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득표율로 픽스하는 방식만 정답처럼 흘러가는 분위기 깨기 
민주당이 제안한 한국형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모델 3가지
민주당식 국회 개혁 방안은 입법 절차의 효율성 모색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종민 의원은 조심스러웠다. 그럼에도 선거제도 개혁의 쟁점, 발전 역사, 비교 분석 등 자료를 준비해서 기자들에게 설명회를 열고 싶었고 그렇게 하는 목적이 있다. 

김 의원은 16일 오후 국회에서 선거제도 설명회를 열고 “자료는 내가 정리해서 쓴 것이다. 일반인이 쉽게 알아듣도록 한 것이다. 정개특위 간사니까 이런 걸 대신하는 거지. 우리 당의 입장을 대신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여기 나온 내용들은 여러 주장과 판단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내 개인의 판단이다. 혹시 보도가 필요하면 나중에 개인적으로 그 쟁점에 대해 확인하고 보도해달라. 이 자료만 가지고 보도하는 것은 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의원은 언론인 출신으로 청와대 대변인, 충청남도 정무부지사, 건양대 교수 등을 지냈을 만큼 이론에 강하다. (사진=박효영 기자)

2시간 가량 진행된 설명회의 목적에 대해 김 의원은 “커뮤이케이션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선거제도의 개념이나 어떤 구조 이런 것들에 대해 서로 알고 있는 것이 달라서 그렇다. 한 번 종합적으로 얘기를 해봐야 한다. 우리 정치인 입장에서 정확히 전달하고 언론도 기사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알기 쉽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스케줄상 “1월 말(20일)까지 (정개특위 1소위에서 선거제도 합의안을 도출하기로) 시한을 잡아놨지만 쉽지 않다. 빠르면 2월 말까지는 이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결론을 내야 한다. 더 늦어지면 3~4월까지 갈지도 모르겠다. 선거구 획정 과정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선거제도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갖고 판단할 시간이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분명 복잡한 선거제도 쟁점들에 대한 판단 정보를 주기 위한 목적을 전제했지만 결국 거대 정당 민주당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실제 설명회 후반부로 갈수록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대원칙이 절대 진리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거듭 환기했고 절충적 대안을 3가지 제안했다. 

또한 국회 개혁 방안을 두고 국회의원의 특권을 축소하고 예산을 동결 또는 삭감하는 방향이 아닌 입법 절차의 효율성을 모색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김 의원의 설명회. (사진=박효영 기자)

먼저 3당은 정당 득표율로 확보 의석수를 픽스하는 것을 연동형의 대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김 의원은 소위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차원으로 민주당이 내놓는 3가지 모델을 제시했다. 

그것은 ①준 연동제 ②복합 연동제 ③보정 연동제다. 

일단 3당이 말하는 연동형은 300석 의원정수에서 30% 정당 득표율을 얻었다면 90석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지역구에서 40명이 당선됐다면 50석을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고 이게 독일식이다.

김 의원은 “비례대표 비율이 만약 우리처럼 50석(정확하게는 현행 47석)이다. 아니면 240대 60이다. 4대 1이라거나 아니면 75석이다. 75석도 아슬아슬하다. 200대 100 정도면 안정적이다. 만약 240대 60이면 이 비례대표 의석은 거의 3당과 4당에 배분된다. 이렇게 되면 소수 정당 배려 제도가 돼 버린다. 온전한 비례대표제는 아니다.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가 왜곡된다”며 민주당 지도부가 주로 볼멘소리로 말해왔던 거대 정당의 비례대표 기대 의석의 감소를 어필했다.

그래서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하나도 못 얻는 정치적 이익 침해를 줄이기 위해 ①은 절반만 연동하는 형태다. 예컨대 300석 정수에서 A정당이 10% 정당 득표율을 얻었고 지역구 9명을 당선시켰다면 비례대표 의석으로 21석을 채워줘야 하지만 우선 6석만 배정받고 나머지 15석은 또 다른 정당 득표율 성적으로 다시 배분된다. 

②은 지역구 후보가 얻은 득표율과 정당 득표율을 합해서 전체 기준을 세우고 확보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③은 200대 100이라고 보면 지역구 후보의 총 득표율과 확보 의석수를 계산해서 부족하고 초과한 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고 나머지는 정당 득표율로 다시 배분하는 방식이다. 즉 B정당이 지역구 후보 총 득표율로 40%를 얻었고 정당 득표율은 35%를 얻었다. 하지만 의석은 50%(100석)를 확보했다면 비례대표는 35석이 아닌 지역구 200석의 10%(20석)를 뺀 15석만 더 확보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B정당은 115석을 얻게 된다. 반대로 가정해서 C정당이 지역구 후보 총 득표율로 10%를 얻고 의석수는 5%(10석)만 가져갔다. 정당 득표율은 10%였다고 쳤을 때 비례대표 의석 10석과 더불어 부족분 10석을 더해 20석을 추가 확보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C정당은 30석을 얻게 됐다. 만약 독일식이었다면 B정당은 105석을 확보하고 C정당은 똑같이 30석을 얻는다. 결과적으로 거대 정당의 의석수를 좀 더 챙겨주는 것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1등만 당선되는 다수제와 비례성을 강화하는 비례제로 분류해서 서구의 선거제도 발전사를 풀어냈고 장단점을 정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3당은 이러한 민주당의 한국식 연동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연동형의 대원칙을 지킨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이나 지역구 선출 방식 등 각론은 상관없다는 것이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 체제를 “한국식 민주주의”라고 칭했던 것에 빗대 민주당의 이런 식의 움직임을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연동형이란 게 뭔가. 연동형은 정당 득표율로 배분하자는 게 아니고 링키지(Linkage)다. 링크를 시키는 것이다. 뭘로 링크를 시킬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독일식이 책에 나온 것도 아니다. 많은 나라들이 채택해서 보편성을 인정받은 것도 아니다. 독일만 하고 있다. 50년 동안. 그래서 굳이 우리가 거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고 연동형이라는 것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연동시켜서 결정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야기 한 3가지는 다 연동형이다. 굳이 정당 득표율로 전체 의석수를 결정하는 것은 독일식”이라고 역설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연동시킨다는 연동형의 개념은 김 의원의 말처럼 정확하다. 얼마나 어떻게 연동시킬지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3당은 연동형의 대원칙을 독일식으로 보고 있고 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했던 것과 그동안 민주당이 당론으로 결정한 권역별 비례대표제(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한 권고안)도 모두 독일식이었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 국회 개혁 방안에 대해 김 의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국회 개혁 방안과 다른 당에서 얘기하는 것은 약간 차이가 있다. 물론 세비 문제나 특권 (축소) 다 중요하다. 훨씬 본질적인 개혁은 일하는 국회로 바꾸는 것이다. 지금 1만개 법안이 계류돼 있는데 (각 상임위원회 산하) 법안소위가 안 열리고 있다. 여러분 법안소위 취재하는 것 있는가? 이게 1년에 법안소위가 몇 번씩 열리는지 조사 한 번 해봐라. 사실 1년 50주에 50번 이상 열려야 한다. 국회의원에게 법안소위 업무는 본업이다. 이게 가동돼야 입법이 되고 그래야 국회가 일하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게 국회 개혁의 전부다. 이거 해결되면 세비 이런 건 다 마이너다. 일하는 국회. 입법 기능이 살아있는 개혁이 중요하다. 그게 국회 선진화법, 그 다음에 법제사법위원회 관련 법, 그 다음에 상설 상임위법 이런 것들이다.”

3당과 시민사회는 국회의원의 수많은 특권을 줄이고 예산을 동결하는 차원으로 국회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 국회의 입법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물론 김 의원의 주장처럼 야당의 발목잡기로 유치원 3법,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국정원법, 경제민주화 5법(가맹점주의 대항력 강화·대리점주의 대항력 강화·영세자영업자 생태계보호·카드수수료 인하·중소기업과 중소상인 교섭력 강화) 등 핵심 개혁 입법들이 막혀있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제1야당 112석의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민주당은 국회 개혁의 방향을 입법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잡았다. 선진화법의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 기간을 330일이 아닌 60일로 줄이는 최재성 의원의 법안이 발의돼 있고, 법사위가 해당 상임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법안을 묶어두는 관행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번 기회에 완료하자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그런데 여권의 입법 성과를 내기 위한 차원에서만 개혁 방안을 주장할 게 아니라 국회 예산과 특권 내려놓기에도 동시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민주당의 모양새가 3당과 시민사회 입장에서 아쉬울 뿐이다. 

김 의원은 가로로 조정해 A4 용지 22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해서 배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의원은 가로로 조정해 A4 용지 22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해서 배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궁극적으로는 다시 정수 문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개특위가 공식 발표(2018년 12월3일)한 3가지 선거제도 모델 중 C안은 정수를 330석으로 증원하되 220(지역구) 대 110(비례대표)으로 비율을 맞추고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지역구 선거는 소선거구제로 치르는 것이다. 김 의원은 독일식 지역구 1대 비례대표 1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2대 1을 추구하고 마지노선으로 3대 1의 범위를 벗어나지 말아야 된다는 전제조건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김 의원은 의원들 저항으로 지역구를 감소시키는 게 어려우니 정수만 증원하자는 논리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C안처럼 둘 다 일정 정도 진행하자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래야 국민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 정개특위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정수 증원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고 결국 지역구 감축론에 힘을 싣고 있다.

그렇다면 정수 증원없이 300석을 유지한 채 민주당과 한국당이 지역구 감축 플랜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고 구호와 회의론만 난무한 상황이다.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볼멘소리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데드라인으로 설정된 20일까지 정개특위 1소위의 합의안 초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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