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김씨는 불기소됐지만 나머지 혐의로 기소 처분, 당의 고심 끝 징계는 안 되고 당원권 일시 정지, 재판 과정에 따라 달라질 수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당내에서 극렬 친문 그룹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기사회생했다. 

무엇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의지가 주효했다. 혜경궁김씨 트위터 논란이 한창 거셌을 때 이 대표의 고심이 깊었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 결국 불기소 처분이 이뤄지자 최고위원회의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것이다.  

이 지사는 11일 페이스북에 “당의 단합을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며 “나의 기소로 논란이 있지만 이 문제로 인해 우리 당의 원팀 정신이 흔들려선 안 된다. 나는 당의 단합을 위해 필요할 때까지 모든 당직을 내려놓고 평당원으로 돌아가 당원의 의무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혔고 12일 최고위는 두 번의 비공개 논의 끝에 이 지사의 뜻을 그대로 수용했다.

이 대표는 “이 지사가 나한테 전화를 하셨다. 당원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말씀이 있으셔서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건데 당의 단합을 위해 이를 수용하는 것이 옳겠다고 최고위원들 간의 논의가 있었다.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마음을 잘 모아주실 것을 당부 드리면서 재판과정을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대표는 이재명 지사에 대해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지사는 11일 △친형 故 이재선씨를 강제 입원시켰고(직권남용) △6.13 지방선거에서 강제 입원 혐의 사실을 부인했고(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검사 사칭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고(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판교의 대장동 개발 이익금을 환수했다고 말했다(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는 4가지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런 이 지사에 대해 민주당은 징계 조치를 하지 않고 당원권만 일시 정지한 뒤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지사는 광역단체장으로서 당무위원회 위원과 전당대회 대의원을 맡고 있었는데 이러한 권한 행사가 일시 중지되는 것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지사는 민주당 소속 다른 광역단체장들에 비해 유독 부침을 많이 겪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비공개 최고위회의에서 4명(홍영표·박광온·박주민·김해영)은 윤리심판원 회부를 주장했고 4명(설훈·남인순·이수진·이형석)은 판단을 유보하자는 의견을 냈다. 팽팽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결정적으로 후자에 섰고 당헌당규에 없는 임의 조치로서 당원권 일시 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무엇보다 민주당으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게시글이 많았던 혜경궁김씨 트위터 건이 불기소됐기 때문에 이 지사의 위치와 능력을 더욱 고려될 수밖에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기소된 것들에 대해서도 이 지사가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도 지켜볼 대목으로 작용했다. 다만 여전히 극렬 친문 그룹은 웹상에서 이 대표를 맹비난하고 있고 이번 조치를 봐주기라고 규정하고 있다.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바른미래당 김영환 전 경기지사 후보의 법률대리인인 장영하 변호사가 이재명 경기지사와 은수미 성남시장을 상대로 한 재정신청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바른미래당 김영환 전 경기지사 후보의 법률대리인인 장영하 변호사가 이재명 경기지사와 은수미 성남시장을 상대로 한 재정신청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마침 김영환 전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도 12일 이 지사에 대한 재정 신청(재판부에서 기소 여부를 다시 판단해달라는 제도)을 했다.

한편, 이 지사는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정책 미팅을 그대로 보여주고 13일 저녁에는 도청 직원 200명과 함께 영화 관람을 추진하는 등 도정에 집중하는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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