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알 수 없는 급성 중증 폐질환이 가족 내에서 집단발병한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12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는 폐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폐 섬유화 증세로 서울에 거주하는 A(32·여)씨와 A씨의 딸 B(6)양이 입원했다.

A씨는 2개월 전부터 자신과 두 딸에게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나자 서울시내 병원을 거쳐 친정집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가 대형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상태가 계속 악화하자 A씨와 B양은 지난 9일과 11일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현재 인공호흡기와 인공 폐에 의지한 채 폐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A씨와 큰딸인 B양의 경우 폐 이식 등을 기대할 수 있지만, A씨의 둘째딸 C(1세)양은 나이가 너무 어려 폐 이식 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로 현재 부산의 대형병원에 남아 있다.

A씨와 두 딸의 증세는 최근 잇따라 원인불명 폐질환으로 사망하거나 치료 중인 산모들과 유사하다.

따라서 A씨와 두 딸의 사례는 원인불명 폐질환의 첫 가족 내 집단발병 사례로 볼 수 있다.

보건당국은 A씨와 두 딸이 부산의 대형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이들의 가검물을 채취해 병원체 검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전국의 상급종합병원 44곳을 대상으로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폐질환 임산부 환자 추가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한 결과 추가 발병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양병국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우리는 산모의 폐질환 발병사례만 집중 조사했고 A씨의 경우 산모가 아니어서 추가 발병 사례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원인불명 폐질환으로 A씨가 입원 중인 서울시내 대형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산모 가운데 1명이 지난 10일 추가로 사망했다.

이로써 이 질환으로 최근 사망한 산모는 모두 3명으로 늘었다.

이번에 사망한 D(35·충북 청주 거주)씨는 기침, 호흡곤란, 흉통 등 증세로 지난 4월13일 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다만 D씨는 같은 증세의 입원 산모 가운데 상태가 비교적 좋은 편인데다 폐 섬유화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반병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왔다.

D씨는 최근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중환자실로 다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호흡부전에 따른 뇌출혈 증세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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