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철도 ‘가불 착공식’ 과 북한의 4줄 기사.. 철도·도로 연결 사업 크고 멀리 봐야

윤장섭 편집위원
윤장섭 편집위원

[중앙뉴스=윤장섭] 일제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고종의 친서를 품에 안고 국제 사법재판소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를 향해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올랐던 3명의 구한말 특사들.

그리고 1936년 베를린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 신의주, 하얼빈, 모스크바를 거쳐 베를린에 도착했던 마라톤 선수 손기정이 지나갔던 그 길은 분명 우리 역사에서 아품과 탄식, 그리고 슬픈 역사의 길이다.

그러나 이제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아품의 역사가 아닌 희망을 안고 끝없이 달려나갈 비단길이 될 것이다.

지난 26일 정부와 언론은 '경의선·동해선' 현대화 착공식에 대해 남,북의 철도가 해양과 대륙을 연결해 주는 물류의 중심 통로로서 빛을 볼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금방이라도 철도가 연결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정작 남북철도 연결의 수혜자인 북한은 이튿날에서야 겨우 네 줄짜리 보도만 내놓았다. 이날 정부와 여당은 대다수 언론사의 기자들을 불러 들여 서울에서 개성 판문역으로 출발하는 특별열차편에 탑승시켜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필자(筆者)는 정부와 여당이 실제 공사가 이뤄지지 않는 착공식에 너무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든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가불 착공식’이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 당국의 보도가 없었고 제1야당의 불편한 시각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번 행사는 환영받을만 하다.

남한의 화물열차가 2008년 11월, 북한 판문역을 달린지 10년 만에 남북 철도연결 사업이 재개됬다는 것은 우리 민족이 통일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붙잡는 것이나 진배없기 때문이다.

철도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은 '분단의 땅'인 한반도를 '동북아 경제 공동체'의 출발점으로 삼기위한 우리 정부의 청사진도 담겨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의 출발점이자 70년 가까이 끊어진 남북의 길을 하나로 연결하는 공동노력의 신호탄이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라는 전제조건이 갖추어 질때 남북은 상생과 번영의 첫발을 내딛을수 있지만 말이다.

비핵화 진전 없이는 남북관계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면제도 착공식 개최까지다. 그래서 이번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 북한이 선택해야할 길은 핵이라는 어두운 그늘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수있는 따듯한 양지로 나오는 길 뿐이다.

그걸 아는 북한은 이제 변화를 시작하려 한다. 아니 이미 시작됐으며 남북철도의 연결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 정부도 대륙으로 나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물류 운송 강대국 '대한민국'이 되기 위한 길로 말이다.

북한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기본 축으로 연결되는 북한 · 중국 · 몽골 및 동구의 구 사회주의권 26개 국가들과 함께, 구소련의 주도 하에 창설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및 국제철도운송협약(SMGS) 가입되어 있다.

우리도 지난 6월, 북한의 찬성표를 받아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했다. 이는 한국이 철도로 유라시아에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 됬다는 것이고 철의 실크로드 지도를 만들어 가는 첫 걸음이다.

이번 철도연결 착공식으로 우리에게 충분조건이 갖추어 졌다고 해도 정부나 언론은 요란스럽게 떠들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냉철해야 하고 2가지의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으로 부터 불량국가의 지명을 받아 유엔으로 부터 모든 제제를 당하면서 까지 핵 개발에 올인했다. 고모부도 이복형도 앞길에 걸림돌이 된다면 모두 제거했다.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는다고 해도 연연하지 않았다. 사회주의 국가이자 유일한 분단 국가인 북한이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말이다.

그런 북한이 남북 철도연결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첫번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철도·도로 공사를 이유로 유엔의 제재를 풀어 철도 연결을 남북경협의 디딤돌로 삼아 궁극적으로는 북·미관계 개선으로 이어가자는데 있다.

또 미국이 대북제재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으면 우방국인 한국도 철도연결을 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정부가 북한을 대신해 협상의 중재자로 나서라는 의미도 크다.

최근 북한은 미국이 주장하는 비핵화의 조건을 들어주면서 최대한의 실리를 찾겠다는 포석으로 맞서고 있다. 김정은의 노림수를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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