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시범 서비스 중단 선언
전면 중단은 아니고 정부여당도 공유경제 차원의 카풀 포기는 아닌 듯
택시업계 2명 분신과 강력 투쟁 기조에 한 발 물러서
택시업계의 반응도 그다지 환영하는 모습 아닌 듯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카카오가 카풀 시범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민주당도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택시업계가 합류해달라고 다시 한 번 요청했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반응은 아직 싸늘하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15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카카오T 카풀 시범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고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서는 물론 택시업계와 더 많은 대화 기회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대화에는 어떤 전제도 없고 서비스 출시를 백지화할 수도 있다는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주변에 설치된 카풀을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천망 농성장. 최근 택시기사 최우기씨가 카풀에 반대하며 분신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도 바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 모빌리티가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정상화를 위해서 현재 시행중인 서비스를 조건없이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제는 택시업계가 응답할 차례”라며 “그동안 택시업계가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던 카풀 서비스 중단이 현실화 된 만큼 대타협기구에 동참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주말까지 참여 입장을 밝혀주기를 요청한다”며 시한을 제시했다.

물론 타이밍상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로 한 발 물러선 모양이지 공유경제 차원의 카풀 사업을 전면 중단하거나 일체 금지하는 입법화를 모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효영 기자)
전현희 의원은 택시업계의 대화 참여를 요청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전 의원은 “지금은 택시 노동자 처우 개선과 택시 산업이 발전할 골든타임”이라면서도 “택시 노동자의 무고한 희생과 근심을 덜어줄 수 있도록 공유경제와 택시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대타협 기구를 통해 택시 시장 확대와 새로운 택시 수요 창출을 위한 고부가가치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택시에 IT 플랫폼을 장착해 택시를 신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다만 아직 카카오 모빌리티 측이 서비스 중단 시점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다음주 월요일(1월21일)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출범해 택시업계 발전 방안을 포함한 모든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중재 방향을 제시했듯이 택시업계의 우버화(일반 운송자의 택시 서비스 참여를 보장하고 플랫폼으로 연결해주는 IT화)와 사납금제 폐지 등 여건 개선을 모색하되 카풀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공유경제의 미명 하에 허용되는 카풀은 그 자체로 불법이고 관련 법률에서 출퇴근시에만 예외적으로 유상 운송을 허용하는 대목(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 1항 1호)을 삭제하는 등 전면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카풀을 전면 금지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자는 것인데 택시업계는 전면 금지가 보장돼야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임정남씨와 최우기씨는 모두 카풀 도입을 반대하면서 분신으로 삶을 마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렇게 3자 대치가 지속되는 중에 △택시업계의 총파업 △택시기사 2명의 분신 저항 △국토부의 내부 문건 보도 등으로 택시업계의 악화된 여론이 더욱 부각되자 카카오가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13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토부가 내부 추진계획 문건을 통해 택시업계의 저항에는 최소한으로 대응하고 택시업계를 향한 부정적 여론을 활용해야 한다는 매뉴얼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 보도로 인해 택시업계는 불신감이 더 커진 상황이라 두 주체가 내민 손길에 대해서도 그다지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카풀 물결의 불가피성을 전제로 사회적 대타협에 나설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고 △해당 문건을 작성한 국토부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요소를 고려해서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석할지 여부를 신중히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전 의원은 사실상 여권의 입장이 카풀 허용과 택시업계 개혁화로 중재할 것임을 암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다만 전 의원은 기자들에게 “17일에 택시업계의 전체적인 회의가 있다고 한다. 그때 최종적으로 결정한다고 한다. (택시업계가)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제조건(전면 중단)이 성립됐기 때문에 (택시업계가 참여) 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씀을 들었다”고 밝혔다.

면밀히 보면 전면 중단이라는 전제조건이 성립된 것은 아니다. 택시업계의 주장처럼 카풀 서비스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 방향인지와는 별개로 현재 여권의 입장은 카풀 사업과 택시업계의 상생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택시업계가 대화 기구에 참여한다면 그런 전제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기울게 된다.

전 의원은 “일단은 사회적 대타협 기구 출범은 택시 산업을 살리면서 (공유경제 업계와) 상생하는 방안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 부분(카풀 허용)에 대해서는 아직 용인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대화를 통해 전면 금지 결정이 도출될 수 있다면 상생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택시업계의 생존권 침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카풀 사업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카풀업계의 사업 포기가 강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많은 기자들이 취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결국 김 장관의 방안대로 대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택시업계가 좀 더 유리한 협상력을 가져가기 위해 기싸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 의원은 “정부가 현재 택시 발전 방향으로 상당히 많이 택시 발전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 기구 내에서 (정부 방안을)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부족하거나 보완할 점이 있으면 의견을 제시해서 택시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좀 더 합리적인 지원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에 택시 산업의 전반적인 발전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사실상 열악한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을 중심으로 택시업계의 IT화 방안을 모색하는 대신 카풀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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