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선 탈선 규모는 컸지만 다행히도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아, 연이은 KTX 고장과 사고, 코레일의 관리 소홀, 5년 7개월 간 661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최근 들어 잦은 KTX 사고에 이어 강릉선 탈선(8일 아침)까지 벌어지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끝내 고개 숙여 사과했다.

김 장관은 9일 오전 탈선 사고 현장을 찾아 “이런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린다”며 “국회에서도 코레일 사장이 두 번이나 국민께 사과하고 사흘 전에는 국무총리가 코레일 본사를 찾아 강하게 질책하고 사고 재발을 막아달라고 지시했음에도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 저희로서도 더는 이런 상황들을 좌시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국토부가 최근 코레일의 정비 실태나 사고 대처 등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는데 또 이런 사고가 발생해 더 변명의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으로부터 사고 브리핑을 듣고 있는 김현미 장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장관은 복구 작업이 한창인 현장에서 오영식 코레일 사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들었고 “이번 일로 코레일에 대한 국민 신뢰가 더는 물러설 수 없을 만큼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방금 코레일이 선로 전환기 회선이 잘못 연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는데 언제부터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또 잘못된 일이 있었다면 왜 지금까지 시정되지 않았는지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근본적인 진단을 내달라. 그 결과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문책성 발언을 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오 사장을 비롯 국토부 철도 담당 및 철도시설공단 책임자에 대한 문책 인사를 예고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KTX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 5일 이낙연 국무총리도 코레일 대전 본사를 찾아 “국민의 불만과 불신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게 사고대응 매뉴얼, 유지관리 체계, 직원훈련 등을 재정비해 철도안전 대책 개선 방안을 준비하고 대책 발표 전에 전문가 의견을 미리 청취해서 국민 감수성에 부합하도록 세심히 노력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코레일의 종합적 관리 부실에 대해 이낙연 총리는 질책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코레일의 종합적 관리 부실에 대해 이낙연 총리는 질책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3주간 발생한 KTX 사고·고장만 10건이고 강릉선 탈선 사고가 일어났던 8일 6시49분에는 동대구역에서 출발한 서울행 KTX가 갑자기 멈춰 승객들은 30분이나 기다렸고 대구역에 겨우 다다른 뒤 다음 열차로 갈아탈 수 있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근래 5년 7개월 동안 무려 661건의 사고·고장(2013년 150건/2014년 137건/2015년 99건/2016년 106건/2017년 118건/~2018년 7월 51건)이 발생했고 올해 고장 원인을 살펴봤을 때 △부품요인(22건) △제작 결함(16건) △인적요인에 따른 정비 소홀(5건) △기타(8건) 등으로 조사됐다.

여러 구간의 KTX 개통 흐름에 따라 생겨난 강릉선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맞물려 큰 관심을 받았고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직접 타보기도 했다.

그러한 의미가 있지만 김 장관은 “이번 사고로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의 운영 시스템이 얼마나 정밀하지 못 했는지 드러났다.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함께 응분의 책임을 지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국민 앞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며 “우리가 다른 나라에 철도 수주를 하겠다거나 남북 철도를 연결하겠다거나 이런 큰 꿈을 갖고 진행하고 있지만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새로운 사업을 수주하겠다고 말하는 게 민망스럽다. 완벽한 수습을 통해 대한민국 철도 수준을 신뢰할 수 없다는 실망을 주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탈선해서 처참하게 구부러진 KTX 열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승객들의 탈출을 돕고 있는 군인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탈선 사고는 8일 7시반 강릉에서 서울로 출발한지 5분만에 발생했고 다행히도 승객 197명이 타고 있었지만 가벼운 부상자 15명에 그쳤다. 그동안 일어났던 탈선 사고들 중에 가장 규모는 컸지만 긴 열차의 객차 구역이 선로를 벗어나지는 않아서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확률 게임에 불과하고 얼마든지 참사가 될 수도 있었다. 

기관차 2대는 선로를 벗어나 90도나 꺾였다. 반대 방향 선로까지 가로막을 정도로 심하게 탈선한 것인데 당시 열차는 시속 103㎞였고 사고 원인은 △급작스러운 한파 △선로변환 장치 오작동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코레일의 사후 대응도 엉망이었다. 실제 사고 직후 승무원 1명만 나타났고 사태를 수습한 것은 객차에 타고 있던 군인들이었다. 군인들은 먼저 수동으로 문을 열고 내려서 승객들을 일일이 잡아 무사히 탈출하도록 도왔다. 경찰과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승객들은 한파 속 30분이나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 승객의 증언에 따르면 승무원이 대피 방법이나 후속 열차 정보를 알려주거나 그러지 않았고 오히려 소방대원들이 그 역할을 했다. 긴급 대피 장소 역시 군인들이 직접 수색했고 인솔해서 다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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