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관계자 조사는 시공과 점검에 초점 맞춰, 정부의 지원책, 가스안전공사와 LPG업자의 부실 점검이 부실 시공 부추겼을 개연성, 당국도 책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고등학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 펜션 참사의 책임자에 대한 조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더불어 정부의 피해 지원책도 나왔다.  

지원책은 크게 △장례비 지원 △심리 치유 및 의료비 지원 △피해 보상 등이다.

22일 강릉시청에서 사고수습대책본부 회의가 열렸고 김한근 강릉시장은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은 정부 차원의 노력을 같이하기로 했다”며 “유가족 지원에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보완책이 필요한 부분은 정부 부처에 건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김부겸(왼쪽) 행정안전부 장관이 수습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당장 강릉시는 24일부터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권역 내 시설 270곳을 전수조사 할 계획이다. 

이번 참사의 원인이었던 보일러 배관 문제는 ①부실시공 ②허술한 점검 2가지 차원에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향후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수사본부(이의진 강원지방청 2부장)를 구성하고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의 보일러를 시공하고 점검 작업을 했던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고 있다. 특히 잘못 설치된 연통에서 일산화탄소 가스가 새나갔기 때문에 무자격자의 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 한 부실 점검 대목에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펜션 주인은 2014년 초 인터넷에서 직접 보일러를 구매했고 비용 절감을 위해 무자격 시공업자에게 설치를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업자에 대한 명칭·상호·등록번호·일시 등이 기록된 표지판이 없었기 때문이다. 

②과 관련 한국가스안전공사, LPG(액화석유가스) 공급업자, 강릉시청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들의 책임 방기 의혹은 ①을 부추기는 측면에서 밝혀져야 할 대목들이 많다. 

사고가 난 펜션 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서로 어긋나 있다. (사진=김규환 의원실 제공)

안전공사는 2014년 4월14일 아라레이크 펜션의 안전 검사를 진행했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미 전문가들은 엉망이었던 보일러 상태를 봤을 때 예견된 참사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라 안전공사가 외관만 대충 살폈거나, 보일러 설치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미리 정상 판정을 해놓은 것은 아닌지 의혹이 일고 있다. 안전공사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조항을 내세우며 면피하려는 분위기다. 하지만 <액화석유가스의 안전 관리 및 사업법>에 따르면 안전공사는 외관만이 아니라 배관과 보일러 모두를 직접 체크해야 한다. 

안전공사의 부실 점검이 이런 식으로 관행이었다면 전국에서 수많은 가스 누출 참사가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법 제도를 정비하고 기강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안전공사의 부실 점검으로 인해 숙박업소 주인과 무자격 시공업자가 비용 절감과 수익(보일러 평균 설치 비용을 매우 값싸게 60만~100만원으로 해결)으로 카르텔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LPG를 공급한 업자도 1년에 한 번 정기 안전 검사를 실시했어야 했는데 이를 제대로 진행했다면 딱 봐도 문제적 보일러 상태를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 당국의 책임도 무겁다.

관련 법률 55조 1항을 보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LPG의 수급, 가격 안정, 안전 관리 및 유통 질서 확립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LPG 관계자(사업자 단체·수출입업자·사업자·특정 사용자·시공자 등)에게 그 업무에 관한 보고 또는 서류 제출을 명하거나 소속 공무원 또는 그 권한의 일부를 위탁받은 자로 하여금 그 사업소·공장·사업장이나 창고에서 LPG 충전시설·집단공급시설·판매시설·영업소시설·위탁운송시설·저장시설·가스용품 제조시설·용기·가스용품·장부·서류 그 밖의 물건을 조사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국립과학수사요원들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립과학수사요원들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어제 영결식을 치렀지만 학부모님들께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자식 잃은 슬픔을 참척(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음)이라고 하는데 그 슬픔 속에서도 조문을 받아 주셨다. 공직자로서 정말 죄인 된 심정을 가눌 길이 없었다. 어제 마지막 등교를 하고 우리 곁을 떠난 학생 가족 등의 상처를 함께 보살피는 책임감을 가져 달라. 외롭고 고독감 속에 환자를 지켜보는 가족의 심정을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밝혔다.

한편, 고압산소 치료를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던 부상자 7명 학생들도 차례로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강릉 아산병원에 있던 1명은 퇴원했고, 나머지 2명은 일반 병실로 옮겼다. 아직 중환자실에 있는 2명도 회복이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있는 2명은 손상된 신체 기능이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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