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신호 예고 이후 잠적, 경찰 수사로 무사 발견, 홍영표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소통한 것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예고하고 잠적했다가 다행히도 5시간 만에 무사히 발견됐다.

신 전 사무관에 대한 경찰 신고는 3일 아침 그의 친구로부터 이뤄졌다. 친구는 신 전 사무관이 “요즘 일로 힘들다. 행복해라”는 내용의 예약 문자를 보냈다면서 이에 따라 신속히 경찰에 신고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거주지에 폴리스 라인을 치고 수사하고 있는 경찰. (사진=연합뉴스 제공)

경찰은 신 전 사무관이 머무르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고시원으로 출동했고 유서와 스마트폰을 발견함에 따라 주변 동선을 탐문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날 11시19분에 모교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마지막 글입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리고 “아버지 어머니 정말 사랑하고 죄송하다. 그래도 난 잘 한 것 같다. 내부 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와 비상식적인 정책 결정을 하지 않고 정책 결정 과정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를 바란다. 그냥 나라가 좀 더 좋아지길 바랐을 뿐”이라며 심각한 심리 상태를 드러냈다.

경찰은 다행히도 12시40분 관악구 모텔에서 신 전 사무관을 발견했으며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알려졌다. 

당초 신 전 사무관이 폭로한 것은 청와대가 △국가 채무비율을 높게 유지하려 했고 △KT&G와 서울신문 사장 선임에 개입하려 했다는 건데 후자보다는 전자가 부각됐다. 하지만 채무비율을 높게 유지하려고 의도적으로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보기에는 그 규모에 무리가 있고 무엇보다 국채를 추가 발행할지에 대한 재정 정책은 청와대의 정당한 정무적 판단 범위에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정당한 소통 과정을 두고 신 전 사무관이 무리한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런 사안인가 오히려 묻고 싶다. 그런 논의는 민주 정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데 (폭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최종적으로 정책에 대해서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하는 것이 너무나 정상적이고 압력이 아니라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청와대가 압력을 가했는데 기재부가 그 압력에 굴하지 않고 기재부 방식대로 한 것 아닌가. 이렇게 충격적인 방식으로 폭로를 했다고 해서 언론이 다루고 있지만 그럴 사안인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게 신 전 사무관의 폭로 내용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여론이 흘러가자 스스로 심리적 불안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재부에서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및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민주당이 신 전 사무관을 비난하는 등 여권이 내세우는 공익 제보자 보호 방침과는 달리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세상의 모든 공익 제보자들을 위해서 기재부가 형사고발 만큼은 철회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며 “박근혜 청와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토록 지시한 것도 외형만 따져보면 그들 나름대로 정무적 판단에 의해 문화 거버넌스의 자치를 해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분노했던 것이다. 물론 정무적 판단의 개입 자체가 직권남용죄로 되는 것은 바람직한 법의 발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법률가로서 감시하겠지만 이런 난장판을 촉발하는 오버액션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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