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적자 시달리는 이마트…편의점 등 신사업이 발목 잡아
‘노브랜드’ 전문점 가맹 선언…적자 개선 승부수 될 수 있을까
‘노브랜드’ 전문점 가맹점 진출 시작부터 삐걱…같은 계열사 경쟁구도에 이마트 24 점주들 반발

서울시 강서구의 한 노브랜드 매장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시 강서구의 한 노브랜드 매장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스타필드를 통해 신세계 그룹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준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지만 이마트가 작년 3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특히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이마트 24’ 등 신사업이 발목을 잡았다.

이에 정 부회장은 편의점 자율규약의 저촉을 받지 않는 ‘노브랜드’ 전문점의 가맹점 진출을 선언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상권에 노브랜드-이마트 24의 상품 중복과 이에 따른 이마트24 점주들의 반발 등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영업적자 시달리는 이마트…편의점 등 신사업이 발목 잡아 

신세계그룹은 최근 온라인몰(이마트몰)을 시작으로, 편의점(이마트24), 호텔(레스케이프호텔)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했다. 정 부회장은 신사업들이 신세계그룹의 미래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까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가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는 3분기에 매출액 4조7272억원, 영업이익은 194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13.9%나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1%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49% 감소했다.

할인점 사업의 영업이익은 1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줄었다. 온라인(이마트몰) 사업부문은 4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창고형 할인매장인 트레이더스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는 실적이 개선됐다. 트레이더스의 영업이익은 24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5.% 신장됐고, 스타필드는 3분기에 2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로 전환했다.

한편 정용진 부회장이 공격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마트24는 5년 연속 영업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14년 신세계 품에 안긴 이마트24(구 위드미)의 영업적자는 2014년 140억원, 2015년 262억원, 2016년 350억원으로 확대됐다. 공격적인 출점을 시작한 지난해에는 517억원까지 늘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만 1288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적자가 이어졌지만 소폭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24의 올해 영업손실은 1분기 124억원, 2분기 9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억원, 6억원씩 개선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2076억원, 2557억원으로 각각 59%, 54.1% 늘었다.

이처럼 신사업 대부분이 적자에 시달리자 재계 일각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던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반면 아직까지 사업초기 단계인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다수 존재한다.

노브랜드 매장에 진열된 이마트의 자체개발 '노브랜드' 상품들 (사진=우정호 기자)
노브랜드 매장에 진열된 이마트의 자체개발 '노브랜드' 상품들 (사진=우정호 기자)

‘노브랜드’ 전문점 가맹 선언…적자 개선 승부수 될 수 있을까

신세계가 내놓은 성공적인 사업 중 하나는 ‘노브랜드’다. 노브랜드 점포는 일반 슈퍼마켓보다는 크고 대형마트보다는 작은 규모인 기업형슈퍼마켓(SSM)이다. 지난 2015년 이마트 내에서 노브랜드 상품이 판매된 것을 시작으로 2016년부터는 아예 노브랜드 전용 매장이 개설됐다.

정 부회장은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전문점 사업 확장을 위해 그간 직영점으로만 운영하던 ‘노브랜드’ 전문점을 3년 만에 가맹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달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자체브랜드(PB)전문점이 노브랜드의 정보공개서를 등록하며 가맹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한지붕 아래서 이마트24, 노브랜드,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세 가맹 사업을 영위하게 됐다.

이번 노브랜드 가맹사업화를 통해 출점에 발목을 잡았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의 굴레에서 벗어나면서 신규 출점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마트24가 편의점 자율규약안에 따라 신규점포 출점거리 제한으로 공격적인 확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노브랜드 가맹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한 것이다.

이마트24는 편의점 업계에 후발주자로 진출하면서 가맹점의 매출을 기준으로 수익을 올리는 '정률제'가 아니라 매달 정해진 회비만을 받는 ‘정액제’를 차별화로 내세웠다.

이 경우 본사는 기존 매장 매출 증대가 아닌 신규 점포 출점을 통해서만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때문에 단기적으로 가맹점주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이익을 볼 수 있으나 본사 차원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단 지적이 계속돼 왔다.

한편 노브랜드의 가맹사업 진출은 향후 이마트24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브랜드 가맹사업이 기존 편의점 사업과 유사한데다 일부물품의 경우 이마트24 PB(자체브랜드)인 ‘아임e’와 겹치면서도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 관계자는 “노브랜드와 이마트24는 같은 가맹사업이라도 사업모델 자체가 전혀 다르고 사업 규모와 방식도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성동구 이마트 24 매장 (사진=우정호 기자)
성동구 이마트 24 매장 (사진=우정호 기자)

 ‘노브랜드’ 전문점 가맹점 진출 시작부터 삐걱…같은 계열사 경쟁구도에 이마트 24 점주들 반발

한편, 이마트가 ‘노브랜드’ 전문점 가맹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자마자 이마트 24 가맹점주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마트24는 초창기 ‘노브랜드’상품으로 차별화를 내세워 가맹점주들을 유치했다. 하지만 이마트 노브랜드 전문점에서도 ‘노브랜드’상품을 취급해 상품이 중복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심지어 같은 상권에 노브랜드 전문점과 이마트24가 모두 자리 잡으면서 계열사 점포끼리 경쟁 구도가 벌어지는 곳도 있었다.

이에 이마트24 측에선 새로운 PB를 출시해 노브랜드전문점과 차별화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점주들의 불안은 여전한 상태다. 

이마트24는 다른 편의점 업체와 달리 영업 위약금을 매기지 않는다. 폐업에 대한 점주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마트24 점주들은 노브랜드나 다른 브랜드 편의점으로 이동이 비교적 쉬운 상황이라 자칫 점주들의 이탈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마트24 점주들 사이에서 노브랜드 가맹사업 진출이 지방 진출을 노린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이탈 분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실제 지방에는 노브랜드 신규 매장 오픈 기준인 최소 100평이 넘는 점포들이 다수 분포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 대형마트가 넓게 분포돼 있어 대형 편의점들이 주요상권 역할을 맡는다. 또 서울 및 수도권보다 토지와 건물가격이 저렴해 편의점 규모가 비교적 크게 마련된다.

이마트24 한 가맹점주는 “지방에 자리한 편의점들은 지대 가격이 낮아 크게 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충분히 노브랜드 가맹점으로 전환할 요건을 충족한다”며 “이마트 측에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가맹사업을 내놓은 것이라고 보여져 믿기 두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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