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우정호 기자)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박주환 기자]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 기업인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미국 정부의 요구로 체포된 후 미중 무역전쟁이 재점화되면서 LG유플러스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국내에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가 본격 경쟁에 돌입했다.

이중에서 LG유플러스만 화웨이의 장비를 선택했다. 하지만 멍완저우 부회장의 체포 이후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업계의 특성상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LG유플러스, 화웨이 5G 네트워크 장비 쓰기로 계약

무선 사업의 경우 LG유플러스는 화웨이와 내년 3월까지 서울과 경기·인천·강원 지역에 구축하는 기지국 3만여 대를 도입하기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액으로는 3000억원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이들 지역에 화웨이와 손잡고 이미 4천여개 이상의 기지국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이동통신사별 5G 기지국 신고 현황(11월30일 기준)’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설치한 기지국 수는 4,033개다.

수도권 지역에 삼성전자의 5G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받기로 한 SK텔레콤·KT보다 최대 여덟 배가량 많다. 때문에 같은 지역에 화웨이의 4G LTE 장비가 구축되어 있는 만큼 LG유플러스로선 어쩔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의 영향으로 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일본 등에서 잇달아 ‘화웨이 배제’ 방침을 발표하고, 국내에서도 ‘우리 정보가 빼돌려질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돼 부담스럽기만 하다. 

(사진=LG유플러스 제공)
(사진=LG유플러스 제공)

“계약 취소시 LTE장비까지 다 바꿔야”…사실상 교체 불가능

이들 수도권 지역 중 서울 용산이나 경기도 평택·동두천·용인 일부 지역 등 주한 미군 주둔지역에는 화웨이 장비가 설치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사이버 공격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해당 지역에는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설치하지 말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는 4G 때와 마찬가지로, 당시 주한 미군 중 1만 명 가까운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이 서비스를 해지하고 다른 이통사로 갈아타는 소동도 빚어졌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와의 계약을 유지하는 대신 보안 검증은 철저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화웨이 장비) 소스코드까지 검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며 “스페인 국제인증기관을 통해 국제표준(CC) 인증을 받아 우려하는 부분을 해소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5G 서비스가 4G LTE와 연동되는 NSA(Non-Standalone) 형태라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경우 화웨이와 계약을 취소하면 LTE 장비까지 다 바꿔야 하기 때문에 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현재 삼성전자 등 다른 업체의 장비가 화웨이에 비해 준비가 늦어져 다른 대안도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오는 2020년을 기준으로 준비하다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제품 자체의 소프트웨어(SW) 준비가 좀 늦어진 면이 있다”며 “현재 화웨이 이외 다른 업체 장비는 일시적으로 설치하고 나중에 다 교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입지 탄탄한 화웨이, 다른 업체들도 난감

이렇게 무선 사업에서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유선 인프라, 특히 광전송 장비 분야에서는 화웨이의 국내 입지는 탄탄하다. 유선망 사업에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모두 화웨이의 고객이다. 화웨이는 이동통신 3사와 모두 계약 관계를 맺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국내 무선 장비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45%)·노키아(25%)·에릭슨(18%)·화웨이(12%) 순으로 파악되고 있다. 

화웨이는 또한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고성능 전국망 구축,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 백본망 사업 등을 수주했다. 지난달엔 KT와 함께 전국 6200여 개의 농협중앙회·단위농협·축협 영업점을 연결하는 전용망에 전송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5년간 1200억원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다.

삼성SDS·현대자동차·네이버 등도 화웨이의 주요한 고객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장비 선정은 기본적으로 민간 기업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박준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산업과장은 “보안 점검은 기본적으로 사업자의 몫”이라며 “기업이 결정할 일에 정부가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만 기술자문 협의회 형태로 보안 점검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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