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모 감독   (사진=문화기획컴퍼니(주)로운 제공)
황현모 감독 (사진=문화기획컴퍼니(주)로운 제공)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멋있게 늙어간다는 것은 다양한 해석이 따르겠지만 외모에서 느껴지는 상큼한 패션 감각이 먼저 아닐까 싶다. 내면에서 감지되는 녹슬지 않은 열정과 당당함은 물론이고. 

겨울바람이 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지난 30일, 본지는 황현모 감독과 자리를 함께했다. 문화기획컴퍼니(주)로운 대표, 문화 예술콘텐츠 기획자, 이벤트 연출총감독, 서양화가 등 문화·예술의 장르를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로서 굵직한 획을 긋고 있는 황현모 감독.

첫눈에도 그는 평범치 않은 인상이었다. 삶의 연륜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은발銀髮과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독특한 이미지를 부각 시키는 굵은 뿔테 안경.

그 검은 안경테 너머로 감지되는 강한 눈빛, 더욱이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 롱 블랙 코트와 머플러로 시크한 분위기를 연출한 황 감독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멋스러움이었다. 하긴 지금까지의 그의 활동무대를 살펴본다면 그가 도회적일 수밖에 없는 건 당연했다. 

(그림= 문화기획컴퍼니(주)로운 제공)
(그림= 문화기획컴퍼니(주)로운 제공)

어릴 적 좋아했던 그림, 독학으로 서양화에 입문 ...

“뭐 특별한 얘깃거리는 없을 것 같다. 그냥 내가 좋아하던 일 즐기며 최선을 다해 살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인데... 그림은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것이라 꾸준히 독학으로 그렸고 따로 사사받은 적은 없다.

1986년에 ‘모델과 나’라는 개인전에서 많은 분들이 내 작품성을 알아봐 주셨고 특히 예술계에서 다양한 평가를 내려 주셨는데 내겐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때도 상당한 작품이 팔렸다.”

자신감인가 자랑인가. 어쩌다 문화·예술 분야의 선두자 역할에서 입지를 굳힌 사람이려니 생각했던 기자에게 그 어려운 미술 공부를 독학으로 마쳤다니. 다소 믿기 어렵다는 표정에 황 감독의 눈빛이 장난기 많은 소년처럼 싱글거린다.  

그런 그는 뉴시스에 연재된 소설가 유광남의 ‘소설 항왜 김충선’의 삽화를 그려 단숨에 독자들을 사로잡았고 ‘뉴시스 만평’ 연재로 다양한 독자층을 확보했다고 한다. 물론 현재도 크고 작은 전시회와 하루 일과를 그림일기 형식으로 마무리 짓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단다.  

“그림일기는 오래 전부터의 습관이다. 대부분 패션과 뷰티에 관련한 주제인데 내가 주인공이 되어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는 형식이다. 이렇게 그림일기를 쓰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는데  2010년부터 현재까지 동아TV ‘패션 & 뷰티’에 매달 한 작품씩 게재하고 있는 것에도 주제 선택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이처럼 그림에 매진하고 있으면서도 그는 행사 현장에 있을 때 가장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하는 현재진행형의 예술콘텐츠 기획자이기도 하다.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살아있음을 느껴..." 1989년  Main Event 창립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살아있음을 느낀다. 심장이 매우 빠르게 뛰는 상태가 행사를 마칠 때까지 지속되는데, 어쩌면 그 긴장감에 중독된 것 같다. 패션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것은 1984년, 우연한 기회에 모델라인에 섰다.  그때부터 패션쇼를 연출하는 일이 매우 즐겁다는 것을 알았고 그런 재미에 빠져 1989년  Main Event라는 이벤트 전문회사를 차렸다.  운이 좋은 것인지, 내 열정이 하늘에 닿은 것인지 10년 동안 진행한 이벤트만도 줄잡아 1천회 가량을 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냉혹한 시련은 있었다고 한다. “I997년 IMF를 맞으면서 패션쇼 시장에도 타격이 상당히 컸다. 그 때문에 다른 여러 분야에 눈을 돌리게 됐는데 생각 못한 고전의 연속이었다. 그 덕분에 이렇게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렸는데 여러 우물을 판 대가치고는 수업료가 너무 과하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그때 비싼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웃음으로 털어내는 그가 다시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아무도 생각 못한 창의적인 작품 기획에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라고 그를 아는 이들은 입을 모은다.  

SEOUL STORY 패션쇼(사진=문화기획컴퍼니(주)로운 제공)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획기적인 기획 창출로 이벤트계 거목으로 ...

“가급적 남들이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것, 소비자들에게 상상 이상의 브랜드 이미지를 전해줄만한 창의적인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항상 고민한다. 이런 진심이 통하는지, 나와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은 계속 함께 일을 하길 원한다.

그 덕분에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를 비롯해서 잉글버트 험퍼딩크 내한공연, 더 브라더스 포 내한공연, 조수미 사피나 BIG 콘서트, 샤넬·크리스챤디올·겔랑 등의 런칭쇼, 보졸레 누보 Wine&Jazz Festival, 헤이리 중국 현대예술제 개막식, 안성줄타기 명품화작업, 핵안보정상회의 성공기원 경찰·경호 경비단 발대식 등 다양한 행사를 맡아 진행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과감하고 참신한 도전으로 이벤트계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미혼모와 소외계층에도 남다른 관심이 크다고 한다. 물론 그 계기는 따로 있다.  

미혼모· 소외계층과 작업에 특별한 감동...앞으로도 꾸준히 그들과 함께할 것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배우로 미니뮤지컬을 만든 적이 있다. 그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면서 연출을 추진하다보면 어느새 그들이 극에 몰입해서 변화한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때의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 사람들과 함께 연출해나가는 색다른 모습들을 경험하는 건 내게도 의미가 있지만 그들에게도 삶의 활력이 주어지는 것이라 그저 감사하다. 화장기 없고 꾸밈없는 맨 모습 속에서 오히려 내면적인 아름다움이 발견될 때 정말 큰 감동을 받는다.”   

화려함 뒤에 따듯한 이면을 가진 황 감독은 평소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고 가치 있는 삶을 살겠다는 자신과의 약속도 지키려 노력한단다.지난해 6월, 분당의 한 병원에서 환우들을 위한 휴먼 감동의 미니 뮤지컬 ‘오! 해피데이’ 진행에 이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관련 창작작품 기증하는 작업에 앞장서는 것도 자신과의 약속 이행이다.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고 가치 있는 삶을 살겠다는 생각은 나와의 약속이며 신조다. 환경이 뒷받침이 된다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밝히는데 일조하고 싶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들을 위한 시니어클럽을 만들 계획이다. 돌아보면 정말 많은 고생을 겪은 세대인데 정작 나이들이 쉴 공간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 긍지를 가지고 멋지게 늙어갈 수 있도록 내가 그 어떤 교두보가 될 생각이다.”

2019년 삼일절 100주년을 맞아 ‘평화를 스토리텔링한 Peace story 패션쇼 개최 예정  

인터뷰 자리를 정리하며 황 감독의 올 계획을 묻자 그는 삼일절 100주년을 맞은 올해 ‘평화를 스토리텔링한 Peace story 패션쇼’를 성공리에 마무리 하는 것이라며  슬며시 표정을 굳힌다.  

“2019년 가장 큰 기획이라고 하면 삼일절 100주년을 맞아 ‘평화를 스토리텔링한 Peace story 패션쇼’다. 평화를 통해 함께 인간답게 살아가는 공존의 모습을 표현하고 연출해 보여주고 싶다. 추진이 가능하다면 평화 무드가 추진되고 있는 시기인 만큼 서울과 평양에서 한 번씩 개최하고 싶다.”  

문화 ·예술의 장르를 아우르는 황현모 감독. 상식을 뛰어 넘는 획기적인 그의 예술적 감각들이 올해는 어떻게 표출이 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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