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좋은 반응
ICBM은 미국의 안전 보장이라 중간단계로 수용
2차 회담 앞두고 실무 회담에서 구체적 조율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와 날짜가 확정됐고 이제 언제 공개되느냐의 문제만 남게 됐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방미 일정에서 무슨 논의가 오갔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반응을 보였고 바로 실무 회담이 진행되는 걸로 봤을 때 2차 회담 이전에 실질적인 빅딜의 밑그림이 완성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 내용은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나 핵 동결을 내주고 미국이 상응 조치로서 부분적 제재 완화를 허용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21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이번주에 북한 최고 대표자들과 아주 훌륭한 만남을 가졌다. 2월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트럼프 대통령. (사진=백악관)

김 부장과의 면담에 대해 좋은 성과가 있었다고 묘사한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 기자들에게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좋은 만남이었다”고 표현했고 트럼프 정부에 적대적인 미국 민주당과 언론에 대해서는 “언론은 우리가 북한과 엄청난 진전을 이뤘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과 비교할 때 오바마 정부 말기에 우리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라”고 항변했다.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이 오갔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았으며 “우리는 비핵화에 관한 한 많은 진전을 이뤘다.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현재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2박3일 실무 협상을 진행 중이다. 김 부장의 방미 일정 중에 있었던 큰 틀의 공감대 안에서 구체적인 내용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잘 풀리면 2차 회담의 정확한 날짜와 장소가 바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즈>를 비롯 주요 외신은 김 위원장이 경제 건설을 위한 발등의 불이 떨어졌기 때문에 제재 완화를 위해서라도 알맹이 있는 비핵화 조치를 제시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김 위원장이 제시한 카드를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상응 조치를 꺼냈을 것이고 양국 정상이 그러한 맞교환의 수준을 두고 상호 흡족해했기 때문에 2차 회담이 확정된 것으로 관측된다.

그게 바로 △ICBM 프로그램 폐기 △영변 핵 시설 폐기 및 사찰단의 검증 △핵물질과 핵연료 생산 동결 등으로 파악되고 있고 그 대가로 미국은 △남북 경제협력 허용 △부분적 제재 완화의 상응 조치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와 최선희 부상의 실무 협상은 매우 중요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비건 대표와 최선희 부상의 실무 협상은 매우 중요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9일 김 부장을 맞이하기 직전 <싱클레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미국을 위협했던 북한 핵 미사일 시험이 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 위험을 줄이고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 확장 능력을 줄이길 원한다”고 말했고 지난 1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인의 안전이 최우선 목표”라면서 ICBM 폐기라면 완전한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 이전에 중간 단계로서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선 비핵화 완료 후 보상’의 강경 기조는 그동안 미국의 전통적인 대북 협상 기조였지만 두 정상 모두 정치적으로 비핵화 협상을 지속하고 성공시켜야만 하는 목적이 선명하게 있고 그런만큼 기존과 다른 탑다운 방식은 상당히 고무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국 실무진은 깐깐하고 엄격하게 덜 내주려고 했을 것이지만 두 정상은 밸런스를 조율하면서 큰 그림을 맞춰갔다.

혹시 협상이 어그러져 2차 회담이 무기한 연기될 수도 있지만 일단 공식 개최일이 발표되고 실제 열린다면 양국 간의 빅딜은 완료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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