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최봄샘 기자
사진 / 최봄샘 기자

 

돌아간다는 것

권지영

 

돌아간다는 것은

간직하기 위한 것

낯선 곳의 풍경과 만남을

가지고 가는 것

 

돌아간다는 것은

따뜻한 것

나를 기다리는 공기가 있고

언제든 열리는

마음이 있다는 것

 

돌아간다는 것은

나를 더

나이게 하는 것

 

돌아간다는 것은 떠나는 것

새로운 곳에서의 신선함과

익숙한 곳에서 떠나오는 것

 

-권지영 시집 『누군가 두고 간 슬픔』(2018. 푸른사상)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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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보았던 영화 박하사탕의 마지막 장면의 대사가 떠오른다. ‘나, 돌아갈래’라고 절규하던 주인공의 대사는 아직도 뇌리에서 쟁쟁한 명대사다. 지금 나의 모습이 너무 약아지고 팍팍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떠오르는 문장이다. 나 과거 어느 지점에서 순수의 계절을 지나왔던가? 오염된 현실의 내 모습을 느낄 때마다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다. 회복하고 싶은 그 무언가가 내게도 있다는 것은 희망인 것이란 것을 알고 이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곤 한다. 인간에게 회귀본능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진취적인 본능이다. 회복, 복원, 치유, 인간 본연의 순수함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노력이야말로 얼마나 향기로운 모습인가. 화자는 말한다. 돌아간다는 것은 간직하기 위한 것, 따뜻함, 열린 마음, 나를 더 나이게 하는 것이라고... 새해를 맞이하며 가졌던 각오들이 저마다 있겠지만 자기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와 본연의 순수함을 찾아 회복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상처로부터의 자유함 또한 돌아가는 것이다. 잘못된 관계성이 있었다면 먼저 나 자신을 낮추고 깊이 들여다보는 일 또한 돌아가는 일 아닐까 그리하여 왜곡된 자아상이 보인다면 다시 원래 순백의 나로 돌아가야 한다. 잘못된 익숙함 낯선 신선함조차도 내 것이 아니라면 돌아서야 맞는 것, 진정한 회복을 숙고하게 하는 시 앞에 잠시 잠겨보자. 더구나 시리고 아픈 여기라면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는 여기 외진 곳이라면 돌이켜 발걸음을 돌려야할 시점은 아닌지...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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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영 /

경희대 <국제한국언어문화학과>에서 공부

저서 / 『붉은 재즈가 퍼지는 시간』 『꿈꾸는 독서논술』 『재주 많은 내 친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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