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무지개는 색을 어디에 놓고 사라질까』 출간한 강옥매 시인

사진 / 문학의 전당
사진 / 문학의 전당

 

당신께 남기고 온 색

- 폭설 오는 날

강옥매

 

 

무지개는 색을 어디에 놓고 사라질까

 

빨강 목도리와 털장갑 끼고

당신과 같은 모자를 쓰고 걷던 길 위일까

빈 공원의 벤치 아래일까

어쩌면 집으로 돌아오던 전철 안일까

 

곁에 있어도 읽을 수 없는 당신의 마음

다시 다시라고 속으로 울먹이는 동안,

무지개가 놓고 간 빛깔처럼 집으로 향하는 동안

조급한 내 등은 안절부절못했다

당신 걸음 뒤에서 잃어버린 내 눈빛은 붉은 겨울을 닮았다

 

잡아두고 싶다고 말하기 전에 떠나버린 무지개처럼

당신 발자국을 눈은 급히 덮었다

그리움이 눈발처럼 엉키고 세상이 흑백일지라도

루머와 파문 사이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

아니,

붉게 변한 손으로 옷자락이라도 쥐고 싶다

 

잃어버린 장갑이 돌아오는 기적처럼

내가 당신을 사랑한 건 무슨 색이었을까

 

- 강옥매 시집 『무지개는 색을 어디에 놓고 사라질까』 문학의 전당.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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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가 있든 없든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설레는 것은 왜일까? 어떤 이들은 추억을 만들며 어떤 이에겐 추억의 계절이며 한 해가 가고 오는 언저리의 하얀 눈사람,  새 달력을 받아들고 새로운 마음을 가지게 하는 계절이기 때문일까? 학생들에게는 겨울 방학이기도 하니 더욱 그러할 것이다. 추억의 캐롤송을 듣기는 어려운 시절이 되었어도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설레임의 색깔이 다를 뿐 자선냄비 종소리 간간히 울리는 거리에 서서 내가 잃어버리고 살아온 색들의 행방을 물어본다. 화자가 읊조리듯 진술한 무지개의 모습이 아련하다. 거리에 젊은 연인들이 무지개를 품고 오가는 연말의 분위기에 취해본다. 누구나 어느 한 시절 누군가의 찬란한 무지개였고 나만의 무지개인 그 누구를 가슴에 안고 살던 시절이 있다. 시인은 그 두근거렸던 서정을 소녀의 감성으로 애잔하게 풀어낸다. 모처럼 덩달아 가슴이 뛰는 詩! 살면서 퇴색되어지고 상실한 순수를 찾아 잠시 떠나보는 심로에서 빠져나오는데 한참이 걸리게 하는 시의 맛이다. 인생의 능선을 넘어가는 언저리에서 바라본다. 수 없이 잃어버린 장갑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열병 같던 실연도 이제 와서 보니 진행형 그리움의 꽃이구나! 그 향기는 여전한데 내가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색깔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리움이 눈발처럼 엉키고 세상이 흑백일지라도 루머와 파문 사이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시인의 고백에 밑줄 굵게 그어본다.  내가 당신에게 남기고 온 색은 무슨 색일까? 그리고 당신이 두고 간 내 가슴 깊은 곳에 무지개를 어루만지는 오늘 저만치 해가 넘어가고 있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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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매 시인 /

경남 남해 출생

2015 《시에》 신인상

양주작가회의 회원

〈시촌〉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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