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매체 의뢰 ‘지지율’로 민주당 앞섰다는 ‘김병준’
극우매체 의뢰 ‘지지율’로 민주당 앞섰다는 ‘김병준’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1.28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극우매체 의뢰로 평균 여론조사 수치와 크게 달라
1700만명의 압도적인 국민 대다수 촛불 집회 부정
질문 순서 배치로 답변 유도한 것으로 보여
5시간 반 조롱하는 언론의 보도에도 불만보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율로 이겼다고 자축했지만 극우매체 의뢰로 조사된 이례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여성 연대 워크숍에 참석해 “사실 지난 한 두 달 동안 계속 25~26.7% 왔다 갔다 하는데 한 조사기관의 조사 결과이기도 하지만 혹시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조사에서는 우리가 29.3%로 나왔다. 더 재미있는 게 있다. 민주당이 27.7% 우리가 하나의 특정 조사지만 탄핵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한 조사에서나마 이렇게 골든크로싱을 넘어 민주당을 1.6% 오차 범위 내에서지만 앞선 일이 벌어졌다”고 발언했다.

이어 “더 겸손하고 더 조심하고 해야 하지만 분명히 우리 당은 앞으로 나가고 있다. 여러분들이 앞장서주라”고 당부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조심스럽게 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섰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조심스럽게 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섰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이 조사 결과는 <펜앤드마이크>라는 극우매체가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공정’이 실시함(23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8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은 2.9%이고 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0p)에 따라 도출된 것으로 △민주당 30% 후반~40% 초반대 △한국당 20% 중후반대 등 절대 다수 여론조사기관의 평균적인 결과와 상당히 거리가 있다.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펜앤드마이크>는 한국경제 주필 출신 극우 언론인 정규재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매체다. 정씨는 지난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일한 선택을 받아 청와대 인터뷰를 진행한 인사다. 

김용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기획실장(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펜앤드마이크>에 칼럼을 싣고 “촛불 쿠데타로 박근혜를 감옥에 집어넣고 국가 권력을 탈취한 자들”이라는 표현을 썼고 “박근혜 탄핵에 찬성한 세력들은 좌익 정권 창출의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이 칼럼은 21일 출고됐으므로 최근까지 <펜앤드마이크>의 논조가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김용삼 기획실장이 <펜앤드마이크>에 실은 칼럼. (캡처사진=펜앤드마이크 홈페이지)

2016년 말부터 2017년 3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때까지 촛불 집회는 총 23차례 열렸고 합계 1700만명의 국민이 참여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5% 미만이었다. 국회도 234명의 의원들이 소추안에 동의했다. 민심 대폭발 앞에 새누리당 의원들도 대략 60명의 의원들이 탄핵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즉 김 실장과 <펜앤드마이크>는 극우 정당인 대한애국당과 함께 전체 대한민국 국민 여론 중에 극소수인 친박적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김 실장이 '정규재TV'에 출연한 모습. (캡처사진=정규재TV)
김 실장이 <정규재TV>에 출연한 모습. (캡처사진=정규재TV)

공정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끝까지 응답한 시민들은 아무래도 한국당 지지자일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대다수 시민들이 <펜앤드마이크>가 극우매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질문 순서를 보면 ‘황교안 전 국무총리 한국당 당대표 출마 여부 →한국당 당권 주자들에 대한 선호 →범진보 대권 주자들에 대한 선호 →범보수 대권 주자들에 대한 선호 →국방백서 내 북한 관련 문구 삭제 →손혜원 의원 부동산 차명 매입에 대한 인식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한 인식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정당 지지율’로 배치됐다. 

매우 이례적인 결과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 결과를 보더라도 ‘못 한다’ 48.7%가 ‘잘 한다’ 30.7%를 압도했는데 대다수 여론조사기관의 평균치인 잘 한다 40% 중후반대를 크게 벗어났다. 

이러한 이례성을 인지했는지 김 위원장도 반대 접속사를 꽤 많이 구사하는 등 조심스럽게 발언했다. 

공정이 조사한 정당 지지도 결과 그래프. (자료=공정)
공정이 조사한 대통령 국정 지지도 결과 그래프. (자료=공정)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도 “이런 분(나경원 원내대표)을 우리가 지도자로 뽑았으니까 비대위원장도 잘 해주셨지만 나 원내대표가 되고 나서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8년 상반기까지 유지되던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80% 대가 반토막 가까이 급락했더라도 그 지지세가 한국당에 넘어온 게 아니라는 사실이 대다수 여론조사의 객관적인 분석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서는 “(언론의) 데스크에 계신 분들 앵커로서 진행하는 분들.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하는 것이 언론이다. TV 카메라 앞에 앉아서 힘들게 투쟁하는 야당을 조롱하고 희화화하니까 참 좋으시겠다.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언론인들 정말로 우리 야당이 좌파 장기 독재로 가고자 하는 것을 막아야 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는데. 이런 야당의 목소리를 국민들께 잘 전달해주십사 하는 간곡한 부탁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사퇴를 촉구하면서 5시간 반 “릴레이 단식”을 기획한 것에 대해 주말 내내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웰빙 단식”, “릴레이 다이어트”, “딜레이 식사”등이라고 조롱을 받았는데 정 의장이 이를 대놓고 문제삼은 것이다. 결국 한국당도 반발 여론을 수용해서 “릴레이 농성”으로 타이틀을 바꿨다.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중요한 것은 대표 보수 매체인 조선일보도 28일 “조롱거리 된 5시간30분 릴레이 단식”으로 보도했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한국당의 아이디어가 상식 이하였다는 점이다. 

정 의장의 이런 인식과 한국당 지도부의 아전인수격 여론 해석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여권발 실정 뉴스들은 쏟아지고 있지만 제1야당인 한국당이 그걸 제대로 지적하고 견제하지 못 하고 있다는 비평은 보수 진영에서도 나오고 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역시 2018년 초에 전국 광역시도당을 돌면서 언론·여론조사기관 등이 모두 좌파에 장악됐다고 주장한 바 있었다. 홍 전 대표의 기치 아래 한국당 지도부는 그해 6.13 지방선거 정국에서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 하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두고 “위장평화쇼”라고 폄하하다가 참패를 당했다. 곧 있을 2.27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될 한국당 지도부는 냉철한 여론 분석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