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 상장폐지 이유는?
경남제약 상장폐지하고 삼바는 유지…형평성 논란에 소액주주들 반발
삼바-경남제약, 엇갈린 상폐 결정 원인은 ‘대주주 리스크'?

경남제약의 대표 상품인 레모나 (사진=경남제약)
경남제약의 대표 상품인 레모나 (사진=경남제약)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지난 14일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의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기업심사위원회는 경남제약에 대해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재무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경영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상장 폐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남제약 소액주주들이 크게 반발함과 동시에 지난 10일 상장유지가 결정된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을 올리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이번 결정을 두고 거래소 측은 삼바와 달리 경남제약은 대주주 리스크 등 자구안 이행이 미흡했던 점을 상폐 결정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으나 ‘대기업 봐주기’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 상장폐지 이유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14일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결과 경남제약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업심사위원회는 지난 14일 경남제약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지난 3월 거래소가 경남제약에 주식 거래 정지 처분을 내린 후 9개월 만의 일이다.

경남제약은 증권선물위원회 감리에서 매출 채권 허위 계상 등 회계처리 위반 사항이 적발돼 과징금 4000만원, 감사인 지정 3년, 검찰 고발 등 제재를 받은바 있다. 이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도 올랐다.

이에 경남제약 주식은 3월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상장폐지 결정 이전 주가는 1만7,200원으로 시가총액은 2,115억원이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경남제약의 지배권과 경영권 부문에서의 투명성 확보되지 못한 것이 폐지 결정의 주요 사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거래소와 경남제약 소액주주 문건 등에 따르면 회사는 오래전부터 분식회계 사유 외에도 여러가지 투명성 논란에 휩싸였고 개선 기간에도 이를 완벽히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나 경영권 부문에서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부분과, 감사실 설치를 이행하지 않은 것도 코스닥 상장폐지 결정으로 이어진 계기가 됐다.

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어 "경남제약은 거래소에 개선계획을 제출할 때, 최대주주를 적격우량 투자자로 하기로 약속했는데 이를 이행하지 못했고,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결정해야 하는데, 경영지배인 2명이 회사를 장악하고 의사결정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거래소가 경남제약에 감사실 설치을 권고했는데 이런 부분도 이행이 되지 않았으며, 자본도 33억밖에 안돼 부실하다는 문제로 상장폐지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거래소 상장폐지 결정과 관련해 경남제약은 17일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거래재개에 힘쓸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거래소는 내달 8일까지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이번 사안을 최종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경남제약은 1957년 설립된 제약사로, 매출구조는 올해 3분기를 기준으로 일반의약품이 36%, 의약외품이 40%, 건강기능식품이 14%, 원료의약품이 4%, 전문의약품이 3% 등으로 구성돼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매출 305억원, 영업이익 5억5,000만원 손실을 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 영업이익은 32억원에서 적자전환 된 상황이다.

1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경남제약 관련 청원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1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경남제약 관련 청원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경남제약 상장폐지하고 삼바는 유지?…경남제약 소액주주들 크게 반발에 형평성 논란까지

기심위가 경남제약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거래소 기심위는 그러나 경남제약과 같은 분식회계로 검찰에 고발돼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돼 있던 삼성바이오에 대해서는 지난 10일 상장유지를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시가총액이 22조원에 달하는 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 시 시장에 끼칠 충격을 감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삼성바이오는 상장유지를 결정하면서 같은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경남제약은 상장폐지를 결정했다며 소액 주주 등 투자자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18일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기심위의 지난 14일 ‘경남제약 상장폐지 결정’에 항의하는 글들이 120건이 넘게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경남제약은 삼성바이오에 비하면 ‘조족지혈’의 문제”라고 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강소기업 경남제약 상장폐지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에서 “한국거래소의 투자자 보호 없는 경남제약 상장폐지를 반대한다”고 썼다.

또다른 청원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왜 거래재개를 해준 것이냐"라며 "경남제약에 대한 상장폐지결정은 거래소의 고무줄 잣대"라고 비난했다.

경남제약 주식은 소액주주 5252명이 808만여주를 보유(9월 말 기준)하고 있다.

정치권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현 상근부대변인은 15일 논평에서 “기심위의 결정에 많은 국민들은 회계조작으로 시장을 교란한 삼성바이오에 대한 판단과의 형평성 및 공정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각사 홈페이지)
(사진=각사 홈페이지)

삼바-경남제약, 엇갈린 상폐 결정 원인은 '대주주 리스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경남제약에 대한 상장폐지 심사 판단이 엇갈린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삼바와 달리 경남제약은 대주주 리스크 등 자구안 이행이 미흡했던 점이 상폐 결정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경남제약 상폐 결정의 이유는 분식회계다. 경남제약은 주가부양을 목적으로 매출액 및 매출채권을 허위로 공시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공사비를 부풀려 유형자산을 과대 계상한 혐의를 받는다.

삼성바이오 역시 분식회계 혐의로 상장적격성 심사 대상에 올랐지만 경남제약과 달리 상폐가 유보됐다. 분식 규모로 따지면 삼성바이오가 경남제약보다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크고 기업의 지속성·건전성·투명성 등을 따져도 삼성바이오가 더 유리한 입장은 아니었다.

삼성바이오는 올 3분기까지 9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적자폭이 100억원 가까이 늘었고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플러스에서 올해는 마이너스 654억원으로 전환됐다. 경남제약보다 나은 점은 부채비율이 100%를 넘지 않는 정도다.

두 회사에 대한 상폐 판단이 다르게 나온 이유는 대주주 리스크 때문으로 보인다. 2007년 경남제약을 인수한 이희철 전 대표는 분식회계 혐의로 2014년 구속됐고 지난해 2월에는 횡령·사기 등으로 3년형을 선고받았다.

류충효 대표 등 현 경영진은 이 전 대표에게 16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KMH아경그룹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소액주주의 반발로 아경그룹의 인수가 무산됐다.

이후 소액주주연대와 함께 신기술사업조합이 운영하는 투자조합을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해 최대주주를 변경하는 등 경영개선에 나섰지만 기심위가 판단하기에는 자구안 이행이 미흡했다는 판단이다.

거래소 기업심사팀 관계자는 “경남제약의 경우 경영권 분쟁이 많았다으며 우량한 최대주주를 어떤 방식으로 적절한 절차에 따라 선정하는지가 중요한데 인수협상이 무산되는 등 약속했던 적격한 최대주주 기준 절차 등의 이행도가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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