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평화당의 가세, 실제 당적 변경으로 상임위원장 사퇴한 전례 존재, 민주당과 평화당의 속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학재 의원의 바른미래당 탈당으로 인한 상임위원장 ‘먹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까지 합세해서 바른미래당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이 의원과 자유한국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 의원은 18일 보수 통합을 명분으로 바른미래당을 탈당했고 국정농단 사태 이후 2년 만에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 의원은 현장을 찾아온 바른미래당 당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방송 기자실로 피신하는 등 소동을 겪었다. 갈 때 가더라도 정보위원장 자리는 바른미래당이 협상 결과에 따라 부여받은 것이기 때문에 내놓고 가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사항이다.

이 의원은 “선례가 없다”며 반납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학재 의원은 끝내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2016년 진영 의원이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기면서 내놓은 안행위원장(현 행정안전위원회) 사례 △1998년 김종호 의원이 한나라당에서 자유민주연합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내놓은 정보위원장 사례 등 이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김정현 평화당 대변인은 19일 논평을 내고 “만약 상임위원장이 배분된 정당이 분당됐을 경우에는 소속 의원들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위원장직을 유지한 채 당적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이번 같이 한국당 7개·바른미래당 2개·평화와정의 1개로 특정돼 있는데 이 구분을 넘나드는 것은 합의 정신에 어긋난다”며 이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이 탄생됐던 경우와 같이 분당이나 집단 탈당 등 기존의 정당이 쪼개지는 것이라면 상임위원장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지만 이 의원 혼자 탈당한 것은 경우가 다르다는 취지다.

권미혁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정보위원장은 이 의원 개인의 몫이 아닌 정당의 몫임을 강조하고 싶다. 지난 7월10일 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여당이 관례로 맡아왔던 정보위원장 자리를 바른미래당에 배정하기로 합의한 과정을 기억하기 바란다”며 “당적을 옮기는 것은 정치인의 선택이지만 정보위원장 자리를 들고 가는 것은 여야 합의 정신이나 정치 도의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당의 공식 논평으로 이번 일에 대해 개입하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권미혁 원내대변인은 정치적 도의상 맞지 않는 것 같아 이 의원에 대한 논평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에게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원구성 협상에 관한 합의 정신을 지켜달라. 다시 한 번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정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변인도 “한국당 역시 여야 합의 정신을 파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이 의원이 정보위원장직에서 물러나도록 분명한 입장을 취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한국당, 이 의원 등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 주체는 3곳이지만 민주당과 평화당이 나선 점이 주목되는데 권 원내대변인은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여야 합의 정신을 파기하면 안 된다. 정치 도의적으로는 정보위원장 자리를 내놓고 가는 게 맞지 않는가. 이런 게 관행이 되면 여야가 합의를 하는 것이 계속 어긋날 것이다. 이렇게 금도가 조금씩 조금씩 깨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정무적인 판단으로 결단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평화당이나 정의당이 아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부여당에 몹시 강경한 스탠스다. 정보위원장을 둘 중 어디에서 맡든 현안 관련 회의 진행을 할 때 딱히 민주당이 정치적 손해를 더 보고 덜 보고 차원의 셈범을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적대적 관계인 한국당 보다는 현실적으로 민주당은 바른미래당과의 협조를 구할 일이 더 많기 때문에 수많은 논평거리가 있음에도 굳이 이번 일에 목소리를 낸 것으로 판단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의원은 지난 6.13 지방선거 기간에 바른미래당의 중앙선거기획단장을 맡는 등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지만 끝내 탈당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평화당은 이미 이번 사태에 비례대표 3인(박주현·이상돈·장정숙)의 당적 정리를 엮어서 바른미래당에게 요구했다. 박지원 의원이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먼저 문제제기 했고 문정선 대변인도 논평으로 거들었다. 이에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탈당을 하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대의를 위해 3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이 강하게 공조하고 있는 상황이라 두 당이 티격태격하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평화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주현 의원은 18일 기자와의 메시지 교환을 통해 “선거법 개정 국면에 굳이 그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다. 입이 없어서 말을 안 꺼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의를 위해 잠시 참고 있고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변인도 19일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나도 어제 그런 점 때문에 (논평을 내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 어제 밤새 고민했다. 자꾸 말이 말의 꼬리를 물면 부담스럽고 내가 개인적으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또 존경하고 그래서 당분간 그 지점을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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