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의 동기에 대해 부인하고 정당화, 한국당이 붙어 나서는 이유, 진영 게임화 된 사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최근 정치권을 뒤흔든 김태우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 수사관은 3일 오후 서울동부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고 “16년간 공직 생활을 하면서 위에서 지시하면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하고 살아왔고 이번 정부에서 특감반원으로 근무하면서도 지시하면 열심히 임무를 수행해왔다. 그런데 업무를 하던 중 공직자에 대해 폭압적으로 휴대전화를 감찰하고 혐의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 사생활까지 탈탈 털어 감찰하는 것을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다. 자신들의 측근 비리 첩보를 보고하면 모두 직무를 유기하는 행태를 보고 분노를 금치 못 했다”고 밝혔다.

김태우 수사관은 거듭 청와대의 문제점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20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그런만큼 이번 사태는 법적으로 가려지게 됐다. 

처음 포문을 연 폭로 행위에 대해 여권에서는 비위 덮기용 폭로전이라고 공격하고 있는데 김 수사관은 “1년 반 동안 열심히 근무했지만 이런 문제의식을 오랫동안 생각해왔고 이번 일을 계기로 언론에 폭로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은 대놓고 그런 지점에 대해 질문했고 김 수사관은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회피했다. 

김 수사관은 골프 접대를 받고 최두영 신영기술개발 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에 개입한 본인의 비위 혐의 그 자체 보다는 “청와대의 범죄 행위가 낱낱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며 거듭 폭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특히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내가 올린 감찰 첩보에 관해 첩보 혐의자가 자신의 고등학교 동문인 것을 알고 직접 전화해 감찰 정보를 누설했다. 이것이 공무상 비밀누설이지 어떻게 내가 비밀누설을 했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수사관이 출석한 뒤 검찰에 새로운 사실들이 추가로 들어가게 됐는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수사관이 출석한 뒤 검찰에 새로운 사실들이 추가로 들어가게 됐는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수사관의 대리인을 자처했던 석동현 변호사는 한국당 당협위원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날(2일) 사임계를 제출했고 이날은 새로 선임된 이동찬 변호사가 등장했다. 이 변호사는 보수적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으로 알려졌다.

사실 한국당이 진상조사단까지 구성해서 이 사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미 진실 규명 보다는 정치적 진영 싸움의 소재가 된 측면이 크다. 

김 수사관은 청와대의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주장하면서 특감반원 시절 작성한 첩보 목록을 공개하며 연일 여권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를 공격하기 좋은 소재이기 때문에 한국당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반대로 민주당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김 수사관을 “비위 수사관”이라며 메신저 공격에 올인하고 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날 친박 성향의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 등 회원들은 김 수사관의 포토라인에 나타나서 피켓을 들고 응원했다.

한편, 청와대도 지난달 19일 김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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