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온그룹, 한국 미니스톱, 매각 잠정 중단 공식화
매각 중단 원인은 명분·실리 찾기 실패 때문?
롯데 세븐일레븐, 편의점 3강구도 계획 차질…차선책 찾기 나서

서울 시내 한 미니스톱 지점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 시내 한 미니스톱 지점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지난해 편의점 업계 최고 이슈였던 미니스톱이 매각 잠정 중단을 공식화했다.

업계에선 일본 이온그룹의 한국 미니스톱 돌연 매각 중단 사태를 보고 국내 편의점 시장의 환경 변화에 따른 몸값 높이기가 아니냐는 시선이 생겨나고 있다.

한편,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롯데 세븐일레븐의 편의점 3강구도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며 당분간 CU와 GS25의 편의점 양강구도는 유지될 전망이다.

한국미니스톱, 매각 잠정 중단 공식화

한국미니스톱은 29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미니스톱의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업무제휴를 계속 검토했지만 모기업에 의한 주식양도 등이 이뤄진 사실이 없다”며 “모기업인 일본미니스톱와 함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은 중단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미니스톱의 지분율은 일본 이온(AEON)그룹 76.06%, 대상 20%, 일본 미쓰비시 3.94%로 구성됐다. 이온그룹은 지난해 7월부터 매각 절차를 밟아왔으며 지분 100%에 대한 인수가는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본 이온그룹은 지난해 11월 한국미니스톱 매각을 위해 본입찰을 실시했으나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본입찰에는 롯데와 신세계를 비롯해 사모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가 참여했다.

한편 심관섭 한국미니스톱 대표는 앞서 지난 28일 월례 화상회의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파트너사를 찾아왔지만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심관섭 미니스톱 대표는 “맛과 편리함으로 웃음 넘치는 사회를 실현하고자 하는 미니스톱의 미션을 향해 끊임없이 혁신에 도전해 나갈 예정”이라며 “새롭게 고객의 감동과 가맹점과의 공동번영을 위한 본부로서의 역할 수행에 분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니스톱 매각 중단…‘명분·실리’ 찾기 실패 때문?

두 달여간 끌어오던 한국미니스톱의 공개 매각이 중단되자, 업계는 매각 명분을 찾지 못한 데다 한국 편의점 시장의 환경 변화에 따른 더 많은 실리를 챙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깨진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니스톱의 최대주주인 이온그룹이 본입찰에 참여한 롯데, 신세계(종목홈), 글랜우드PE에 매각 중단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미니스톱의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기로 내부방침이 정해져 매각을 중단하게 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미니스톱 매각이 백지화된 것은 이온그룹이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기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온그룹은 앞서부터 일본 내 유통경쟁사인 롯데에 미니스톱 매각을 부담스러워 했다. 하지만 작년 11월 진행된 본입찰 결과 롯데가 4300억원, 글랜우드PE 4000억원, 신세계가 3500억원을 제시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 씨스페이스 등 6개 업체가 100m 이내 다른 편의점이 있으면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편의점 업계의 자율규약에 합의했다.

신규 출점이 사실상 막힌 상황이 연출되면서 이온그룹은 종전보다 높은 가격에 미니스톱을 매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3사 모두 추가제안을 하지 않으면서 실망감이 커졌고 결국 매각 중단 결정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온그룹이 신세계와 글랜우드PE에게 인수가를 롯데 수준으로 맞춰줄 것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고, 이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더 높은 가격 제안을 요구했지만 거부하자 매각을 포기하게 됐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세븐일레븐 매장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 시내 한 세븐일레븐 매장 (사진=우정호 기자)

롯데 세븐일레븐, 편의점 3강구도 계획 차질…차선책 찾기 나서

한편, 일본 이온그룹이 한국미니스톱 매각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해 편의점 시장을 CU, GS25와 함께 3강 구도로 재편하려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꿈이 무산됐다.

한국미니스톱 입찰에는 지난해 11월 롯데그룹(세븐일레븐)과 신세계그룹(이마트24), 사모펀드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등 3곳이 참여했다. 이중 롯데가 4300억 원으로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혀왔다.

롯데그룹이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하면 CU(1만 3169개 점포)와 GS25(1만 3107개 점포)의 2강 체제인 국내 편의점 판도가 3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의 점포 수는 각각 9555개, 2500여 개 등이다. 그러나 매각이 불발되면서 롯데그룹은 CU GS25와의 격차를 좁힐 기회를 놓쳤다. 당분간 국내 편의점 시장은 양강 구도가 유지될 전망이다.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차선책 마련에 분주할 전망이다.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주는 프랜차이즈 계약 기간을 통상 5년으로 잡는다. 5년이 지나면 점주가 본사와 계약을 연장할지, 다른 편의점과 신규 계약할지 결정할 수 있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기존 가맹점주들을 유치하기 위해 점포의 내실화에 집중하는 한편 계약이 만료되는 타 가맹점 확보를 통해 점포 수를 늘릴 계획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현재 인프라 내에서 오픈 지속할 방침”이라며 “올해에는 개별 점포의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 특히 플랫폼을 강화해 가맹점주들의 혜택과 선택권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세븐일레븐은 상생안 발표를 준비 중이다. 한국 미니스톱 매각이 무산된 만큼 이달 안으로 상생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세븐일레븐은 우리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1000억 규모의 가맹점 상생 펀드를 조성하고 운영 자금이 필요한 경영주들이 대출 시 이자를 지원하고 있다.

또 지난해 푸드류(도시락· 삼각김밥·김밥)에 대한 폐기 지원 규모를 20%에서 최대 50%까지 확대했으며 상온·냉장 상품의 매출 증대를 위해 관련 폐기지원금도 분기별 30만 원(연간 120만 원)으로 25% 확대했다.

점당 연 최대 300만 원 규모의 매출 개선을 위한 지원과 장기간 부진 점포의 경우 해지비용을 감면해주는 출구전략 방안도 실시 중이다.

이 밖에도 점포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세븐카페’ 등 차별화 상품에 대한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업계 최대 규모의 ATM기를 활용해 다양한 생활 금융 서비스 등을 확대, 가맹점의 부가 수익 개선에 기여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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