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고민’ ·· ‘경사노위’ 참여 무산 
민주노총의 ‘고민’ ·· ‘경사노위’ 참여 무산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1.29 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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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대회서 집행부와 대의원들 정면 충돌
원안은 미표결 수정안 3개는 모두 부결
집행부와 대세는 참여지만 반감도 커서 팽팽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 후퇴로 인식
여권은 노동계와 경영게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명환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다급했다. 공공연히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내부 분위기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 후퇴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민주노총은 28일 14시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홀에서 67차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논의했지만 찬성파와 반대파의 의견 합치를 이루지 못 해 결론을 내지 못 했다. 사실상 경사노위 참여는 당분간 물건너갔다고 볼 수 있다. 

김명환 위원장은 경사노위 참여를 방침으로 내세웠지만 끝내 대의원대회에서 동의를 받지 못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차후 임시 대회를 개최해서 재논의를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 참여를 전제하는 플랜을 짜지 않고 아예 원점에서 새로운 사업 구상을 수립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위원장은 25일 청와대에서 김주영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고 여러 전달사항을 피력하는 등 내부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날 대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만 확인하게 됐다. 

더구나 한국노총이 같은 시각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25일 열린 경사노위 전체회의에서 사용자 측이 제시한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 관련 내용은 △파업시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사업장 내 파업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 등 국제노동기준과 무관한 내용들”이라며 “경사노위가 31일 회의에서 이러한 사용자 측 주장을 공익위원 안으로 채택하려는 개악 음모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31일 경사노위 회의 불참을 포함해서 잠정적인 대화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왼쪽)과 김 위원장(오른쪽)을 만났다. (사진=청와대)

현장에서는 대회 시작 전 정통 맑스주의를 표방하는 노동자연대(구 다함께) 활동가들이 경사노위 참여 반대를 선전하고 있었고 미리 대회장 안 곳곳에 관련 현수막을 부착해놓은 상태였다. 노동자연대는 경사노위에 들어가지 않고 노동자들의 대규모 총력 투쟁을 유일한 방법론으로 주창하고 있다. 

김하영 노동자연대 조직노동자운동팀장은 사보 274호에서 “우리에게 (경사노위 바깥에서) 개악을 방치하는 것과 (경사노위 안에서) 개악에 합의해 주는 것 두 나쁜 선택만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경사노위 바깥에서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싸운다면 촛불 염원을 무시하고 보란 듯이 친기업 반노동으로 치닫는 문재인 정부를 한 발 물러서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명환 집행부는 민주노총이 대안없이 즉자적인 반대 또는 저지 투쟁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마치 사회적 대화에 참가해 정책 논의에 개입해야 성과를 남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만 돌아봐도 투쟁이 필요한 수준에 못 미치고 불충분했던 게 문제이지 그 반대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노동자연대 활동가들이 대회장으로 입장하는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경사노위 불참을 선전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일부 동지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단호하게 말씀드린다. 내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현 정부에 대한 환상이나 기대감이 아니다. 타협하고 양보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바로 개혁 과제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서이지 정부 정책의 들러리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200만 조직화와 총파업 투쟁 승리. 우리의 요구 쟁취와 개악 저지를 위해 경사노위 참가를 하는 것이고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교섭 전략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객관적 정세를 넘어 우리 자신을 위한 주체적 선택이고 결단”이라며 재차 호소했고 “우리가 지금 외치고 있는 사업장 담장을 넘어 사회 대개혁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우리 조직 노동자 뿐만이 아니라 90%의 미조직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들의 민주노총을 만들기 위함이다. 우리 가맹 조직과 추진하고 있는 노동 교섭과 산별 교섭을 더욱더 튼튼히 정착시켜 투쟁과 교섭 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김 위원장은 “역사상 최대 인원의 대의원들이 집결해 있다.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질서있게 토론하되 방침이 결정되면 그것을 중심으로 힘있게 모아가자”고 말했지만 이날 회의 진행은 경사노위 논의 파트에서 내내 긴장감이 맴돌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위원장은 거듭 대의원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명환 집행부 체제는 2017년 12월 출범했고 ‘사회적 대화 참여’와 ‘투쟁 교섭’을 전략적으로 병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서 당선됐다. 이미 산업별 단위별 53개 채널에서 정부와 대화가 이뤄지고 있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이 수준의 대화는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경사노위 채널도 살려야 한다는 게 집행부의 입장이다.

민주노총 내부 여론은 크게 △경사노위 참여 찬반을 비롯 △어차피 현재 경사노위 법률 의결 규정상 통과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우려 △참여 결정 이전에 내부 투쟁력 강화 등으로 나뉘어 있다. 

무엇보다 2018년 내내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후퇴, 혁신성장을 기치로 규제완화 추진,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움직임’ 등 여러 정책적 조치들을 추진한 것에 대해 노동계는 명백한 개악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 주효했다. 

찬성파와 반대파가 배포한 유인물을 읽어보고 있는 대의원들.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일반 시민 여론이 매섭고 투쟁 일변도의 모습만 보여주는 것에 부담도 있다. 지난해 11월22일 경사노위가 공식 출범한 뒤로 여권을 비롯한 야권에서도 민주노총을 비판적으로 압박하며 참여를 촉구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의 경사노위 참여 방침까지 겹쳐 사실상 대세는 기울었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이날 반대파 대의원들은 3건의 수정 노선을 제시했다.

집행부가 제시한 원안은 참여를 전제하는 전략적 노선이 담겨 있었고 3건의 수정안 △A안(경사노위 불참) △B안(조건부 불참) △C안(조건부 참여)은 모두 부결됐다. 즉 섣불리 불참을 결정하기도 부담스럽고, 노동권 후퇴를 노정하는 문재인 정부의 들러리로 나서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있고, 절충적 방법론을 택하기에도 찬반 여론이 너무 선명하게 갈려있는 게 현실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B안은 조건부 불참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C안은 경사노위에 참여하되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즉시 보이콧을 하는 방안인데 김 위원장은 이렇게라도 대의원들의 동의를 받고 싶었기 때문에 C안만 가결되면 원안을 내세우지 않겠다는 식으로 설득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끝내 C안까지 부결되고 원안에 대한 토론 시간이 임박하자 분위기는 더욱 가열됐다. 반대파는 김 위원장의 설득 발언을 근거로 원안은 사실상 폐기됐다고 주장했고 찬성파는 당장 경사노위에서 목소리를 내야 노동권 후퇴를 막을 수 있다며 반발했다.

그만큼 C안에 대한 대의원들의 의사결정이 하이라이트였는데 구체적으로 내용을 보면 △교섭 중 투쟁 조직 △노동 정책 개악시 즉시 탈퇴 △위원장이 대통령과 직접 회동해서 노동 아젠다 환기 등이고 이는 반대파를 설득할 수 있는 장치들이다.

하지만 C안은 재석 912명(총 1273명)의 대의원 투표에서 402명 찬성으로 과반을 못 넘겨서 부결됐다. 

이후 찬성파와 반대파의 원안에 대한 의사결정 요청이 쇄도하자 김 위원장은 “이런 상태로 안건을 진행하기보다 새롭게 투쟁 계획을 짜서 다시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후속 처리하겠다”며 29일 자정을 갓 넘긴 시각 산회를 선포했다. 

977명~1046명의 대의원들로 꽉 들어찬 대회장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2018년 10월17일 열린 임시 대회에서도 의결정족수 미달로 경사노위 참여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 했는데 3개월이 흐른 뒤에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이 여전하다는 것이 공식 확인된 것이다. 찬성파와 반대파 사이에서 C안이 과반 찬성을 못 얻은 배경은 다양할텐데 김 위원장은 찬성파의 표심보다 반대파의 표심이 더욱 우세한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원안 의결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찬성파와 반대파는 모두 김 위원장의 정무적 선택에 대해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향후 집행부의 논의 끝에 노선이 재설정되겠지만 그렇다고 당장 경사노위 불참을 방침으로 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참석해서 발언한 권영길 초대 민주노총 위원장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대회에는 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참석해서 지지 발언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문재인 정부의 약한 고리는 고용 지표 악화를 비롯한 경기 불황으로 인한 지지율 급락이다. 흔히 집권 세력 입장에서 개혁적인 경제 정책을 표방했더라도 불경기가 심각해지면 기업 경제 활성화로 돌아서기 마련인데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내세웠기 때문에 노동계의 실망감이 배가 된 상황이다. 거시지표 상의 수치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출 대기업이 아닌 대다수 가계 소비 증진으로 경제 성장 전략을 꾀하는 것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 기조(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는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들어 혁신성장과 기업 규제완화에 기울었고 그런만큼 노동계의 불만은 극심해졌다. 일반 시민 주체들 중 하나인 노동계의 재량권을 늘리지 않고 상대적 소수인 기업의 재량권을 늘리는 정책(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최저임금 1만원 공약 후퇴·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도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노총의 잠정적 대화 중단과 민주노총의 부정적 기류에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게 될지 주목된다.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11월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입법을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합의했으면서 이제 와서 더불어민주당이 경사노위 논의 이후에 결론을 내자고 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김명환 집행부는 "사업장 담장을 넘어"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사회적 대화를 병행 카드로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여권은 샌드위치로 치이고 있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취임하자마자 시장의 수용가능성에 따른 노동 정책을 거론한 바 있는데 당장 뜨거운 감자인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대해 경사노위가 확대를 전제하지 않고 원점 논의로 노동계의 참여를 유인할 수 있으려면 여권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보수 야당, 보수 언론, 경영계의 강한 반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은 이미 2019년 마스터플랜 차원에서 △2월 총력투쟁 △4월 총력투쟁 △6월 총파업과 총력투쟁 △11~12월 사회적 총파업과 총력투쟁을 예정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질서 있는 토론 과정에서 경사노위 참여에 대한 대의원의 의지는 확인했으나 아쉽게도 결정하지 못 했다. 이 같은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기업 편향적인 정책 행보에 따른 현장의 분노인 이상 이후 새로운 사업 계획 수립으로 반영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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