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2년 실형 선고
오전 드루킹 3년6개월에 이어 김 지사도 실형
진술들과 물증이 조응해서 김 지사 혐의 인정
김 지사는 강력 반발하고 항소 의사 밝혀
민주당의 메신저 공격
정의당은 상급심을 지켜보겠다는 반응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친문 중의 친문이자 권력 실세로 알려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감옥 신세를 지게 됐다. 법원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선거 이익을 위해 공모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성창호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는 30일 오후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에 가담한 업무방해죄의 공범이라면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다. 드루킹 김동원씨의 지인인 도두형 변호사를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으로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바로 수감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경수 경남지사는 바로 수감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성 판사는 “피고인의 범행은 포털 사이트 회사들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온라인 공간의 투명한 여론 형성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해 왜곡된 여론을 형성하려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단순히 포털 기업에 대한 업무방해라면 실형 선고도 무리하지만 정치인이 여론을 조작해 정치적 이득을 챙긴 것이라면 죄질이 중대한 게 맞다. 중요한 것은 드루킹 일당이 온라인 댓글 조작을 일삼을 때 김 지사가 그것을 알았느냐다. 알고도 묵인했거나 지시했거나 또는 선거 운동을 도와준다는 것만 알고 댓글 조작을 했다는 사실은 몰랐을 수도 있었는데 재판부는 여러 정황 증거들을 종합해서 알았을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관건은 2016년 11월9일 김씨의 파주 느룹나무 출판사(속칭 산채)에서 진행된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석했는지 그 여부였다. 그날 출판사에 간 것은 맞지만 시연회를 했다는 사실은 알지 못 했다는 게 김 지사의 입장이다. 즉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선거 운동의 협조를 받고 정치적 도움을 얻으려고 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불법적인 수단까지 동원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는지가 쟁점이었다.

성 판사는 “피고인은 여러 객관적인 물증과 이에 부합하는 관련자 진술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자신은 킹크랩을 전혀 몰랐고 선플 운동인 줄 알았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허익범 특별검사는 김씨의 옥중편지와 측근(서유기 박씨·둘리 우씨·트렐로 강씨·초뽀 김씨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김 지사가 그날 현장에서 댓글조작 시연회를 봤다고 주장했다.

성 판사도 △드루킹 일당의 진술 △시연회 순간의 사이트 접속 기록 △김 지사의 출판사 방문 사실 등을 종합했을 때 김 지사의 컨펌으로 킹크랩 개발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민주당과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 맞추기나 일부 허위 진술에 대해 강력하게 파고들었지만 성 판사는 “일부 진술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런 사정만으로는 객관적 사실관계에 부합하는 진술마저 신빙성이 없다고 배척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범행 당시 피고인은 현직 의원으로서 부정한 방법으로 여론을 왜곡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배격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도 목적 달성을 위해 거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는 공직 제안까지 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관련해서 첫 보도가 나왔던 작년 4월부터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시연회 순간 김 지사의 음성이 담긴 녹취 파일이나 CCTV 영상이 있다면 말 그대로 명백한 스모킹건이 되겠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그러나 재판부가 봤을 때 사실관계를 형성하는 물증과 관계자들의 진술이 합리적으로 일치한다고 결론내렸다. 특히 여러 유력한 정황 증거들이 있음에도 김 지사가 강력하게 부인하기만 했으므로 더욱 엄한 양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성 판사는 “지방선거까지 댓글 작업을 통한 선거 운동을 한다는 보답으로 센다이 총영사 인사 추천이 제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선고 직후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즉각 항소 의사를 내비쳤다. 만약 1심 결과가 대법원까지 이어진다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상실하게 된다. 무엇보다 김 지사가 구속됐으므로 당장 경남 도정의 공백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강력 반발과 함께 △드루킹 일당의 말 맞추기 △성 판사를 공격하는 메신저 때리기 △사법농단과 연결짓고 공정성 의심 등으로 채워졌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재판부는 허술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여러 오염 증거들을 그대로 인정했다. 정해놓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증거가 부족한 억지 논리를 스스로 사법신뢰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인정해 최악의 판결을 내렸다. 특검의 짜맞추기 기소에 이은 법원의 짜맞추기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킹크랩 시연과 관련하여 관련자들이 동일한 변호인의 순차적 접견을 통하여 말을 맞추는 등 증거를 조작하려한 내용이 법정에 그대로 드러난 바 있다. 노회찬과 김경수를 기소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해주겠다며 여러 차례 특검에 거래를 제안한 저질 정치 브로커는 줄곧 특검을 희롱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법농단의 정점 양승태의 구속영장이 청구되던 당시 별안간 선고 기일이 연기된 것을 두고 무성하던 항간의 우려가 여전히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양승태 사법부의 비서실 판사이던 그 재판장의 공정성을 의심하던 시선이 마침내 거둬질 수 있길 지금도 바란다”고 역설했다.

말미에는 “민주당은 거듭 강한 유감을 표하고 향후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을 통해 김 지사의 결백이 밝혀지고 무죄 인정을 받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판결에 대해 누구나 비판할 수 있지만 집권 여당이 메신저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이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성 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게도 유죄 선고를 내린 바 있다. 단순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이었거나 사법농단 관련 검찰 수사를 받았다는 이유로 집권 여당의 사법농단 진상규명 기조에 앙심을 품고 잘못된 판결을 의도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음모론적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지사에 대한 항소심이 더욱 중요해졌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의당은 의심하면서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원칙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나 이후 재판 과정에서 이번 판결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명확해져야 할 것”이라며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범행 의지를 간접적으로 강화했다거나 묵시적 동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는 모두 정황에 따른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즉 “드루킹 특검은 김동원씨의 진술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서 수사 방향의 갈피를 잡지 못 한채 종료됐다”는 것인데 정 대변인은 “(도정 공백이나 정치적 논란 등) 혼선이 최소화되길 바라고 대법원의 판단까지 차분히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날 오전 김씨도 댓글 조작 혐의 등으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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