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향교 전경 (사진=신현지 기자)
대흥향교 전경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최근 청소년들에 의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인성교육과 전인교육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공교육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입시와 진로에만 관심을 두는 사교육이 교육계 전반의 흐름이다.

이러다 보니 최근에는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널리 강조되고 있다. 한 개인이 사회적 규범과 예절을 통해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인성교육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자체나 학교가 나서서 인성교육에 힘쓰는 이유도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이끌기 위함이다. 청학동 예절학교, 성균관, 그리고 각종 인성학교 등이 우리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바로 그 이유다.
   
6백년 전통을 간직한 대흥향교 

인성교육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의 바탕이나 사람의 됨됨이 등의 성품을 함양시키기 위한 교육을 뜻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유교의 기본 이념인 인의지예(仁義禮智)는 바로 인성교육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향교가 인성교육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충남 예산에 위치한 대흥향교(전교 이동기)도 과거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 함양과 인성교육에 이바지하자는 것이다.

기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의좋은 형제’의 마을이 바로 대흥향교가 위치한 마을이다. 이미 6백여 년 전에 창건된 유서 깊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런 대흥향교가 전통문화의 이해를 돕는 등 인성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흥향교는 1405년(태종 5) 공자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하여 창건되었다. 무려 6백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대성전(大成殿)·명륜당·동무(東廡)·서무(西廡)·삼문 등이 현존하는 등 완벽한 역사를 보존하고 있다.

특히 대성전에는 공자를 위시한 5성(五聖), 10철(十哲), 송조6현(宋朝六賢)의 위패가, 동무·서무에는 우리나라 18현(十八賢)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충청남도 기념물 제136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전교 1명과 장의(掌議) 수명이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대흥향교 이 (사진=신현지 기자)
대흥향교 이동기 전교 (사진=신현지 기자)

대흥향교 인성교육을 통해 현재와 손잡다

유교하면 이미 흘러간 진부한 이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자본주의 시대에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 ‘공자 왈 맹자 왈’을 읊고 충효사상과 인의예지를 논하는 고리타분한 곳이 향교나 서원이 아니냐는 생각이 가득하다.

실제로 대흥향교는 한 달에 두 번(초하루, 보름) 작은 제사를 지내고 봄에 춘향석전제와 가을에 추향석전제 등 일 년에 두 번 큰제사를 지내고 있으며, 매년 정월 초에 은행나무제를 지낸다. 

하지만 대흥향교는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유림들이 초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직접 체험하고 선생님들께 조언을 얻어 현대식 교수방법을 벤치마킹한다. 왜일까?

대흥향교가 살아 숨 쉬는 인성교육의 전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다. 이미 대흥향교는 지난 2017년부터 ‘청소년 인성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전통문화와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향교를 활용해 어린이들이 우리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농촌마을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예산군청과 예산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대흥향교는 인성교육의 권위자인 최영갑 교수(성균관대), 황의동 명예교수(충남대) 이재인 인장박물관장, 권건일 명예교수(수원여대) 등을 섭외하여 최고의 강사진을 갖췄다.

지난해의 경우 지역 청소년들과 동반 가족 212명을 대상으로 2박3일 동안 먹거리는 모두 마을 부녀회에서 준비하고 숙박은 마을내 가정에서 홈스테이로 진행한 ‘2박3일 대흥향교여름학교’를 열었다.

프로그램도 청소년들이 향교가 어렵고 지루하다는 인상보다는 재미있는 배움터이자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예절 및 한문교육 외에 대나무 물총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꾸몄다.

이와 관련 이동기 전교는 “이 시대에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직접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대흥향교는 유교의 기본이념인 ‘인의예지’를 바탕으로 공교육에서 다루지 못하는 인성교육에 일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진=신현지 기자)
대성전에는 공자의 위패가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새로운 미래와 도약을 꿈꾸는 대흥향교

이제 대흥향교는 새로운 미래와 도약을 꿈꾼다. 인성교육의 메카로 거듭난다는 계획아래 지역민들과 호흡하고 학생들에게 전통문화와 살아있는 역사교육 등을 통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성숙한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흥향교는 고즈넉한 옛정취에 비해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 당장 학생들을 교육할 만한 공간이 없어 과거 유림들의 공부방이었던 명륜당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너무 비좁아서 많은 수의 학생을 수용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도 넉넉지 않아 소속 유림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일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지자체에서 보수 공사나 큰 제사, 인성교육 등에 어느 정도 보조를 하고 있지만 향교운영비도 거의 없다 보니 하고자 하는 일은 많지만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대흥향교가 인성교육의 메카로 자리메김하기 위해서는 유림회관의 건립이 절실하다. 유림회관을 인성교육장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전통혼례 예식장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다문화가정에 무료 혼례가 가능해지고 이들에 대한 한국어 및 예절교육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종구 총무장의는 “학생들과 호흡하면서 인성교육을 책임지는 메카로 자리매김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면서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대흥향교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주신 관계기관과 교장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인근에 예당호를 끼고 있는 대흥향교는 문화재거리로 지정받을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1,200년 전 백제부흥군이 나당연합군과 치열한 전투를 치렀던 봉수산 임존성이 위치하고 있으며 대원군 척화비, 조선시대 왕자 공주의 태실 비석, 의좋은 형제의 살아있는 역사, 600년 된 은행나무 등이 그것이다.
 
6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대흥향교. 오래된 역사만큼 지역민들의 자부심이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대흥향교가 인성교육의 메카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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