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원화 정책이 사실상 최저임금 속도조절 정책임에도 현장 편의점주는 전혀 반기지 않아, 근본적인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뒷받침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만 오르는 것에 대한 반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서울시에서 CU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 A씨는 “별로 의미가 없다. 어차피 오른다. 정부가 빠져나가기 위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고용노동부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 계획을 발표했고 이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그렇다는 것이다. 편의점주를 비롯 600만명의 자영업자에 대한 여러 지원 정책은 나오고 있지만 경제민주화 조치 등 본질적으로 시장의 파이를 공정하게 조정하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만 물가인상률을 초월해서 오르기 때문에 현장의 불만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번 이원화 계획은 결국 입법 사항이고 아직 정부의 초안이 발표된 수준이다. 내용은 최저임금의 독점적 구조가 이원화되는 것으로 이를테면 선정된 전문가들이 경제 상황을 고찰하고 매년 인상 범위를 설정하면 여기서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이 그 안에서만 인상하고 타협을 보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로 역할이 분리되는 것이다. 노사는 당연히 대척점에 서 있고 공익위원은 항상 캐스팅보트를 행사해왔는데 사실상 정부의 입김이 반영됐다. 하지만 이제는 구간위와 결정위 모두 국회와 노사 세 주체가 추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A씨는 곧 편의점업을 접고 다른 업종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문재인 정부의 의도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 기조를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걸 안 지킬 수도 없고 그냥 드라이브를 걸기도 곤란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반영해서 결정하겠다는 장치를 만들어놓고 정치적 부담을 완화해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구간위는 △노동자 생계비 △소득분배율 △임금 수준 △사회보장급여 △노동생산성 △기업 지불능력 △고용 수준 △경제성장률 등 최저임금 산정 요소들을 경제 전반에 걸쳐 종합적으로 볼 계획이다. 

물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객관적으로 구간위가 최저임금 구간을 설정하고 노사공 위원들이 결정하도록 하는 게 취지다.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없앤다는 목적”이라면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A씨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이제 정부를 믿지 않기로 했다. 자영업자도 국민 중에 한 사람이다. 노동자도 중요하지만 어찌보면 나도 노동자”라며 “올리는 건 좋은데 급격히 올리기 때문에 부담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A씨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었다. 특히 이번 이원화 계획에 대해 최저임금을 지급해줘야 하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부각되고 그로인한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자 일종의 면피용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입장이 도드라졌다.

A씨는 “물론 올려야 한다. (하지만) 물가만큼만 올리라는 것이다. 이미 올려놓고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을 자르고 인원을 자르고 그 다음에 혼자 1인 근무를 하거나 무인 주문기를 갖다놓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건비는 고정 비용이다. 한 달에 인건비로 나가는 돈이 200만원 정도이고 올해는 우리 기준으로 240~250만원이 된다. 그 50만원을 매울 수가 없다. 그래서 알바쓰는 시간을 나눠서 적게 일하게 해서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 가뜩이나 월세와 전기세도 매년 오르는데”라고 하소연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밤 10시까지 어머니가 근무하고 야간에 알바를 쓰고 주간에는 내가 한다. 그렇게 해도 유지가 힘든데 올려버리니까 법적으로 강제하니까 올려줘야 하는데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원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원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얼마 전 정부가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A씨는 “전혀 효과가 없다. 매출이 몇 억 몇 십억원 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한 달에 3~4만원 비용이 줄어드는 수준”이라며 이를테면 “최저임금으로 인상된 비용은 40~50만원인데 카드 수수료로 아끼는 비용은 3~4만원 수준이라서 문제”라고 말했다.

A씨와 같은 프랜차이즈 편의점주와 달리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책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시장에서 창출된 이윤에 대한 배분의 불공정성 문제 △600만 자영업자의 포화 문제 △건물주·카드사 등이 가져가는 과도한 이익에 대한 규제 문제 등이 경제민주화 정책의 차원에서 해결되고 이것이 자영업자의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데 최저임금만 오르면 곤란하다는 것이 본질이자 핵심이다. 

A씨는 “결국 월세와 인건비다. 요새 대로변(월세)은 다 비싸다. 처음에 싸서 들어왔지만 법적으로 5% 이상 올려도 되니까 뭐 건물주는 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현재 최저임금 동결이나 2019년 최저임금 8350원 시행 6개월 유예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A씨는 “찬성한다”며 이렇게 항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대로변에서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사진=박효영 기자)

즉 “물가가 오르니까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물가인상률 보다는 약간 더 올려도 된다. 애초에 나는 그 정도 인상률을 반영해서 주고 있었다. 최저임금만 맞춰서 준 것이 아니라 300~400원 더 얹어서 줬기 때문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에 최저임금 인상률이) 급격히 확 들어오니까 그걸로 인해서 물가가 엄청 올랐다. 도시락, 우유, 과자 다 올랐다. 그것에 대한 대책으로 (최저임금 정책을) 적당히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어 “(여러 물가가) 소비자가로는 500원 즉 20~30% 올랐다. 과자가 1000원 하던 것이 1200원이 됐다. 올해부터. 이에 대해서 정부가 뭐라고 하면 안 되는 것이 공장의 인건비도 오르고 배달하는 사람, 만드는 사람, 포장하는 사람 다 오르고 있다. 그래서 (어차피 그 돈으로 물건을 사야하는 저임금 노동자 입장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사실 노동계도 이번 계획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구간위가 결국 저임금 노동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 인상 기조에 매스를 들이댄다는 것 즉 속도조절론을 위해 기능할 것이라는 우려다. 기존의 공익위원이 신설될 구간위의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복되는 옥상옥이라는 비판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보수 야당과 언론의 비판 흐름에 맞물리고 있는 최저임금 문제는 어떻게 정책 결정을 내리든 양쪽에서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자영업자의 목소리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혜택을 보는 저임금 노동자 모두의 윈윈을 모색하는 길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 길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