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이후 첫 확대경제장관회의, 소득주도성장과 포용 국가에 확신보여, 하지만 후퇴한 최저임금 및 노동시간 단축 정책의 흐름으로서 보완을 또 언급, 경제민주화 조치로 시장에서의 약자를 고려해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는 포용적인 경제 운용의 방향성에 대해 재차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후퇴했음해도 또 보완 조치를 언급해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취임 초반 때보다 약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집권 이후 첫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고 “정부가 바뀌어도 포용의 가치는 바꿀 수 없는 핵심 목표다. 함께 잘 사는 포용 국가에 대한 확신을 가져주길 바란다. 반드시 성공할 수 있고 성공해야만 할 일”이라며 모두발언을 마쳤다. 

노동자를 비롯 절대 다수의 경제 주체들 보다는 극소수 수출 대기업의 매출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성장을 도모했던 한국 경제의 구조를 뿌리부터 바꿔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엿보이는데 문 대통령은 “지금 경제 정책 기조를 바꿔가고 있다. 추진 과정에서 의구심과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결실을 본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가 신념을 갖고 추진해야 국민들의 걱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경제 참모들에게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모든 장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처음으로 주최했다. (사진=청와대)

경기 불황은 객관적인 상황이라 문 대통령도 경제 정책의 성과를 그리 길게 나열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2018년은 우리 정부가 사람중심 경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첫 해”라며 “각 분야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금과 가계소득 상승 △의료·보육·통신 가계 생계비 감소 △기초연금 등 사회안전망 확충 △창업과 벤처투자 증가 △전기차·수소차·재생에너지 보급 증가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 문제 해소 △수출 규모·국민소득·재정 건전성 지표 개선과 같은 성과가 있었다면서 3대 경제 기조인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의 기반을 다졌다고 자평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성과들을 체감하지 못 하는 국민이 많다”며 “국민의 삶이 고르게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르게 나아지려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서민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산업 측면에서는 자동차·조선 등 전통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산업의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한 체감과 관련해서는 “혁신적 포용 국가”가 중요한 것인데 이를 위해 2019년 예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우리 정부의 의지가 온전히 실린 2019년 예산에 함께 잘 사는 포용 국가라는 국정 철학이 담겨있다. 산업 예산을 가장 크게 늘려 경제 활력 제고에 중점을 두고 민생, 복지, 삶의 질 향상과 같은 포용적 예산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2기 경제 사령탑인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성과는 있지만 국민 체감이 많이 부족했다던 문 대통령은 되려 “2019년에는 우리 정부의 경제 성과를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시 말해 “적어도 경제 정책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국민들께 드릴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3대 기조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점을 예고했다. 

혁신성장과 관련 문 대통령은 이렇게 발언했다.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투자를 확대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가 많아져 창업 붐이 일어나야 한다. 정부는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아 나서서 기업 투자의 걸림돌을 해소해줘야 할 것이다. 포괄적인 규제 혁신 뿐만 아니라 투자별 제품별 투자 애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혁신 창업 펀드를 통해 신산업과 신시장 개척을 위한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역대 최고 수준인 20조원의 R&D 예산을 미래 성장 동력을 확충하는데 중점 투자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공공 부문이 신산업·신제품을 우선 구매해 초기 시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의 목표는 “소비 확대를 통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영 여건을 개선시켜야 하는 것”으로 단일하게 수렴된다.  

경제민주화 조치 즉 공정경제에 대해 문 대통령은 “카드 수수료 인하와 임차권 보호 등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 대책이 차질없이 시행돼야 한다”고 짧게 언급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어르신·장애인·여성에 대해 맞춤형 일자리 지원이 필요하다. 일자리에서 소외된 계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튼튼하게 해야 할 것이다. 주거와 의료 투자 확대,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확충, 핵심 생계비 완화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핵심 사업이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감수성 있게 대응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정부의 2019년은 경제 정책으로 성공을 거둬야 할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일반 국민의 소득을 늘리고 여기서 소비를 창출해 경제 성장을 도모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철학은 기존의 낙수 효과가 아닌 분수 효과를 추구한다. 크게 보면 ①일자리 창출로 소득 증대 ②복지 정책으로 소득 증대 ③경제민주화 조치로 소득 증대 ④사회보장 정책으로 지출 축소 4가지가 있다.

사실 문 대통령이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철학에 확신을 다지고 있지만 경기 불황은 곧 기업과 시장의 위기로만 판단해서 너무 ①에만 목을 매는 분위기가 있다. 대기업이든 중견중소기업이든 경기가 어렵고 매출이 오르지 않아 힘겹기 때문에 ①을 위한 공적 자금을 아무리 많이 지원해도 일자리가 창출되기 어렵다. 그래서 이에 따른 일반 국민의 소득 증대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①에 너무 얽매여 있다. 

2019년도 일자리 예산으로 22조 9000억원을 편성하는 등 ①에 화력이 너무 집중돼 있다 보니 ②④에는 상대적으로 정책 수단이 덜 투입될 수밖에 없고 특히 ③은 기업의 어려움이 부각된 상황에서 더더욱 확고하게 추진하지 못 하고 있다.  
 
단적으로 이 대목을 살펴봐야 한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새로운 경제 정책은 경제와 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필요한 경우 보완 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해 결국 다수 약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들을 수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했다. 

즉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적극적으로 도모해주기 바란다”는 것은 결국 약자들의 반복되는 양보를 한 번 더 주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최저임금 인상 기조로 기업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으니 최저임금을 지역별·업종별로 이원화하자는 것,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으로 기업의 사용 여건이 어려워졌으니 탄력근로제 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확대하자는 것 등이 유력하게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사례로 살펴보면 이런 지점이 있다.

최저임금을 너무 급격하게 올려서 저임금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파이가 커지면 그걸 지급하는 경제 주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전반적인 경기 불황을 가속화시킨다는 강력한 반대 논리가 그동안 횡행했었다.

소상공인들은 프렌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규제하는 경제민주화 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지난 7월 2019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됐는데 7530원에서 10.9% 올랐다. 당초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공약한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매년 15.27%씩 올려야 한다. 동결을 외치는 사용자위원과 인상을 주장하는 근로자위원 사이에서 공익위원 9명이 최근 문재인 정부 전반에 확산돼 있는 속도조절론에 영향을 받아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다. 

마침 고용 동향, 소득 분배, 주력 산업 동향 등 경제지표가 악화일로였고 재계와 소상공인이 합세해 볼멘소리를 내고 야당의 기승전 최저임금 때리기 기세에 문재인 정부는 연일 당황하는 모양새였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12일 정부서울종합청사에서 경제 현안 간담회를 열고 “최근 경제 여건이나 취약계층과 업종에 미치는 일부 영향과 사업주·시장에서의 수용 능력을 고려해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검토해야 한다. 도소매·숙박·음식업 이런 일부 업종에 일부 영향이 있지 않았나 하는 부분과 젊은 층이나 55~64세 그런 분들에겐 영향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정책의 속도가 맞지 않아 돈이 돌기 전에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불안감에 5월28일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를 늘리는 최저임금법을 통과시켰다. 노동계와 정의당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반감시키는 조삼모사라고 비판했다. 

보통 시장에는 △대기업 △중견기업 △프랜차이즈 본사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정규직 △비정규직 △알바생 등이 행위 주체로 존재한다. 24시간 점포 운영이 반강제되는 편의점주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편의점주도 ‘을’에 속한다. 사실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알바생의 인건비가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로열티(상표 사용비)와 유통 마진 수취 그리고 건물주의 임대료다. 

빅3(BGF CU·GS25·세븐일레븐) 편의점 본사와 점주가 공정하게 계약을 맺고 여러 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의 인상은 매우 가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편의점 알바생의 최저임금 인상에만 생존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행동하는 것이 정의롭다고 볼 수도 없다. 점주의 매상을 올려주는 주요 고객은 편의점 알바생과 같은 중하위계층의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을이 ‘갑’의 탐욕을 비판하지 않고 ‘병’과 ‘정’에게 돌아갈 파이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 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자연스럽지 않다. 

결국 정부가 점주의 지급 여건 조성에 소홀했던 책임을 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포용 국가는 강자들의 탐욕을 제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경제민주화 정책 차원으로 △건물주의 임대료 갑질 △높은 카드 수수료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대기업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 시장을 공정하게 재편하는 정책들에 드라이브를 걸었어야 했는데 이런 걸 충분히 진행하지 못 한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애물단지로 만들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7월13일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1만원은 저임금 노동자도 인간답게 살아보기 위한 헌정사 최초의 시도다. 7530원 월급 157만을 받게 된지 이제 겨우 반 년 지났다. 월급 157만원을 버는 알바생과 매월 순수익 200만원을 내는 편의점주 사이에 전쟁을 만드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인가. 왜 임금의 5배가 넘는 가맹비와 임대료 갑질은 놔두고 최저임금만 때려잡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원내 4개 야당들 중에 유일하게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상공인의 진짜 고통을 해결할 정책적 대안에 집중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의 상생을 위해서 국가가 구사할 수 있는 정책 종류는 크게 직접적인 ②과 ③ 두 가지다. 최저임금 정책도 ③ 쪽인데 이 분야에서 추진해야 할 여러 개혁 입법들이 많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보완하는 대책으로 일자리 안정자금과 고용 촉진을 위한 EITC(근로장려세제) 등 ②에 집중돼 있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은 여야 타협으로 법안이 통과된 것인데 재계와 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의 거센 반발로 시행이 6개월 유예됐고, 맞물려 탄력근로제 기간도 기존의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취임 초기부터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노력을 기울였던 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업의 어려움이 곧 나라 경제의 어려움이라는 위기 의식은 대다수 일반 국민의 소비 진작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본 철학을 흔들어놨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 기조 후퇴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노동시간 단축 속도조절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 전부 사용자인 소수 기업들의 재량권을 넓혀주는 정반대의 정책 방향으로 귀결 중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팀이 하나가 되어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는데 대통령 스스로 신념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후퇴하는 개혁성에 대해 이지은 한겨레 정치사회에디터는 16일 출고된 칼럼을 통해 이렇게 묘사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제대로 시행도 해보지 않고 탄력근로제 확대에 목을 매고 탄력근로제 같은 주요 현안이 많다며 정부가 낸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은 기업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내팽개쳐두었다. 그러는 사이 하청업체 비정규직 24살 김용균은 밤에 홀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었고 김용균들은 안전 수칙 미준수 사건 조사 후 징계 및 과태료 표지판 하나 달랑 놓인 일터로 밥벌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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