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과의 갈등 부인했지만 사법농단에 대해 무척 보수적, 법원행정처장 만큼 좋은 자리를 거부할 심리적 불편함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일련의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피로감일까.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안 처장은 3일 아침 대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관은 재판할 때가 가장 평온하고 기쁘다. 지난 1년 간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이 많이 들었다. 1년이지만 2년 보다 훨씬 길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몇 차례 사의를 표명했으나 (김 대법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도 바뀌고 새로운 구상에 따라 업무를 쇄신할 필요도 있으니 이번엔 받아들일 것”이라며 관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안 처장은 2018년 1월 임명됐는데 딱 1년 만이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이미 사의를 밝힌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차기 대법원장을 바라보는 코스로서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는 처장 자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갈등설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안 처장은 “대법원장과 큰 방향에서 입장은 다를 바가 없다. 대법원장은 다양한 견해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마음이 열리신 분이기 때문에 나와 세부적 의견 차이로 인해 갈등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부인했다.

재판부로 돌아가고 싶다는 명분을 제시했지만 법원의 행정·인사·예산 집행 등 모든 것을 총괄하는 장으로서 사법농단 정국을 헤쳐나가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관 경력없이 바로 대법원장 자리에 오른 김 대법원장은 분명 문재인 정부의 사법 개혁 의지가 담긴 상징적 인사다. 그러다보니 보수적인 최고참 시니어 법관의 관점을 갖고 있는 안 처장과 사법농단에 대한 관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안 처장은 지난해 11월 “명의는 환부를 정확하게 지적해 단기간에 수술해 환자를 살린다”며 서울중앙지검 한동훈 3차장 검사의 수사팀이 무리하게 수사를 오래 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그동안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진보진영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진상규명 역할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지만 그나마 김 대법원장은 다른 대법관들을 비롯 사법부 내 저항이 강한 가운데 고군분투를 한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어떤 성향에 기울지 않고 무난한 성격인 안 처장 입장에서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는 것은 무척 고통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대법원장이 사표를 수리하게 되면 타 대법관들 중 새로운 처장을 임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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