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든 시간에 무방비로 가스 들이마신 것으로 추정, 지자체 소방 점검 항목에 가스는 없어, 3명 사망, 7명 고압산소 치료 후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 1명 의식 되찾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 펜션 사고의 원인이 보일러 배관 불량 연결로 인한 가스 누출로 좁혀지고 있다. 

참극이 벌어진 아라레이크 펜션은 2018년 7월 개업했고 직후 강릉시로부터 안전 점검을 받았지만 지자체 소방 점검 리스트에 가스 항목은 없었다.

사고의 순간을 다시 되돌아보면 이렇게 된다. 

아라레이크 펜션의 현장 통제를 하고 있는 경찰.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대성고 학생 10명은 수능을 마치고 개별 체험학습 여행을 신청해서 학교장의 허가를 받고 강원도 강릉에 갔다. 17일 16시경 펜션에 도착했고 바로 준비를 해서 19시40분까지 야외 바비큐 파티를 즐겼다. 펜션 1층과 2층 모두를 빌린 학생들은 18일 새벽 3시까지 만끽했다. 

하지만 18일 13시경 펜션 주인에게 발견됐을 때 학생들은 2층 룸(2명)과 거실(4명) 및 복층(4명)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3명은 이미 숨을 거뒀고 7명은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자살이나 타살의 정황은 전혀 없었다. 

바로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이 측정한 일산화탄소 수치는 150~159ppm으로 평균(20ppm)보다 무려 8배나 높았다. 일산화탄소 누출이 심각했던 것인데 당국의 조사 결과 펜션의 보일러 배관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있었다. 가스누출 경보기도 설치되지 않았었다. 

일산화탄소는 물질이 산소와 만나 연소될 때 발생하는 무색 무취의 기체다. 쉽게 말하면 불에 탈 때 발생하는 것으로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나면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예컨대 연탄의 연소가스, 자동차의 배기가스, 담배 연기 등에 일산화탄소가 들어 있다. 일산화탄소가 과도하게 신체의 폐로 들어가면 혈액 속 헤모글로빈과 유착해 산소 공급을 꽉 막아버릴 수 있다.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가스누출 경보기 등을 통해 이를 감지하도록 제도화했지만 이번 참사에는 그런 안전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급하게 현장에서 사고를 수습하고 있는 소방대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제 막 수능을 마치고 20살이 될 청소년들이 펜션을 빌려 스트레스를 풀고 밤새 놀다가 잠들었을 것이다. 서서히 펜션 모든 곳에 꽉 들어찬 일산화탄소는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 버렸다. 

숙박 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의 의무가 있는 지방 정부의 매뉴얼에는 가스 항목이 없었다. 가스 안전에 대한 점검을 가스 공급자에 맡겨둔 제도적 허점이 문제였다. 올해 7월 강릉시가 아라레이크 팬션을 점검한 내역을 보면 “소방시설 설치 현황 등 시설 기준은 적합하다”고 돼 있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건물의 외벽까지만 점검해왔고 실내는 가스 공급자가 별도로 점검하는 게 현실이었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숙박업자에게 필수 안전 항목을 스스로 점검하도록 방치해둔 상황이었는데 실제 이런 허점으로 인해 2013년부터 펜션에서 보일러 가스 누출로 14명이 사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고압산소 치료를 받고 중환자실로 이송된 7명의 학생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7명의 학생들이 전날(18일) 밤새도록 의식을 회복하지 못 한 상태였는데 19일 오전 1명은 의식을 찾았고 대화가 가능한 상태로 호전됐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강릉시청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환자 1명은 상태가 호전돼 보호자들과 간단한 인지 대화가 가능하고 친구들의 안부를 묻고 있다. 그러나 심리 상태가 아직 불안정해 의료진의 집중적인 보호 아래 모든 것이 이뤄지고 있다. 환자 5명은 현재 강릉 아산병원에서 고압산소 치료를 완료하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현재 의사 소견으로는 최대 1주일 집중적인 치료를 하고 향후 경과를 봐야 한다. 오늘부터는 8시30분부터 2회 정도 고압산소 치료를 병행할 예정이다. 원주 기독병원으로 간 학생 2명은 현재 고압산소 치료 중이고 중환자실로 이송돼 치료하고 있다”고 브리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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