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의원 첫 보도 이후 3일만 사건 이후 5일만에 사과, 그동안의 대응 패턴, 진정성 없어, 여론에 밀려, 국토위원 직 사퇴 여부는 당에 맡겨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결국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24일까지도 사과할 마음이 없어 보였는데 하룻 밤 사이에 도저히 성난 여론을 이길 수 없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25일 17시47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일 날 불미스러운 일로 여러분을 찾아 뵙게 돼서 면목이 없다. 오늘 이 자리에 선 내 심정이 회초리를 든 국민들이 내 종아리를 때려주면 그 질책을 달게 받겠다는 그런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어 “이번 일을 통해 국회의원이라는 직분의 엄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앞으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제대로 된 국회의원으로 거듭나도록 더욱 겸손하게 정진하겠다”며 거듭 사죄했다.

김정호 의원은 준비해온 사과문을 읽기 전에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은 점이나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진=박효영 기자)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김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20일 밤 서울 강서구 김포 공항에서 신분증을 폰 케이스로부터 꺼내 보여달라는 보안 직원 김씨의 요청을 받고 갑질 논란을 일으킨지 5일이나 지난 뒤 결국 꼬리를 내린 것이다. 조선일보가 처음 사건을 보도한 시점은 22일 아침이었다. 

김 의원의 대응 패턴은 보면 이렇게 된다.

①(12월22일 15시) 오히려 매뉴얼에 없는 것을 요구한 김씨에게 갑질을 당했고 특권 의식을 드러내지 않았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으로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리고 의원실은 기자들에게 공식 ‘보도자료’ 배포 
②(12월24일 오후) 경남 김해 중소기업 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공항공사가 언론에 제보하고 계속 사건을 키운 것을 보면 김해 신공항을 반대하는 자신을 타겟팅하고 있다는 식의 음모론 제기  
③(12월25일 아침) 김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 의사 전달 
④(12월25일 15시반) 기존에는 의원실 차원으로 대응하다가 민주당 차원으로 17시반에 사과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문자로 공지 
⑤(12월25일 17시47분) 현장에서 의원실 관계자가 45분에 하겠다며 15분 연기를 공지했고 공식 사과

사실 김 의원은 당당했고 오히려 억울하다는 스탠스를 계속 유지해왔다. 

내세우는 근거를 보면 △매뉴얼에 없는 것을 고압적으로 직원이 요구했고 일반 국민에게는 오죽할까 싶어 대신 나섰다는 점 △조선일보의 왜곡 보도가 있었다는 점 △자신은 국회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공항을 이용할 때 거의 특권을 누리지 않았다는 점 등이 있다.

사안의 파장이 컸던 만큼 기자들의 질문은 쏟아졌지만 김 의원은 최대한 답변을 자제하고 황급히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급기야 음모론까지 제기하다가 갑자기 태세 전환을 결심했던 시점은 24일 밤으로 관측된다. 김 의원은 25일 아침 김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한국노총 공공연맹 한울타리공공노조 김포항공보안지부가 그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려왔고 이에 따르면 김 의원은 “아들 뻘인 김씨에게 무례하게 했던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인 공항 근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김씨의 부모님과 공항 동료 직원들에게도 거듭 죄송하다.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게재하겠다”고 밝혔다.

①과 ③ 사이 3일 동안 김 의원은 어찌보면 사과할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결국 불리한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 사이에 △김씨의 언론 인터뷰와 자필 경위서가 공개됐고 △동료 직원들의 현장 상황 증언이 있었고 △CCTV를 공개하면 된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김씨가 공항 매뉴얼대로 진행한 것이 맞다는 주장이 빗발쳤고 △일반 시민들은 미리 신분증을 꺼내놓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요구가 있을 시에 꺼내서 보여주는 게 상식이라는 증언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여론은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김 의원은 ①에서 “지금까지는 모두 스마트폰 케이스에 담긴 신분증을 제시하면 확인 후 통과하는 방식이었기에 왜 갑자기 신분증을 꺼내 제시하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마도 본인이 그동안 국회의원 금배지를 착용하고 공항 보안 절차에 응했을 때 직원들이 미리 알아보고 바로 통과시켜 줬는데 김씨는 그러지 않아서 위신이 손상됐다고 여긴 특권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김 의원은 김씨를 비롯 공항 직원들에게 자신이 어떤 신분이고 무슨 권한을 갖고 있는지(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점 환기/공항공사 사장 호출/직원들을 되려 폰 카메라로 촬영/규정을 가져와보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폭언과 모욕적 언사) 알 수 있도록 언행했다.

故 노회찬 전 의원의 경우 국회 청소 노동자들에게 자기 의원실 공간이라도 같이 쓰자고 제안했을 만큼 사회적 약자나 서민들을 동등한 인격체이자 주권자로 존중했고 그것은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의원의 기본 마음가짐이자 상식으로 통한다.

반면 ①을 통해 김 의원은 “평소에도 그랬고 이날도 공항 이용에 있어 국회의원으로서 특권을 누리지 않았다. 정말 긴급한 상황을 제외하고 공항 의전실도 이용하지 않았다. 우리 시민들이 하는 대로 직접 티켓팅을 하고 신분확인과 검색 절차를 거쳐 일반석을 이용해왔다”면서 오히려 특권 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권을 누리지 않는 자신의 태도를 스스로 어필하려고 했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 보면 그게 당연한 것이지 내세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은 특권을 누리지도 않는 국회의원이라고 강조하고 싶겠지만 김씨가 자신의 위신을 알아 차리고 세워주지 않아 자존심이 상했고 여론이 들고 일어나자 되려 김씨가 갑질을 행했다고 뒤집어 씌운 것이다. 음모론까지 주장한 것을 보면 여론에 따른 불이익을 면해보려는 뒤늦은 판단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갈수록 국회의원의 특권을 대폭 줄이자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인데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24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국민들의 촛불 민심에 국민 주권 돌려주겠다고 해 놓고는 공항 갑질이 웬말인가. 국회의원이 권력인가. 특권은 아니다. 그렇다면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해야 되는데 그런 갑질의 형태 이것이 과연 2018년에 일어나야 될 일인가”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에게 “오늘은 내가 당사자들한테도 사과 말씀 드렸고 국민들께도 직접 사과를 했기 때문에 조금 진정되고 나서 오늘은 이 정도로만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쏟아졌다.

기자들은 충분히 해명하지 않은 김 의원을 쫓아갔다. (사진=박효영 기자)

당장 왜 5일이나 걸려서 사과를 하게 됐는지에 대해 “지역구에 바로 내려가서 연말에 밀려있던 일들이 바빴다. 이것에 대해 다른 대책을 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지만 ①②을 보면 자기 변호를 적극적으로 하다가 여론 악화에 떠밀려 태세 전환을 하게 된 것이 더 정확하다.  

야당들이 요구하고 있는 국토위원 직을 사퇴하는 것에 대해서는 “내 답변은 당에서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얘기가 나가게 되면 또 시비가 걸릴 것 같다. 오늘은 이 정도로 양해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①②이 여론 악화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것도 부적절한 언급이었다. 직접적인 것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보도가 된 것 같은데 직접 한 얘기는 아닌데 그것도 부적절했고 해명한 게 오히려 변명으로 되고 또 다른 파장을 낳았다”고 말했다.

이날 김 의원의 사과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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