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2년까지 수소차 6.5만대로 확대 계획 발표…지난해 대비 668% 예산 늘려
위기의 자동차 산업…왜 ‘수소차’인가?
철강업계도 수소차에서 새 먹거리 찾아

현대차의 수소차 모델 '넥쏘'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의 수소차 모델 '넥쏘' (사진=현대차 제공)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정부가 올해 ‘수소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자 자동차업계는 물론 철강업계까지 들뜬 분위기다.

내수와 해외 판매 부진으로 국내 완성차업계의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부의 수소차 지원 전략은 자동차 산업이 재도약하는데 한줄기 빛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를 통한 연간 경제 효과는 25조원, 간접 고용을 포함한 취업 유발 효과는 22만 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수소차 관련 부품 업계는 물론, 새로운 먹거리에 고민 중인 철강업계도 ‘수소차’가 활로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 2022년까지 수소차 6.5만대로 확대 계획 발표…지난해 대비 668% 예산 늘려

정부는 2019년부터 수소차 지원 예산을 지난해 대비 668% 늘리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정부 주도하에 수소차가 거리 곳곳을 누비는 ‘수소 경제’ 시대가 한 발 앞당겨 도래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월 ‘2019년 업무 보고’에서 ‘자동차 부품 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내놓고 2019년 수소차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공개했다.

정부의 방안은 비싼 가격과 충전소가 부족해 수소차 구매를 꺼리는 이들이 없도록 하기 위한 전략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통해 2022년 수소차 누적 보급 목표를 기존 1만5000대에서 4배 이상 늘린 6만5000대로 재설정했다.

우선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현재 전국 15곳에 불과한 수소충전소를 310곳으로 늘리기로 했으며 올해부터 수소택시 10대를 서울에서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수소차·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국내생산 비중은 현 1.5%에서 2022년 10%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 유동성 위기에 빠진 자동차부품업계를 돕기 위해 3조5000억원 이상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아울러 자동차 부품 산업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지자체·완성차 업체의 공동 출연금을 활용, 1조원 상당의 신규 자금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1조2000억원 규모의 한국GM 협력업체 대출·보증 만기도 1년 연장한다. 다양한 금융지원 외에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 연장(내년 상반기까지), 친환경자동차 보조금 확대 등으로 신차 내수도 촉진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산업 정책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에 정부의 뼈아픈 자성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비판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비장한 각오로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수소차는 초기에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국내 수요를 늘려 생산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수소차 산업 육성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울산에서 운영 중인 현대차 신형 수소전기버스 (사진=현대차 제공)
울산에서 운영 중인 현대차 신형 수소전기버스 (사진=현대차 제공)

위기의 자동차 산업…왜 ‘수소차’인가?
 
현재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근간인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흔들리는 만큼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내수와 해외 판매 부진으로 국내 완성차업계의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의 ‘수소차’ 카드는 다시 한 번 자동차 산업의 부흥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수소차 보급을 위해 2019년에는 2018년보다 수소차 구매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대폭 늘렸다. 2018년 수소차 보급 예산 규모는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해 약 480억원이었다. 2019년 관련 예산은 1421억원으로 3배 넘게 늘어났다. 예산 중 절반이 넘는 900억원이 보조금 지원에 투입된다.

수소차를 사서 굴리더라도 수소 충전소가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영업 중인 수소 충전소는 시험용으로 운영되는 곳을 포함해 전국 15곳에 불과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충전소 한 곳을 건설하는 데 수십억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국내 등록된 수소차는 920여 대밖에 되지 않는다. 수소 충전소를 운영해도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다. 기업이 무턱대고 나서 충전소를 늘리기 어려운 만큼 정부에서 충전소 구축 시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해 왔다.

이를 파악한 정부는 2019년 지원 예산을 더욱 늘려 수소차 충전소 구축에도 보다 힘쓸 예정이다. 관련 예산도 당초 300억원에서 45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예산은 현재 전국 15개에 불과한 수소 충전소를 2019년 80여 개까지 늘리는데 쓰인다.

지난 12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충전소를 만드는 데 구축비용과 함께 양대 ‘진입 장벽’으로 여겨졌던 관련 규제 역시 이미 완화하기로 한 상태다.

정부는 현재 일반주거·공업지역에만 허용된 수소 충전소를 준주거·상업지역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교통량이 많은 도심에서 쉽게 충전소를 열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이번에 세운 목표가 달성된다면 정부는 2022년 수소차 산업이 보다 활성화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수소차가 불러올 경제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2050년 수소와 관련된 산업 분야에서 연간 2조5000억 달러의 시장 가치가 창출되고 30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기는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현대차는 2030년 ‘연간 50만 대 수소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실화된다면 연간 경제 효과는 25조원, 간접 고용을 포함한 취업 유발 효과는 22만 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의 수소연료전지차(FCEV, 이하 수소차) 기술력은 현대자동차의 주도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얻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의 지원이 다소 부족해 대중화까지는 갈 길이 멀어보였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는 1회 충전으로 최대 609km까지 달릴 수 있다. 현재 세계시장에서 판매되는 수소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이런 경쟁력을 기반으로 향후 본격적인 수소차 확대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12월 ‘FCEV 비전 2030’을 발표했다. 124개에 달하는 협력사와 함께 2030년 수소전기차 연간 5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7조6000억원을 들여 연구·개발(R&D)과 설비 확대에 주력한다.

때마침 정부 지원까지 더해져 이 같은 현대차의 계획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2019년 말까지 충북 충주에 있는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연료전지 스택) 생산 확대를 위한 제2공장 신축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연간 3000기 규모인 생산능력이 2022년 4만 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만드는 장치인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은 수소차의 엔진 격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충주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같은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대량생산 체제 구축은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것으로, 수소차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대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덩달아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이 유니크와 평화홀딩스다. 두 곳 모두 현대차 수소차에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수소차 관련 설비와 원료 제조업체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수소가스 생산 업체인 풍국주정은 수소가스 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상장사로 투자자들의 돈이 최근 몰리고 있다. 수소차 충전소 8개를 운영하며 국내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이엠코리아도 주목받는 수소차 관련 업체들 중 하나다.

포스코 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 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제공)

철강업계도 수소차에서 새 먹거리 찾아

한편 수소차는 철강 업계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철강 산업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철강사들이 신사업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차전지에 들어가는 신소재나 미래 자동차에 쓰일 수소 관련 기술을 새로운 먹거리로 정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산업의 쌀’을 찾아 나선 것이다.

지난 6일 포스코에 따르면 호주 광산업체 필바라와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말 함께 추진 중인 리튬공장의 생산 규모를 기존 계약보다 33% 확대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초 포스코는 필바라에서 공급하는 리튬정광을 이용해 2020년부터 연간 3만 t 규모의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이 생산 규모를 연간 4만 t으로 확대했다.

전기차 배터리 등 2차전지에 들어가는 리튬은 ‘하얀 석유’로 불린다. 전기차는 물론 스마트폰 등 첨단 기기의 동력원인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이기 때문이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던 철강 제품을 만들어 온 포스코가 미래 산업을 위한 소재 생산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는 2차전지에 쓰이는 음극재와 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4월 합병해 연구개발 역량을 한곳으로 모으고 추가 생산 공장을 2, 3년 내로 완공할 예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이 증가하면서 배터리 시장 역시 확대되는 흐름에 맞춰 배터리 소재 생산을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