 의결만 남겨둔 상태가 됐다. 

특정범죄가중법 대목은 음주운전 범죄로 사람이 사망했을 때 형량의 하한선을 징역 3년으로 높이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이번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좀 더 실질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윤창호법은 면허정지 기준 혈중알콜농도 0.05%를 0.03%로 낮추고 면허 취소 기준도 0.1%에서 0.08%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는 음주운전 3회 적발시 가중 처벌이 됐었는데 이제는 2회로 줄었다.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이틀에 걸쳐 합의된 안은 故 윤창호씨(23세) 친구들(김민진·김주환·박주연·손현수·손희원·예지희·이소연·이영광·윤지환·진태경​)이 성안안 원안 보다 더욱 강화됐는데 법사위는 결과적으로 이를 그대로 통과시켰다.

음주 수치 기준에 따른 처벌 강도. (자료=박효영 기자)
음주운전으로 면허를 잃었을 때 재취득 기간도 엄격하게 했다. (자료=박효영 기자)

물론 이견도 있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음주운전 조항에 대한 양형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전폭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사람에 대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이렇게 하한선을 다 규정해 놨다. 하한을 해놓는 것은 상한을 10~20년 올리는 것과는 또 다른 엄청난 변화이고 다른 법에 유사 범죄와의 형평성을 좀 가려서 체계상 문제가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 같다. 하한은 2년 이상 올려버리면 다른 범죄들과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것은 차분하게 살펴보고 심의해도 늦지 않다. 한번 정해놓으면 바꾸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회의에 참석한 민갑룡 경찰청장은 “현재도 법정형이 1년 이상으로 돼 있는데 그걸 음주운전 수치 농도에 따라 형평에 맞게 조정한 것이다. 이번 본회의에서 통과된 위험운전 치사죄의의 경우 하한이 3년 이상으로 상향됐다. 그 부분들까지 고려해서 형평성을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학수고대하는 법이라 이번에 꼭 입법됐으면 한다”고 밝혔고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금 우리나라 음주운전 양형기준이 굉장히 미흡하다. 법원이 양형 기준을 합리적으로 정하지 않았기에 음주운전 재범율이 50% 가까이 된다. 때문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원안대로 통과하는 것이 맞다”며 힘을 실어줬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도 “국민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고 범죄 유형별 형평성보다 음주운전 자체에 대한 국가적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훨씬 더 높은 상황이다. 오늘 꼭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못을 박았다. 

결국 조 의원은 “국민들이 원하고 있다고 말씀하는데 국회의원이 그것을 거부할 명분은 없을 것이다. 다만 시행 과정에서 문제가 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세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윤창호법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키자고 주장했던 채이배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윤창호법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키자고 주장했던 채이배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 흐름에 따라 원안대로 법안을 통과시켰으면 하는 바람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 흐름에 따라 원안대로 법안을 통과시켰으면 하는 바람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채 의원은 기자와의 메시지 교환을 통해 “조 의원이 (계속 이견을 제시해서) 잡았다가 나와 (같은 당) 오신환 의원이 (원안대로) 통과시키자고 주장해서 조 의원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만약 조 의원의 논리가 받아들여졌다면 윤창호법은 타 상임위 법안의 자구와 체계를 심사하는 법사위 2소위로 회부됐을 것이고 7일 예정된 본회의 처리는 난망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국민 여론의 압박으로 인해 법사위의 분위기가 그렇게 형성됐고 7일 통과가 가능하게 됐다.

궁극적으로 9월25일 윤씨가 비극적인 범죄를 당한 이후 석 달도 되기 전에 국가 법 제도가 바뀌게 됐다. 

그동안 친구들은 각자 역할 분담을 통해 △관계 법률과 음주운전 제반 정책에 대한 연구 △청와대 청원글 개시 △국회의원 이메일 발송 △음주운전 예방 뱃지 제작 △공식 블로그 운영 △정치인 면담 △세미나 개최 △서명운동 △언론 대응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고 그 진정성이 세상을 움직였다. 

지난 11월27일 친구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 대국민 서명운동 자료를 전달했다. 이미 법안 통과가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좀 더 빨리 원안대로 의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치권에게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윤창호법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빠르게 통과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친구들은 그것과는 별개로 정치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니던 대학교까지 휴학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김민진씨는 11월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주권자인 국민의 대다수가 요구하더라도 언제든지 이를 무시하고 늑장 부릴 수 있는 구조다. 국회에 무쟁점 법안과 쟁점 법안이 분리돼야 하는데 무쟁점 법안인 민생 법안들이 국회에서는 협상의 담보로 잡힌다. 여야간 다툼이 있을 때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 국민의 안위는 협상을 위한 담보 따위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란 걸 이번에 뼈저리게 깨달았다”며 정치권의 비민주성을 꼬집었다. 

이영광씨는 “이번 일을 겪고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은 아주 많은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의원들 실수 하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의원 한 분의 노력이 수천 명을 살릴 수도 수만 명을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 큰 능력을 멋진 뜻을 갖고 적극적으로 써달라. 억울한 국민이 생기지 않고 행복한 국민이 늘 수 있도록 올바르게 써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친구들은 윤창호법을 대표 발의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과 함께 향후 ‘윤창호법 2’를 제정하기 위해 국회에 음주운전 근절을 모색하는 임의 단체 설립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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