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비리에 분노했지만, 한국당의 회계 이원화 주장 고집, 타협 불가, 중재파 임재훈 의원의 변심, 패스트트랙 최후의 수단 유력, 한유총의 여론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고작 2개월 전 일부 사립 유치원의 몰상식한 비리에 분노했던 민심이 뜨거웠지만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의 고집은 굽혀지지 않고 있다. 결국 합의 처리가 불발돼 표결 처리 또는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20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소위가 또 다시 열렸지만 진행 상황은 도돌이표였다.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연일 중재하기 위해 애를 썼던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교육위 간사)은 기자와의 메시지 교환을 통해 “아직은 조용히 진행 중이지만 타결 가능성이 없기에 내가 곧 (절충안으로 발의한) 법안으로 패스트트랙 절차를 제안할 예정이다. 교육위 전체회의를 24일 10시에 일단 소집하는 것을 전제하고”라며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임재훈 의원(우측)은 한국당 의원들의 주장을 알고 있지만 최대한 타협해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전희경 한국당 의원(좌측)은 사유재산 논리를 통해 민주당의 안과 중재안을 반박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치원 관련 입법은 △민주당 법안(박용진 3법) △한국당 법안(김한표 의원 대표발의) △바른미래당 법안(임 의원 대표발의) 세 가지가 있는데 그동안 지난한 소위 논의과정을 통해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안을 절충안으로 수용하기로 했지만 한국당은 거부했다. 

박용진 의원이 10월 초부터 경기도 화성 환희 유치원 등 몇몇 원장들의 만행을 폭로하면서 여론을 이끌었고 민주당과 교육부 차원으로 추진됐던 것이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이었다.

임 의원은 어떻게든 법안 통과가 좌초돼 현 상황이 방치되는 것보다는 제도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중재안(세 가지의 사립 유치원 지원금을 단일 체계로 유지하되 횡령죄 처벌이 가능한 보조금으로 전환을 하지 않고 상징적인 처벌 조항은 명시)을 내고 타협하기 위해 노력했다. 

임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혹시라도 합의하지 못 해서 세 가지 법안을 두고 표결에 붙이는 상황에 대해) 반대한다. 내가 신입 국회의원이지만 소위에서는 그런 경우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설사 표결을 했다고 하면 전체회의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되겠는가. 진통이 있더라도 원만하게 합의했으면 싶다. 표결을 하게 되면 나쁜 관행을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합의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었다.

하지만 2주 만에 결국 패스트트랙을 택할 수밖에 없다며 마음을 바꿨다. 한국당 교육위원들(곽상도·김현아·전희경)의 주장으로 인해 합의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12월 정기국회가 마무리되고 임시국회가 열렸음에도 유치원 법이 통과되지 못 하는 상황을 용납하기 어려웠다.

임 의원은 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와 만나 “나도 참고 또 참았지만 정말 (두 번의 소위에서 중재안을 받지 않고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한국당 의원들을 보며) 못 참겠는 순간이 있더라”라고 토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12월6일 임 의원은 연내 처리가 가능하려면 이날 반드시 소위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여야 합의로 12월 임시국회가 열렸기 때문에 아직 기회는 남아있지만 끝내 합의 처리는 불가능해 보인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박 의원 입장에서 중재안을 수용하는 것은 양보를 많이 했다고 볼 수 있다. 임 의원의 제안대로 보조금 전환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3법의 핵심이 유아교육법 개정안인데 에듀파인 회계 시스템으로 일원화하고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해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6일 열린 소위에서 박찬대 민주당 의원 역시 회계를 일원화하되 최소한의 처벌 규정을 두자는 임 의원의 중재안에 찬성 의사를 명확히 표했고 소위 위원장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도 중재안으로 중지를 모으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한국당은 물러서지 않았다. 

사립 유치원이 받는 ①누리과정 정부 지원금 ②유치원생에게 들어가는 각종 부수 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금 ③학부모 부담금(교비) 세 가지가 있다고 했을 때 한국당 법안은 ①②은 에듀파인에 유입되도록 하되 ③은 자율적인 일반 회계 시스템(유치원 내 학부모위원회로 자율 통제)으로 놔두는 것 즉 회계를 이원화 하자는 것이다.  

전희경 한국당 의원은 “저희는 경중이 있고 사립 유치원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받는 돈은 형사처벌로 그리고 학부모들이 부담금으로 호주머니에서 내는 돈은 학부모 자율 감시와 통제 및 공개 그에 따른 행정 처벌로 하는 것이 옳겠다”고 발언했다. 

곽상도 의원은 한치의 양보없이 사유재산 논리와 회계 이원화를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민주당은 사립 유치원이 교육 외 목적으로 학부모 부담금을 유용했더라도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민주당은 한국당과 최대한 타협하기 위해서 처벌 유예기간 설정과 형량 최소화라는 대안을 계속 제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과 규정에 따라 책정된 급여 외에 나머지 수입을 사적으로 유용하지 못 하도록 규제를 받아야 할 곳이 비영리 법인과 교육기관이다. 돈을 버는대로 다 가져가도 되는 민간 학원이나 사교육 업체와 엄연히 다르고 유치원은 사립학교법상 학교로 분류된다. 그런데 난데없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등이 땅과 건물을 투자하고 들어온 사업자라는 점을 부각했고, 유아 교육의 70%를 도맡아 희생했다는 점을 피력했고, 3법을 두고 사유재산 침해라고 곡해하는 선전 활동을 벌였다.

박 의원은 “처벌할 생각이 없는데. 보조금으로 전환해서 뭘 하겠는가. 한유총의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여기 와서도 이야기했고 기자회견장에서도 뭐라고 했냐면. 사유재산이라고 그랬다. 사유재산이라고 한 게 뭐냐면. 학부모들이 나한테 준 돈이 내 개인 돈인데 그거 가지고 뭘 사든 무슨 상관이냐고 얘기를 했다. 그 대형 유치원 몇 군데가 우리 유아 교육을 흙탕물로 만들어놓고 있는데 그 사람들 처벌하자고 하는데 그 사람들을 처벌 못 하게 하면서 뭘 처벌을 하나? 그 사람들 그렇게 너무 뻔뻔하게 얘기하지 않았는가”라고 호소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용진 의원과 박경미 의원은 회계 일원화와 처벌 규정을 명시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조금 전환이라는 원안은 양보할 수 있지만 회계 이원화를 통한 학부모 부담금 유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한국당은 끝까지 맞섰다. 곽상도 의원은 음식점에 비유해서 음식값으로 받은 돈을 다른 데 썼다고 처벌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말했지만 박 의원은 영리 사업자인 식당 주인과 비영리 교육자인 사립 유치원 원장을 어떻게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느냐고 반박했다.

궁극적으로 조 의원은 △3당의 안을 모두 전체회의에 올리거나 △임 의원의 의도대로 중재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2개월 간 5차례 소위를 열었지만 한국당의 반대로 합의는 불발된 것이나 다름없고 결국 최후의 수단이 선택될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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