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등 주요 혐의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개입 증거 확보 가능성, 영장 기각된 전직 대법관의 경우와 달라, 검찰의 수사 패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법농단의 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 소환 날짜(11일 9시반)가 나왔고 이제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동훈 3차장검사(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장)가 과연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지시를 내렸는지 명백한 혐의를 소명했을지에 따라 갈리겠지만 결국 영장 청구 카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1월 내에는 영장실질심사 법정에 양 전 대법원장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한동훈 검사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만나는 디데이까지 5일 남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물론 어려운 일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8년 6월 경기도 성남 자택 주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뒤로 무수한 혐의들이 드러날 동안 잠적해서 변호사들과 법적 대응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과 방패의 싸움이 치열할텐데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아직 검찰이 얼마나 증거를 확보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보통 언론의 취재 방식이란 것이 사전 취재로 대상에 대한 증거를 다 모아놓고 마지막에 직접 접촉해서 입장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검찰도 마찬가지다. 양 전 대법원장 등 거물급 인사를 부를 때는 이미 혐의를 완성해놓고 피의자의 반응을 살핀 다음에 이걸 영장 청구 여부에 활용한다. 당연히 피의자는 부인하고 방어할 수밖에 없고 실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럼에도 임 전 차장은 구속됐다.

즉 명백한 증거들 앞에서 앞 뒤가 다른 진술을 하거나 모른 척 묵비권을 행사하면 그런 반응까지 인신 구속의 근거(형사소송법 70조 1항과 2항)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 검사가 칼자루로 쥐고 있는 스모킹건은 뭘까. 크게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기밀 유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지연 등 3가지와 관련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지시 정황이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수사팀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수첩에서, 일제 전범 기업 변호를 맡은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양 전 대법원장으로부터 재판 정보를 들었다는 구체적 진술에서 스모킹건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인사 불이익을 주려는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에 양 전 대법원장의 결재 서명이 있다는 것도 빼박(빼도 박도 못 하는) 증거라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는 5명(박범석·이언학·허경호·명재권·임민성)의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있는데 그나마 임민성·명재권 판사는 대법원과 행정처 근무 경험이 없어 덜 방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7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과연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이 발부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수사팀은 결국 사법농단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 범죄이고 그런만큼 최고 책임자의 명령에 의존하는 하급자와 달리 양 전 대법원장의 비난가능성은 매우 무겁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법농단 시국회의를 비롯 시민사회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래 사람들은 구속되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국정농단의 최고 책임자로서 중형을 선고받은 것과 같다.

기존에 알려진 수사팀의 스케줄은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해서 보완 수사를 한 다음 양 전 대법원장을 부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바로 소환한 것은 아무래도 스모킹건을 확보했고 협의 입증에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양 전 대법원장이 2011년 9월부터 6년간 재임하면서 사법농단의 실행자들이 대법관과 행정처장을 건너뛰고 직보하는 채널도 있다고 했을 때 이들에 대한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것도 있다. 실행자들이 양 전 대법원장에 직보하면서 남긴 여러 증거들을 수사팀이 얼마나 확보했는지 이 점에 대한 신문 조사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어떤 대응을 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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