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기자가 바라보는 2018년 대한민국

새해 벽두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그것이 전례없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밟게 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손을 맞잡은 모습이 기억에 선할 것이다. 방탄소년단(BTS)이 꿈의 랭킹 빌보드 차트에서 한 해 두 번 연속 정상에 오른 것은 또 어떤가. 레드 제플린이나 비틀즈와 같이 인류 대스타가 성취했다는 그 기록을 한국 아이돌 그룹이 이뤄냈다. 정치 분야에서는 한 평생 진보 정치를 일궈왔던 故 노회찬 전 의원이 우리 곁을 떠났고, 그 긴 실타래를 제공했던 드루킹 댓글 조작 공방은 정치인의 단식에 특별검사까지 진행됐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성폭행 의혹으로 한 순간에 몰락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몰락한 자유한국당이 무릎을 꿇었지만 최근 들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6개월 만에 뒤바뀐 정세도 눈에 띈다. 올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축구의 기적도 인상 깊었다. 국회를 출입하는 본지 정치부 기자로서 한 해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10대 뉴스를 선정해봤다. 

안 그랬던 적이 없었지만 2018년 한 해도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① 70년 적대 관계를 풀어낸 ‘한반도 정세’

사실 놀랍다. 2000년, 2007년에 있었던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올해는 무려 3번이나 정상회담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시사했다. 우리 정부는 빠르게 응답했고 정상회담을 정점으로 각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이 하나씩 진행됐다. 철도, 경제 전반, 산림, 이산가족, 문화예술, 스포츠 등등 아주 다양하게 작은 것부터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 남북은 힘을 모았다.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의 ‘4·27 판문점 선언’이 있었고 평양에서의 ‘9.19 공동선언’이 있었다.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가 다시 들어온 것, 도보다리 단독 회담, 능라도 체육관 연설, 백두산 정상 부부 한 컷 등 한국인이라면 잊을 수 없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70년 적대관계였던 북한과 미국이 역사의 대전환을 만들어낸 6·12 싱가폴 합의도 무척 중대한 순간이었다. 물론 현재 남북미 비핵화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북한은 핵 리스트 신고를 하는 것에 대해서 결코 먼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미국은 제재 완화나 종전 선언을 먼저 내줄 기세가 아니다. 하지만 애초에 체제를 걸고 모험하고 있는 북한과 계속 당해왔다고 여기는 미국 사이에서 이런 협상 자체가 쉽게 이뤄질 리가 없다. 어렵지만 차츰차츰 가야하고 우리 정부는 북미 관계를 중재하면서도 주체적으로 풀어갈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올 한 해 3번이나 정상회담을 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② 그야말로 세계적인 ‘BTS’ 
BTS는 말 그대로 청년 세대를 억압하는 각종 사회적 관습으로부터 방탄 역할을 하겠다는 음악 철학이 뚜렷했다. 소신으로 음악을 만들었고 무대를 꾸몄다. 팬들 하나하나가 주체성을 가지고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SNS 소통은 진정성이 있었다. 2018년 전세계에서 수많은 뮤지션들이 유튜브로 팬들과 만날 수 있었지만 그 누구도 BTS 처럼 성공한 사례는 없다. 

BTS는 9월부터 ‘LOVE YOURSELF’라는 테마로 미국,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11개 도시에서 22번이나 콘서트를 개최했다. BTS는 9월24일 유엔 총회에서 한국 연예인 최초로 연설을 하기도 했다. 싸이가 2012년 말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세계적인 스타들과 무대를 함께 했는데 BTS는 1회성 부상이 아니라 당분간 세계적인 인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10월 케이팝을 전세계에 알린 공로를 인정해서 BTS에게 화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BTS 방탄소년단은 올해 세계적인 아티스트 반열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③ 약자들의 정치인 ‘노회찬’
노 전 의원은 끝까지 정의당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비극적인 결단을 했다. 7월 초중순까지 미국 일정 직전 도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기자들이 가는 곳마다 따라 붙어서 드루킹 김동원씨와의 관계에 대해 캐물었다. 노 전 의원은 엄청난 중압갑에 시달렸다. 많은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노 전 의원은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김씨로부터 4000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이나 대가를 약속하지 않았지만 노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을 스스로 어겼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실상 미국 일정 중에 결심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유서에도 나왔지만 노 전 의원은 정의당에 끼칠 피해를 가장 고민했다. 

숨이 턱끝까지 조여오는 상황에서 이제 한국에 돌아오면 소환조사도 예정돼 있었을텐데 포토라인에 서고 특검이 증거를 들이대면 그걸 부인하지 못 하고 인정했을 때 그 워딩들이 다시 언론에 회자되고 지지자들과 시민의 실망감이 극에 달하게 되고 그런 일련의 모든 과정을 그려봤던 것 같다. 역사에 가정법이란 것이 부질없지만 노 전 의원의 다른 선택은 불가능했을지 모두가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것 같다. 문제제기가 되자 마자 언론에 부인하는 워딩을 주지 않고 당 차원에서 고민을 나누고 재빠른 당 징계 조치 그리고 의원직 사퇴를 결심하고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뒤 진정성있게 사과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노 전 의원의 상중 기간에 수많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했고 특히 국회 영결식에서는 청소 노동자들이 그의 가는 길을 마중했다. 그의 마지막은 정치인으로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대로 보여줬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노회찬 의원은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리다가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④ 문제는 경제 ·· 논란의 ‘소득주도성장’  
2019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올 한해는 경제 문제로 모두가 어려웠다. 치솟는 집값으로 기본 중의 기본인 주거권을 누리지 못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올라서 자영업자와 기업들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문재인 정부의 시그니처 경제 정책은 소득주도성장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 전략은 50년간 수출 대기업 위주로 펼쳐졌고 외관은 급격히 커졌지만 그 혜택을 골고루 보지 못 했다. 그러다보니 거시 경제 지표는 기업들의 업황에 크게 의존하게 됐다. 거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은 꼭 대다수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나아지게 하지 않았다. 

소득주도성장은 일반 시민들의 소득을 늘려주면 거기서 소비가 일어나고 이를 통해 선순환을 모색하는 일종의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일반 국민 대다수’의 어려움과 ‘기업 경제’의 불황이 있다고 했을 때 둘 다 불경기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나타나면 전자에 초점을 맞춰 해결을 모색하는 게 소득주도성장 정책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결국 야당의 공격과 지지율의 하락으로 후자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고 볼 수 있다. 

당장 시끄러웠던 근로시간 52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은 모두 전자를 위한 것이지만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부각돼 유예되고 속도조절 국면을 타게 됐다. 대신 기업의 재량권을 늘려주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추진됐다. 12월17일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2019년 경제정책의 방향이 발표됐는데 핵심은 21조9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활성화와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이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결정짓는 관건은 결국 경제 문제가 될 것인데 경제활성화를 택한 2019년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대기업 위주의 시장 질서를 공정하게 재편하는 경제민주화 조치와 확장적 복지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은 어찌됐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수단으로서는 주요한 방법이 아니게 됐다. 

⑤ 안희정과 ‘미투’    
올해 1월부터 서지현 검사가 선배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경험을 폭로하면서 대한민국에 미투 운동의 서막이 열렸다. 사실 1991년 故 김학순 할머니가 일제로부터 성노예 전쟁 범죄를 당한 사실을 폭로했던 것이 미투의 원조격이다. 어찌됐든 성범죄를 저질러놓고도 가해자들의 책임을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억압해왔던 구조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연극 연출가 이윤택은 극단을 통해 성범죄 왕국을 만들었고, 배우 조재현과 김기덕 감독은 여성 배우들을 성적으로 농락했다. 배우 조민기는 대학 수업에서 알게 된 학생들을 성추행했다가 경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장 파급력이 컸던 사례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다. 

안 전 지사는 정무비서관이었떤 김지은씨를 수 차례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지난 8월 안 전 지사는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위계성이 있는 관계에서 성관계가 있었고 피해자가 성범죄를 당했다고 호소했지만 위계의 행사는 인정되지 않았다. 2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서구 국가들에서 시행되고 있는 비동의 간음죄에 대한 입법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안희정 전 지사는 올해 미투 사건의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⑥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의 몰락
지금 생각해보면 새삼스럽지만 한국당은 고작 반 년 전에 몰락했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은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에 열광했지만 한국당은 전혀 읽어내지 못 했다. 그래서 폭망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바로 사퇴했다. 홍 전 대표는 그동안 인터넷, 방송, 신문, 여론조사기관 모두 장악됐다고 무리하게 주장했고 한국당에 불리한 민심을 직면하지 않으려고 했다. 전국민이 한국당 소속 광역단체장 6곳(인천·경기·경북·대구·울산·부산)을 수성하지 못 하면 사퇴하겠다고 공언했던 홍 전 대표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은 사실 8곳(인천·경기·경북·경남·대구·울산·부산·제주)을 차지했었다. 수도권 2곳과 영남권 독주에 제주까지 얻었는데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고작 2곳(경북·대구)에 그쳤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권영진·이철우 당선자가 더불어민주당 임대윤(39%)·오중기(34%) 후보를 압도적으로 따돌리지 못 했다. 

이게 얼마나 보수 정당에게 심각한 상황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한국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집토끼 영남권 5곳에서 3곳을 내줬기 때문이다. 모두 사상 최초의 일이다. 2010년 5회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로 당선된 김두관 현 민주당 의원은 당시 무소속 단일 후보였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12곳에서 다 놓치고 유일하게 당선된 경북 김천도 한국당 소속의 송언석 의원이 50.3% 득표율 즉 493표차로 겨우 무소속 최대원 후보를 따돌렸다. 한국당 참패의 증거는 몇 가지 더 있다. 전국 기초단체장 선거 226곳 중 53곳(23%)에서 당선됐는데 이는 2014년 지방선거 결과에 비춰봤을 때(117곳 당선 51%) 충분히 몰락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서울 기초단체장 25곳에서 조은희 서초구청장 당선자를 제외하고 전패했다.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았던 보수세가 매우 강한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에서도 2곳을 내줬고 서초 역시 민주당 이정근 후보에게 41%의 득표를 허용했다. 중랑구청장도 민주당에게 내준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류경기 민주당 후보가 61%를 득표해 최초로 입성했다. 서울시의회의 경우도 전체 110석 중 한국당은 고작 6석을 얻었다(민주당 102석·바른미래당 1석·정의당 1석). 2014년 지방선거에서 29석을 얻어 교섭단체 지위(서울시의회는 10석 이상)를 유지했던 한국당은 그야말로 소수당이 됐다. 경기도의회 역시 전체 142석 중 4석을 얻는데 그쳤다(민주당 135석·정의당 2석·바른미래당 1석). 2014년 선거에서 128석 중 50석을 차지했으니 신세가 처량해졌다.
 
서울(조은희 서초구청장), 경기(김광철 연천군수·김성기 가평군수), 인천(유천호 강화군수) 수도권 65곳의 기초단체장 중 한국당이 당선된 곳도 4곳이 전부였다. 한 가지 더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국 보수의 패러다임을 지배했던 개발독재의 신화로 남아있다. 아무리 그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고 구속됐다고 하더라도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 최초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다.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자는 40.79%를 득표해 이양호 한국당 후보를 2% 차로 따돌렸다. 구미시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지역구 출마자 7명이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홍준표 전 대표는 한국당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년 논객 박가분 작가는 6월14일 페이스북에서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압승 자체보다는 한국당의 몰락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선거”라며 “자유당·공화당·민정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이어져 반세기 이상 승승장구해온 냉전수구 세력에 역사적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이 추세를 다가올 총선까지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당의 몰락은 다시 말해 한국에서 보수를 재정의하는 과정과 맞물려 있다. 역설적이게도 외교·안보·사회 통합의 관점에서 보수의 가치를 더 모범적으로 구현한 정치인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었다. 그것이 지금 민주당 독주 체제를 상당 부분 설명한다”고 이번 선거의 의미를 해석했다. 

하지만 이것은 6개월 전의 상황이고 그새 양당 체제에 따라 제1야당인 한국당은 기세등등해졌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당선은 친 박근혜계의 기생으로 상징된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못 내고 지지율 하락을 겪자 공세 수위를 높였지만 한국당에 대한 지지로 넘어오지는 않았다.   

⑦ 대한민국은 여전히 위험하다 ·· 각종 ‘사고’와 ‘범죄’ 
2017년 말 인천 영흥도 낚싯배 참사로 15명이 사망했고, 충북 제천 화재 참사로 29명이 사망했는데 연쇄 안전 사고는 2018년 새해벽두부터 계속됐다. 2018년 1월 밀양 세종병원 참사는 더욱 절망적이었다. 46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점도 뼈아팠지만 일련의 화재 사고들이 의미하는 것은 후진국형 참사라는 얘기다. 누구나 기억하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위험했고 후진적이었다. 이외에도 올해 일어난 재난과 범죄들은 많았다. 저유소 화재, 김성수 살인 사건, 윤창호법과 음주운전, KT 기지국 화재, 화력발전소 사망과 위험의 외주화 문제, 강릉 펜션 참사 등 사회 구조적으로 손질해야 할 한국의 허술한 고리가 너무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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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세종병원 참사는 올해 최악의 안전 사고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⑧ 최악의 ‘사법농단’ 
사실 모든 게 최초였다. 전직 대법관(박병대·고영한)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검찰 포토라인에 섰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구속됐다. 2018년 말미에 성사되지 않았지만 서울중앙지검 한동훈 검사가 이끄는 수사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턱밑까지 수사 진도를 빼놨다. 2017년 이탄희 판사의 블랙리스트 문제제기 이후 사법농단의 판도라는 열렸다. 2018년은 그 헌법 유린의 과정들을 하나씩 입증해가는 시간이었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에 비해 업적이 없다는 조급증에 빠진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이라는 이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다 했다. 

박근혜 정부와 유착해서 비위를 맞췄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을 지연시켰으니 이보다 더 한 만행은 있을 수 없다. △법관 블랙리스트 △법관 사찰 △민간인 사찰 △청와대와 재판거래 △국회의원 성향별 분류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유출 △비자금 조성 △법률신문 기사 대필 등 모든 의혹들은 하나씩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특별재판부 설치법, 법관 탄핵, 국정조사 등 모든 대응 방식이 거론되고 있지만 역시나 한국당이라는 방패막이 있는 상황에서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2016년 말 촛불집회 국정농단 이전의 상황이 사법부에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2019년에는 얼마나 제대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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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현재 두문불출 하면서 변호사와 함께 법적 대비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⑨ ‘비트코인’에 빠진 대한민국
사실 워낙 다이나믹한 한국 사회라 생각이 안 날 수도 있지만 작년 말부터 올초까지는 그야말로 가상화폐 열풍이 거셌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1100여종에 달하는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2017년 초 20조6000억원에서 1년 만에 30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에서만 가상화폐 투자자 규모는 약 100만명으로 추산되고 하루 거래 대금만 1조~6조원 수준이다. 자금세탁 등 불법적인 용도로 쓰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무엇보다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기술력은 살려가되 국가의 새로운 규제는 세워놔야 한다는 이원론적 접근이 자주 거론됐다. 

가상화폐는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태어났다. 은행의 무절제한 대출로 조성된 거품 경제가 붕괴됐던 2009년 1월 한 개발자가 비트코인을 만들었다. 은행을 배제하고 모든 금융 소비자에게 권한을 분산한 최초의 가상화폐였다. 거래 방식도 혁신적이다. 모든 거래자의 컴퓨터에 거래내역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평균 10분마다 대조해 오류나 조작을 원천 차단한다. 일반적으로 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가치를 통제하지만 비트코인은 관리 주체가 없기에 공급과 수요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때문에 환율, 물가, 양적완화, 금리조정 등 외부 영향에서 자유롭다.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가상화폐가 대안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지만 결국 투기 수단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 거품이 붕괴됐을 때 오는 충격이 크다. 올초와 달리 현재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은 많이 줄었다. 

⑩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속 ‘축구의 즐거움’ 
공은 둥글다. 축구는 모른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 독일을 2대 0으로 꺾을 수 있을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 했다. 메수트 외질, 마누엘 노이어, 토마스 뮐러, 토니 크로스, 사미 케디라 등 그야말로 당대 최고 선수들이 총출동했고 꿈의 무대 월드컵이었다. 사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국가 대표팀은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2차전까지 고전을 면치 못 했다. 욕도 많이 먹었다. 6월27일 밤 열린 독일전 전반전까지만 해도 그런 패색이 이어졌었다. 하지만 후반에 두 골을 몰아 넣어 선전했기 때문에 그것 하나만으로도 국민들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비록 16강에 진출하지 못 했지만 세계 랭킹 57위인 한국이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독일을 이기는 것만큼 큰 선물은 없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손흥민 선수는 2018년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영웅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름의 기세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졌다. 전국민이 손흥민 선수의 군 면제에 관심을 집중했었는데 결국 그걸 성취해냈다. 매 경기가 드라마틱했다. 일본과 결승전 연장 혈투 끝에 이승우의 결승골과 황희찬의 추가골이 해피엔딩의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캡틴 손흥민(토트넘), 황의조(감바 오사카), 조현우(대구) 등 와일드카드를 포함한 태극전사 20명은 모두 병역 혜택의 대상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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