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식 적반하장(賊反荷杖)... '반미 정서' 역풍 불러 올 수도 있어

윤장섭 편집위원
윤장섭 편집위원

[중앙뉴스=윤장섭] 미 국방부가 한국 정부에 방위비 2배 증액을 요구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적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방위비 2배 증액을 요구했고 미 국방부는 50%(1.5배) 인상을 요구했다고 지난 7일 보도했다. 한화로 약 1조 3500만 원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자동차 관세 등 통상분야에 대한 언급과 함께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과거 협정을 통해 합의한 수준을 넘는 분담금 증액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우리 정부가 부담한 방위비는 9,600억원이다. 트럼프 대통령 요구대로라면 내년에는 1조8,000억원을 부담해야 된다는 얘기다.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Status of Forces Agreement) 제5조에 대한 특별협정이다. 그동안 주한 미군은 시설과 거주구역(기지)을 제외한 주둔비용을 미 정부가 부담해 왔다.  하지만 미 정부는 1980년대 들어 재정적자 등의 이유로 한국 정부에 주둔 비용 일부를 부담하라며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결국, 1991년 주한미군지위협정 제5조에 대한 예외 사항인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이 체결되었고 우리 정부는 2014년까지 총 9차례의 협정을 통해 주한미군의 주둔비를 지원하고 있다.  91년 1,083억원으로 시작된 분담금액이 올해 1조원 가까이 늘었다.

트럼프는 취임 후 지금까지 언론이나 SNS를 통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규모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 왔다. 그럼에도 우리정부는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지원을 위해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건설비 12조원의 92%를 부담하며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고 형제국이라는 미명(美名)아래 무기구입의 80% 이상을 미국으로 부터 사들이고 있다. 대부분 고가의 무기들로 말이다.

무기와 장비 도입은 한미 연합 방위체계를 전제로 한 것이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이 적지 않음에도 적반하장(賊反荷杖)식으로 우리 정부를 ‘안보 무임승차국’으로 지목하고 손익 계산서를 들이밀며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는 트럼프의 태도에 화가난다.  

우리가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률은 일본과 독일에 비해 훨씬 웃도는 수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트럼프는 주한미군을 단지 비용의 측면에서만 보면 안된다. 과도한 증액 요구는 자칫 '반미 정서' 역풍만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은 동북아 지역에 군사적 균형을 이루는 것만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한다. 이는 미국 내 군사외교 전문가들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한 한·미 공조가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제10차 회의가 그래서 중요하다. 판을 짜도 잘 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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