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지도자가 성범죄를 알고도 묵인하면 징역형 법제화
국회 입법 사항
피해자 지원 시스템 강화
전수조사는 등록 미등록 가리지 않고 대대적
근본적인 체육계의 관행 뜯어고쳐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소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것이 정부지만 이번에는 강력하게 뿌리뽑겠다는 기세다. 체육계 성폭력이 폭로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관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대응책을 내놨다.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가 △전수조사 △성폭력 사건 은폐축소 시에 징역형 법제화 △컨설팅과 예방 교육 △익명 신고상담 창구 재점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3개 부처 담당 국장과 차관이 그동안 6인 협의체를 구성해서 논의해왔는데 체육계 성폭력 사건을 전수조사하는 걸 시작으로 종합 대책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숙진 여가부 차관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8년 초 미투 고백이 쏟아졌을 때도 체육계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지만 2019년 새해 벽두부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기 때문에 당국이 부랴부랴 움직이는 분위기인데 이숙진 여가부 차관은 “(체육 유관 조직 모든 관리자가) 성폭력 사건을 은폐축소하는 경우 최대 징역형까지 형사처벌될 수 있도록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령(성폭력방지및피해자보호)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치라는 부작위를 처벌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위가 중요한데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설정돼 있다. 

지원 시스템은 △전문 상담사가 심리치료를 실시하고 △수사를 의뢰하고 △피해자 연대모임과 연결해주는 등 원스톱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각 부처의 신고센터에 사건이 접수되면 해바라기센터의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성이 강화된다. 

전수조사는 당국에 미등록된 단체를 포함 선수와 학생을 불문하고 6만3000명 수준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이 차관은 “전수조사는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한다. 조사 방법, 규모, 범위는 곧 결정하고 착수할 계획이다. 여성 선수 뿐만 아니라 남성 선수까지 포함된다. 정확한 내용은 인권위와 협의해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수조사를 통해서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고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해 정책 제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해자가 특정되면 인권위원회에서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고발 조치”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문체부는 학원 체육계 지도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선해서 솜방망이를 방지한다는 계획이고 무엇보다 자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교육부도 상시적으로 학원 체육에 대한 관리감독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강화한다.

범정부 종합 대응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범정부 종합 대응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성범죄는 권력관계에서 발생한다. 한국 체육계는 성적 압박이 극심하고 언어적 물리적 폭력이 정당화돼왔던 만큼 위계 서열의 끝판왕이었다. 지도를 받는 선수가 여성이고 가르치는 지도자가 남성일 경우 성폭력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체육계가 위계적 문화를 용인해왔던 관습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성범죄도 방지되기 어렵다. 때리고 맞아야 1등할 수 있다는 관습을 끊어야 하지만 이날 정부 대책은 이러한 지점에서 미흡했다. 체육계의 문제점 개선을 위한 컨설팅 의뢰나 은퇴 선수들을 종목별 예방 전문강사로 양성하겠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됐으나 충분치 않아 보인다. 

이 차관은 “협의체를 통해 각 부처 차관과 민간 요원들이 모여 논의했는데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 문체부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학원 체육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고 실제 문체부는 체육계 쇄신 방안을 담은 근본 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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