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정치 행보 재개, 현안에 목소리 낼 예정, 바른미래당에서 괴로움 있지만 한국당 상황도 부정적으로 관측, 선거제도와 예산안 연계는 문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새누리당에서 가장 늦게 탈당했고 바른정당의 당대표를 맡아 죽음의 계곡을 건너더라도 끝까지 남겠다고 했던 유승민 의원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바른미래당을 창업한 대주주이자 전임 당대표였던 유 의원은 7일 서울대 특강에서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내가 생각하는 개혁 보수와 바른미래당이 가는 길이 초점이랄까 방향이 조금 맞지 않다는 괴로움이 있다. 바른미래당에서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 왼쪽도 오른쪽도 아니고 중도라고 이야기하는 분들과 안보와 경제, 복지에 대해 생각을 같이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괴롭다”고 밝혔다.

최근 유승민 의원은 대학 강연을 통해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유승민 의원은 대학 강연을 통해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무엇보다 선명한 당의 철학을 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차원에서 “당이 어디로 가는지 밝히지도 않은 채 자유한국당을 대체하겠다고 하면 안 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6.13 지방선거에서 공동대표로서 바른미래당을 이끌었지만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바로 사퇴했다. 의원총회를 비롯 당의 어떤 행사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던 유 의원은 최근 들어 대학 강연을 통해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오는 17일 예정된 대구 현장 최고위원 회의에도 참석할 계획이다. 

유 의원은 “정치인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며 더 이상 조용히 있지 않고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점을 공언했다.

스스로 규정하는 개혁 보수에 대해서는 “야당 시절에 정치에 뛰어들어 보수정당에 계속 있었는데 지금도 진보의 합리적인 가치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보수도 시대에 맞게 새로운 보수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경제 문제에 대한 특강을 주로 진행하고 있는 유 의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학재 의원을 비롯 바른정당 출신파 몇몇이 계속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다는 설이 퍼지고 있는데 유 의원은 이에 대해 이 의원에게 직접 고민을 들은 것 외에는 나머지는 사실이 아니라고 명확히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현재 바른미래당과의 불협화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분명 사실이다. 

즉 “바른미래당에 몸담고 있지만 제일 답답하고 아쉬운 것은 우리가 가는 길이 뭐냐는 것이고 정당은 정치적 결사체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선거에 나가 이기려고 노력하는 건데 바른미래당이 하나의 정치적 결사체로서 정체성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당의 모습에 대해 절대 우호적으로 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유 의원은 “(한국당의) 지지도가 올라간다고 하니까 이 사람들이 더 정신을 못 차리고 안 바뀌는 측면이 있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우리 정치가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내 길을 찾아보겠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불구속 결의안 사태 관련) 그 자체에 대해 평가하기보다 그동안 보수 정치권과 한국당이 친이·친박·비박 등 계파로 나뉘어 과거 문제로 갈등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건강한 보수의 재건을 위해 과거보다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결국 유 의원은 국정농단과 탄핵 이후 새로운 보수를 위해 길을 가고 있는데 바른미래당이나 한국당 모두 자신의 성에 차지 않아서 답답해하고 있는 것이다. 

유 의원은 경제 철학과 관련해서는 따듯한 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적극적인 복지 정책을 주장함과 동시에 4차 산업혁명 등 최첨단 IT 기술을 활용한 청년 창업이 장려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드는 혁신 성장론을 주장하고 있다. 안보에 관해서는 상호주의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는 그 어떤 인센티브도 쉽게 제공하면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본인의 정책과 철학을 바탕으로 개혁 보수의 세력을 어떻게 모아서 향후 정치적 행보를 밟아나갈지 당분간 유 의원의 고심은 깊어질 것 같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손학규 대표를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들은 유 의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유 의원은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선거제도 개혁과 예산안 동시 처리 전략을 고수하다가 끝내 양당(더불어민주당·한국당)이 예산안을 강행 통과시킨 점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유 의원은 특강 시작 전 기자들을 만나서 “당초 당 안에 예산안과 선거제를 연계하는 문제에 의견이 엇갈렸는데 나도 예산안은 예산안대로 심의하는 게 맞지 않나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부분은 선거제도에 대해 한국당이나 민주당이 원내대표들끼리 약속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정기국회 막바지에 이렇게 서로 간에 신뢰가 깨지게 한 양당의 책임에 대해서는 나도 비판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특강이 끝나고 단식 농성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 로텐더홀로 간 유 의원은 “갑자기 단식해서 깜짝 놀랐다. 단식은 너무 힘든 방법 같아서 말리고 싶었다. 단식 빨리 좀 안 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교섭단체 3당(더불어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국민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를 언제까지 어떻게 꼭 만들겠다는 원칙적 합의라도 해서 예산은 예산대로 오늘 빨리 처리하면 좋겠다. 본회의 참석 여부는 당의 방침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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