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황교안 지목해서 작심 비판
계파 갈등을 명분으로 자기 업적이나 존재감 어필 
출마를 막을 수 없다고 하지만 불출마 요구
김무성·안상수·주호영·조경태·김진태·정우택 당권 경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당권 주자 빅3(황교안 전 국무총리·오세훈 전 서울시장·홍준표 전 당대표)에 대해 불출마를 요구하면서 견제구를 날렸다.

김 위원장은 처음부터 정치적 출세욕이 엿보인다고 비판을 받았었다. 2016년 말 국정농단으로 휘청거리던 박근혜 정부의 거국 내각 국무총리 내정자로, 2018년 위기에 빠진 제1야당의 비대위원장으로. 그런 김 위원장이 당권 도전을 접었다. 대신 다른 유력 주자들의 불출마를 권했다.

김 위원장은 2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이 겪었던 어려움과 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분도 있고 관리를 잘 못 한 분들도 있고 당의 어려움을 방관하고 당에 대한 어떠한 기여도 해오지 않은 분들도 있다”며 빅3를 거론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자기 존재감이 줄어드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위원장은 “상황이 좋지가 않다”고 규정했고 “당내 의원들의 줄서기가 있었다고 말씀드리지는 않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시 계파 논쟁이 살아날 가능성이 열리는 것 같다. 황 전 총리 입당 이후 우연인지 모르지만 그런 현상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2018년 6.13 지방선거 참패 직후 홍 전 대표의 위장평화 공세와 막말 이미지에 사로잡혀서 당 수습을 두고 극강의 계파 갈등까지 겪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부임 이후 “성과 유무를 떠나서 이런저런 일을 했다”면서 △당의 노선 정립(아이노믹스·아이폴리틱스·평화 정착 로드맵) △계파 극복 노력 △인적 쇄신 등 다양한 자기 업적을 어필했다.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2월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의 행보가 계파주의의 망령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고 그런 점에서 우려된다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김 위원장은 “이제 겨우 혼란과 처참한 상황을 벗어나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당내 통합을 넘어서 보수 정치권 전체가 하나가 되는 것이 한국 보수 정치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역설했다.

특정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황 전 총리의 출마 행보에 여러 문제점들이 있다면서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김 위원장은 △친박 프레임과 탄핵 프레임 △당에 대한 낮은 기여도 △계파 논쟁 부활 가능성 △2020년 총선에서 한국당이 수세적으로 될 가능성 △정부여당의 실정에 대해 침묵 등이 있다는 것이고 “비대위 체제도 아닐 때 여태껏 당과 어떠한 관계도 맺지 않고 있던 분이 어느 날 당의 대표가 되는 것을 과연 어떻게 생각을 해야 될지”라고 꼬집었다.

이어 “(황 전 총리가 당권을 잡으면) 정부여당의 실정을 공격하기 이전에 상대가 오히려 이쪽을 공격하는 프레임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선거 결과 또한 장담하지 못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가장 유력한 주자로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견제한 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분명 김 위원장은 “당선이 될 수는 있을 것이고 그 뒤에 오는 역사적 소명과 당대표가 짊어질 역사적 무게를 어떻게 감당하느냐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라며 충언적 의미를 피력했지만 사실상 자기 업적이나 존재감이 묻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보여진다. 

김 위원장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분들이 정말 출마한다면 어떻게 말리겠나. 말릴 힘이 없다. 엄청난 역사적 무게와 소명을 느끼고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출마해주시고 당선이 됐을 땐 죽을 각오로 목숨 건다는 각오로 당무에 임해야 한다”면서도 분명 “솔직히 말해서 이런 분들은 당의 분란과 어려움과 혼란에 단초를 제공하셨던 분들이나 아니면 그 책임이 있는 분들이다. 혹은 당에 대한 기여가 확실하지 않는 분들은 솔직히 출마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어 “대통령 권력이 지니는 역사적 무게를 생각하지 못 했던 분들이 비극을 맞고 있고 비극을 맞는 것을 우리가 봤다. 당권 역시 마찬가지다. 그 무게를 생각하지 못 하고 권한과 힘이라는 한쪽 면만을 생각하면 결국 당도 스스로도 불행해질 수 있다. 나는 이 분들이 출마하는 대신에 당내의 통합에 밀알이 되겠다는 각오를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출마 의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기자들이 묻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당권 주자들에게 “총선 험지 출마”를 요구했고 그러한 자세를 보여준다면 “나도 말단에서 똑같이 당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2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 당권 주자들이 총출동했다.
2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 당권 주자들이 총출동했다. 왼쪽부터 황 전 총리, 안상수 의원, 주호영 의원, 정우택 의원, 김 위원장, 심재철 의원, 김진태 의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당대회를 총괄 준비하는 비대위원장으로서 당권 주자들을 비판하는 게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의) 기능과 역할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번 당권의 역사적 무게가 어떠하다는 것을 말을 하고 기록에 남겨두기 위해서”라고 거듭 순수한 충언적 의미를 강조했다.
 
한편, 한국당의 차기 당권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빅3 외에도 김무성 의원이 고심 중이고 안상수·주호영·조경태·김진태·정우택 의원이 사실상 출마 선언을 하고 당권 행보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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