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성추행하고 자기 책임이 두려워 인사보복
안태근 전 검사는 바로 항소하고 혐의 전면 부인 
서 검사가 입을 열었던 이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서지현 검사(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가 1년 전에 열었던 미투의 문이 결론을 맺게 됐다. 안태근 전 검사(대구고등검찰청 차장 검사)가 서 검사를 성추행한 것도 모자라 법적 책임 문제가 있을까봐 피해자를 보복성으로 좌천시킨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이상주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단독)는 23일 오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안 전 검사에게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검찰 측 구형을 그대로 선고한 것인데 안 검사 측의 전면 부인 내용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태근 전 검사는 끝내 법정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 검사는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이던 2018년 1월29일 검찰 인트라넷 ‘이프로스’에 일련의 피해 사실을 올렸고 그날 저녁 jtbc <뉴스룸>에 출연해서 직접 증언했다. 

안 전 검사는 2010년 10월30일 장례식장에서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있으면서도 서 검사를 노골적으로 성추행했다. 상명하복 위계질서가 강력한 검찰 조직 내에서 서 검사는 제대로 된 사과를 받기는커녕 △업무 감사를 통한 사소한 지적 △검찰총장 경고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 발령 등을 당했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전 법무부 검찰국장)은 그때 인사권을 쥐고 있었고 서 검사 측의 항의에도 성추행 사실을 은폐했다. 서 검사의 폭로 이후 이런 의혹은 작년 초에도 강하게 제기됐었지만 최 의원은 부인했다. 하지만 이날 판결문에는 최 의원의 감찰본부 진상조사 무마 사실이 인정됐다.

안 전 검사가 법무부 검찰국장이 된 2015년 8월에는 자기 흠결이 부각되는 것이 우려됐는지 서 검사를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좌천시켰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자신이 서 검사를 추행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던 상황에서 검찰 내외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문제가 불거지면 자신의 보직 관리에 장애가 있을 것을 우려해 인사 불이익을 줄 동기가 충분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검찰 인사위원회의 심의 의결로 축적된 원칙과 기준에 비춰보면 서 검사를 통영지청에 배치한 것은 형평성을 기하려는 인사 제도를 실질적으로 위반한 것이다. 장관 표창 등 상훈 사항은 긍정적인 요소로 참작하지 않았다. 권한을 남용해 인사 담당 검사에게 인사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인사안을 작성하도록 의무없는 일을 시킨 것이다. 자신의 비위를 덮으려 지위를 이용해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에게 부당한 인사로 불이익을 줬다. 이로 인해 피해자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가 발생했다.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사유화하고 남용함으로써 공정한 검찰권 행사의 토대인 검찰 인사가 올바르게 이뤄지리라는 국민의 믿음과 검찰 구성원의 기대를 저버렸다.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서 검사가 ‘여주지청 →전주지검 →통영지청’ 이렇게 비정상적 루트로 가도록 한 것에 안 전 검사가 손을 썼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안 전 검사는 △서 검사를 성추행한 사실이 없고 △2018년 1월29일 전까지 서 검사의 이름도 몰랐고 △그래서 인사보복 할 동기가 없고 △원칙적인 인사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바로 항소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통영지청의 경력 검사 자리는 3~7년 차 검사들에게 맡겨지는데 서 검사가 12년 차이던 2015년에 그런 인사 조치가 단행됐다. 당시 통영지청에는 서 검사의 후배 기수 검사가 그 직위로 근무 중이었다. 지방청 수준에 경력 검사가 2명 배치된 경우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안 전 검사는 억울하다면서 즉각 항소한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안 전 검사는 2017년 10월 서울 양재동 온누리교회에서 “주변에서 너무 억울하겠다. 같이 분해하기도 하고 위로해줬다. 그렇지만 나와 가족들은 극심한 고통에 하루하루 괴로워하고 살 수밖에 없었다”며 ‘돈봉투 사건’에 대한 간증을 한 적이 있었다. 

이어 “죄 많은 내게 이처럼 큰 은혜를 경험하게 해주신 나의 주 예수 그리스도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립니다. 아멘”이라고 했는데 서 검사는 이 간증 영상을 보고 폭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8년간 고통을 안겨준 가해자가 스스로 신에게 회개받는 모습을 보고 분개했다는 것인데 영화 <밀양>의 스토리와 연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 검사는 23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무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검찰에서 의도적으로 부실 수사를 했고 조직적으로 나를 음해하는 것을 1년 동안 겪어왔기 때문”이라며 “나는 한 사람을 처벌하고 비난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던 게 아니었다. 검찰이 정의롭지 못 한 것. 가해자가 처벌받기는 커녕 옹호받는 것. 피해자가 비난받고 고통받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당연한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검사도 변호사도 더 이상 하지 못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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