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부장 방미 후 트럼프 대통령 면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와 달라야
2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 구체적 밑그림 도출돼야
이미 제시된 여러 시나리오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 말 열리기로 공표됐다. 다만 정확한 날짜와 장소는 아직 미정이다. 

우리 시간으로 19일 17시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90분간 면담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비핵화와 2월 말(near the end of February)에 열릴 2차 정상회담이 논의됐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김영철 부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그동안 북미 비핵화 협상을 주관하는 고위급 회담 주요 파트너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부장은 백악관으로 가기 전에 워싱턴 듀폰 서클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및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면담했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식 면담을 끝낸 뒤에는 폼페이오 장관과 저녁 오찬을 가졌다. 김 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 부장은 20일 오후 출국할 예정이다.

작년 6.12 싱가폴 회담 때는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이 만난 것 자체에 의미를 둔 만큼 직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 하더라도 이해됐지만 이제는 구체적인 이행이 필요하다. 즉 2차 북미 회담이 가시화됐다는 것은 뭔가 빅딜을 위해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해서 공감대를 이루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흔히 미국의 부분적 제재 완화와 북한의 단계적 핵 리스트 제출이 동시 교환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곤 하는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구체적인 해법으로 미국 사찰단이 직접 <풍계리 →동창리 →영변 →강선> 등 주요 핵 시설을 검증해서 폐기한 뒤 부분적 제재 완화를 해주는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큰 신뢰를 쌓고 결국 단계적 핵 리스트 신고와 순차적 제재 완화를 동시에 교환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샌더스 대변인은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며 결코 쉽게 제재 완화를 내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4차 방중 이후 2차 북미 회담이 임박했다는 군불이 지펴졌었고 베트남의 하노이나 다낭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미확정인 배경에는 미국이 제재 완화를 결심할 정도로 북한의 반대급부를 얻지 못 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미 양측은 비핵화 협상 전선을 유지해야 할 정치적 필요성이 있고 이를 위해 △미군 유해 송환 △풍계리 핵 실험장 갱도 폭파 △한미 합동 군사훈련 일시적 유예 △남북 철도 공동조사와 착공식을 위한 최소 물자 교류 허용 등 비핵심적인 것들을 주고 받았다. 그러나 결국 핵심적인 것은 제재 완화와 핵 리스트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2차 북미 회담 개최 이전에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17일 보도된 VOA(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부차관보는 “북한이 일부 구체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시간표를 제시해야 하고 (그 안에는)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 폐기(9.12 평양 공동선언 5조2항)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미국은 겨울에 열릴 한미 연합 훈련 유예와 제재 완화 등을 대가로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18일 보도된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인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은 “기본적으로 김 위원장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이 제한된 감시를 받는 무기를 갖게 하고 미사일 기술 관련 프로그램을 동결할 수 있다면 미국은 더 안전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미간 합의 시나리오가 미국 내에서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부장과 폼페이오 장관 그리고 비건 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선 영변 핵 시설을 완전 감시 하에 폐기하는 것은 일종의 강경화 모델인데 그동안 이미 핵무기를 완성했고 우라늄 고농축 방식이 있기 때문에 무의미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영변이 폐기되면 플루토늄 추가 생산이나 수소폭탄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 유의미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5일 방송된 노무현재단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북한도 풍계리 빼놓고는 행동으로 보인 게 없다. 풍계리 핵 실험장이 3분의 2 이상 파괴됐다고 하는데 이것도 검증해야 한다. 북한이 구체적 행동을 보이면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은 말대 말 협상 양상이지만 행동대 행동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단 비건 대표는 20일부터 22일까지 스웨덴 외무부 주최의 국제 컨퍼런스 참석차 스톡홀롬에 방문하는데 여기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실무 회담을 할 예정이다. 2차 북미 회담 이전 북한의 구체적 행동을 포함한 미국의 수용과 인센티브 제공 여부가 가늠될 첫 테이블이다.  

한편,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19일 뉴욕 유엔본부 기자회견 자리에서 “지금은 미국과 북한이 다시 진지하게 협상을 시작할 때”라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분명한 로드맵을 만들 적기”라고 강조했다. 

2차 북미 회담 이전에 구체적인 결과물이 타협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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